해외이주 신고 안 하면
내국인 대우 허점 이용
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뒤 현지 재외공관에 해외이주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건강보험을 악용하는 재외한인들의 의료비가 연간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학 및 주재원 등 해외에 장기체류한 재외국민들 가운데 영주권을 취득해도 해외주재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국외이주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내국인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이같은 얌체 의료관광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의 미국 영주권자인 한인 장모씨. 그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두 차례의 걸친 수술에 100만원 미만의 비용만 지불했다. 20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온 장씨는 졸업 후 한인 기업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뒤 한국에 거주하는 부모의 직장보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왔으며, 미국내 수술 대기시간 지연 및 비용문제로 장기 병가를 신청한 뒤 한국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다.
장씨는 “일단 미국에서도 직장보험이 있었으나 문제는 수술을 위한 대기 시간이 길고 자기부담금도 5,000달러 정도 내야 했다”며 “영주권 취득 후 국외이주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데다 30세 미만의 미혼자녀라 부모님 건강보험에 실손보험 혜택까지 받으니 한국에서 총 의료비용이 70만원 미만밖에 되지 않아 치료를 받고 다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30대 후반의 영주권자인 김모씨도 몇 년전 무릎 수술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수천달러의 치료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김씨는 “미혼인데다 별도로 가입한 보험덕분에 한국에서 몇백달러의 비용으로 재활치료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도자 바른비래당의원실이 공개한 ‘해외 출국 이후 1년 이상 해외에 체류한 한국 국적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와 같이 한국에 입국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재외한인들의 총 보험급여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267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지역의료가입자로 등록된 A씨의 경우 매달 13달러의 비용을 납부하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에 입국해 46일간 치료 및 수술로 인해 건강보험공단측이 부담한 금액은 총 5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경우 한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해야 지역의보료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체류자격을 강화했으나 국외이주 신고를 마치지 않은 외국 영주권자 등은 건강보험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