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눈이 내린 시카고 근교의 한인 교회 마당에서 눈더미 속에 이글루를 만들며 놀다 눈에 파묻혀 숨진 에스더 정(12·한국명 정스엘) 어린이 가족에게 온정의 손길이 모이고 있다.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개설된 정 양 가족 후원 캠페인(In Loving Memory of Esther Jung)에는 24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654명이 기부행렬에 동참해 총 3만3,761달러가 모였다.
정 양 가족의 지인인 레이몬드 이씨가 장례비용 마련 등을 돕기 위해 페이지를 개설한 후 미 전역에서 작게는 1~2달러부터 많게는 1,000달러까지 뜻을 보탠 결과다. 기부자들이 정 양 가족에게 남긴 위로의 글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 양은 사고가 발생한 시카고 북서 교외도시 알링턴 하이츠 소재 로뎀 교회 담임목사의 삼남매 중 막내로, 지난 20일 오후 어른들이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친구 신 모(9)양과 함께 교회 마당으로 나가 제설작업으로 형성된 눈더미를 에스키모의 집, 이글루로 만들다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눈 속에 파묻혔다가 1시간여 만에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정 양의 부친 정성국 목사는 시카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어 이름 에스더의 ‘스’자와 히브리어로 하나님이란 뜻인 ‘엘’에서 따와 한국 이름을 정스엘로 지었다. 아마 단 하나 뿐인 한국 이름일 것 같다”며 “그런 스엘이는 친구도 많고 용감하고 자립성과 모험심이 강한 소중한 딸이었다.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추억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그동안 포옹도 많이 해주고 사랑해주었지만 당장 눈 앞에 없으니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한인사회에서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성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 속에 파묻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에스더 정(가운데) 양 가족.<사진=고펀드미닷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