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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세월의 간이역에서

지역뉴스 | | 2019-04-13 20:20:54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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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를 높은 빌딩으로 옮긴후로는 비가 내려도 빗소리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애석할 만큼 아쉽다. 빗방울이 창을 거세게 두드리면 그 때야 ‘아! 비가 오는구나’ 하게 된다. 처마 끝 물 받침대를 타고 흐르는 빗물 소리가 그립다. 밤 깊은 시간인데 천둥번개가 한참 요란을 떨더니 굵은 빗방울이 창을 때리면서 흘러내리고 있다. 소나기가 무심코 지나가고 홍수며 눈폭풍으로 땅덩이가 온통 몸살을 앓더니만, 꽃가루 기승으로 봄기운이 어느새 깊숙히 들어섰다. 이른 새벽이면 찬 기운이 맴돌지만 한낮엔 여름내음까지 기웃거리는 일기라서 이맘때쯤의 기억과 추억을 구분짓느라 분주해진다. 기억력이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에도, 기후의 변화무쌍한 도전에도, 원하는 표현이 쉽지 않아 붓가는 대로 하냥 맡낄수 없는 안타까움에도, 처연하자고 노심을 추스르며 가다듬는다. 세월의 바퀴를 돌려서라도 해가 저물도록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솟구치기도 하는 것은 가진게 시간 밖에 없는 노인네의 호사스런 푸념이리라. 기억은 기적(汽笛)처럼 멀어져 가지만 추억은 풍성하게 꽃을 피우며 얼개만들기를 시작은 했는데 단편인지 장편인지 순수문학이나 르뽀, 아니면 심리소설이나 자전적 픽션인지 장르가 모호한 글들이 파일 속에 쌓여가고 있다. 

얼마나 설레임으로 글을 쓰고싶어 했는지. 글을 아끼고 좋아하기만 했을 뿐 쭈볏거리는 주변머리로는 어디에도 글을 내밀지 못하고 마냥 쓰기만 해왔던 용기없음이 가족들의 조용한 응원에 떠밀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고운 추억을 엮어가다 보면, 맑은 생각을 다듬어 가다보면 따뜻한 글을 여한없이 써갈 수 있으리라. 꾸준히 작품을 읽는다는 것을 배우는 일의 일환으로 여기며 수학하고 익히는 것에는 멈춤이 없어야 한다는 고집스런 지론을 븥들고 있다. 쓰는 일의 기틀로 받아들이며, 쓰는 일을 이어가는 동안 읽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으려 한다. 좋은 수필 뿐 아니라 자서전이나 소설도 단편도 간증집도 심지어 시나리오 까지 걸출함이나 탁월함을 구분짓지 않고 읽는다. 누군가 전문성을 가지고 써놓은 글을 읽어주고 자문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눈치 챈 딸네들의 지혜로운 조언이 쉬지 않는다. 시를 쓰고, 수필을 쓰는 일에 쓰이는 언어는 문자가 아니라 감성이고 시상과 단상이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음역이 닿이는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듯 범하지 말아야하는 적절함이 있어야 한다. 악보에 기호가 있듯 단어와 단어가 이어지면서 마디가 만들어지고 문장과 문장이 이어져 악장이 만들어지듯 문맥의 흐름에도 리듬과 메로디가 어우러져야 읽는 일 또한 음율을 타듯 글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떡잎 부터 남달라 문인으로써 출중한 두각을 드러내는 분들의 글쓰는 과정은 짐작만 할 뿐이지만. 글을 쓰고싶은 열정만으로 글을 쓰는 과정의 물줄기는 다를터이다. 삶의 흐름을 느끼고 품고 담아내는 동안 언어라는 매체를 통해 글로 표현되고 생각과 느낌을 글로 옮기는 일을 꾸준히 이어오는 동안 미흡하지만 공감을 얻어내는 글이 탄생하기도 하고 얼떨결에 작가의 반열에 서게 되는일이 밀물처럼 다가온 것 같다. 누구라해서, 누구라야만, 감성을, 생각을 글로 남기는 일을 시도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해서 마음이 좀처럼 동요되지 않거니와 때론 감명을 받을 뿐이라서 독자와의 공감이야말로 엄청난 일이란 것을 사무치도록 절감하고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사유의 

늪에서 각고의 고통을 필연으로 삭여낸다면 세월의 찬란함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글쓰기는 마치 중력과 같은 것이었다. 글의 나열이, 어쩌면 문장의 씨줄과 날줄이 산책길을 걸을 때도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설겆이를 할 때도 때로는 차 속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선다. 예술적 감흥 추구에도 인간성 옹호 문학의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인데 글 쓰기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사 세월의 간이역에서 지친 허리를 펴기도 하면서 어쩌면 글 쓰기는 인생의 사치스러운 투쟁일찌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머문다. 어쩔 수 없이 글쓰기와 아듀를 고할 때쯤이면 내 삶의 추정가는 어떠한 프리미엄도 허용하지 않았던, 간이역마다에 얽힌 사연이 갑자기 북새통을 이루는 경매장 같지는 않아야할 터인데 하는 군걱정이 맴돈다. 아무래도 생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나 보다. 컴퓨터를 열면 하얀 여백의 파일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하얀 공간을 메워나가는 동안 아픔도 즐거움도 녹여지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면서 세상 분진으로 덮인 허물이 한겹씩 벗겨지는 매혹에 빠지기도 한다. 손가락 끝 힘이 풀리는 날 까지 쓰고 또 쓰리라. 이민자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밀쳐 두었던 글쓰기를 은퇴라는 행운을 만난 세월의 간이역에서 여한 없이 풀어내고 싶다. 저녁이 되어야 아침이 온다는 사실을 세월의 간이역에서 새삼 되짚어보게 되다니. 궁극의 간이역은 긴 인생 여정에서 오지 않을 막차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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