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미국 방문한 ‘한국 손님’들의 ‘갑질’ 백태

미주한인 | | 2019-01-22 20:20:49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호텔방 업그레이드 요구

팁 문화는 아예 무시해

여자 있는 술집 요구도

버지니아의 한 유명 호텔에서 근무했던 Y씨. 1.5세인 그는 몇 해 전 이 호텔에 묵었던 한국 손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기분이 떨떠름하다. “객실 담당 직원한테 연락이 왔어요. 한국 손님 한 분이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겁니다. 마치 내가 누구인데 몰라보고 업그레이드도 알아서 안 해주냐는 식이었데요. 그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담당 직원이 물었어요. 저는 잘 모르는 분이었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그 손님은 한국에서 이름난 목사였다. Y씨는 “점잖게 생기신 초로의 신사였어요. 한국에서는 알아서 업그레이드를 해주는지 모르지만 미국에 와서 어떻게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됐어요. 한인으로서 동료직원들 보기에 창피해 혼났어요.”

경북 예천군 의회 박종철 의원의 여행 가이드 폭행사건이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워싱턴을 방문했던 상류층 한국 인사들의 ‘갑질’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행·호텔·요식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앞서의 유명 목사처럼 미국에 와서도 당연한 듯 무리한 요구나 꼴불견 짓을 해대는 일이 적지 않다. 

모 식당의 B씨는 두해 전 벌어진 한국 손님의 ‘작은 소동’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한 고위 공무원이 이 식당을 찾았다. 식사를 한 후 계산을 하는데 팁을 내지 않는 것이었다.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설명을 해드렸는데도 아예 무시를 하고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에 오시면 미국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러니 ‘네 까짓 게 뭔데 날 가르치려드느냐’며 막 화를 내세요. 파견 나와 있던 직원들이 상급자의 유세 부리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대미외교의 기지인 주미한국 대사관에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아온다. 대사관 직원들이 고위급 한국 손님들의 비위를 잘못 맞췄다가는 곤경에 처하곤 한다. 

한 여성 국회의원의 갑질 일화는 아직도 대사관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간다. 그 여당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를 만난 대사관의 정부 부처 파견 공무원은 대뜸 혼부터 났다. 

“그것도 하나 해결 못하느냐.” 그가 화를 낸 것은 “미쉘 리 워싱턴 교육감과 면담약속을 잡아 달라”는 그의 ‘오더’가 먹혀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의원실에서 연락이 온 건 워싱턴을 방문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미쉘 리 교육감은 당시 대대적 구조조정과 교육개혁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단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그 담당관은 부랴부랴 워싱턴DC 교육감실에 요청했지만 미국 공직 시스템 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급한 면담 요청은 당연히 불발됐다. ‘무능한’ 공무원으로 찍힌 그 담당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당당한 의원님은 요즘도 미디어에 매일 같이 화사하게 등장한다. 

여행업계는 가장 가까이에서 한국 손님들을 상대하는 직종이다. 따라서 가이드들만큼 한국 손님들의 속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없다. 가이드들에 따르면 한국 손님들과의 마찰의 가장 큰 이유는 ‘여자’와 ‘행세’다. 

10년 가까운 경력의 A씨는 “미국에 와서도 꼭 있는 티, 가진 티, 힘 있는 티를 내려는 손님들이 있다”며 “우리끼린 모르겠는데 미국인들 보는 데서는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이드 B씨는 “술을 마시면 여자 있는 데를 요구하는 분들이 계셔서 난처하다”며 “물론 도시에 따라 그런 술집도 있고 도우미도 있는 건 알지만 직업 윤리상 그런 곳으로 손님을 모시고 가지 않는데 그러면 융통성 없는 가이드로 찍혀 고생 좀 해야 된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여행·호텔·요식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은 한국 손님들의 갑질이나 꼴불견이 많이 줄었다. 해외여행이나 출장 경험이 많아지고 스마트폰 등 도처에 ‘감시자’들이 있기 때문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가이드 폭행사건의 박종철 의원처럼 저급한 돌출행위나 추태로 눈살을 찌푸리는 게 하는 행태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한 여행사 대표는 “세계 어딜 가나 해외방문시의 언행은 그 나라 민도의 척도”라며 “한국이 세계 1등 가로 인정받으려면 아직도 어깨에 힘을 주려는, 행세하려는, 부를 과시하려는 권위와 졸부의식을 버리고 민주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C=이종국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가족이민 전부문 2개월째 전면 동결
가족이민 전부문 2개월째 전면 동결

■ 2026년 1월 영주권 문호취업이민 문호는 소폭 개선4순위 종교이민 4개월 진전 가족이민 영주권 문호 전부문이 2 개월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전면 동결됐다.연방국무부가

월드컵 방문객 ‘미국행’… 한국선 ESTA(전자 여행 허가서)로 입국 가능
월드컵 방문객 ‘미국행’… 한국선 ESTA(전자 여행 허가서)로 입국 가능

2026 북중미 월드컵 비자 규정은 방문비자 필요… 비자면제국 ESTA로 대체 입국시 최소 6개월 여권 유효기간 필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수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브라운대 한인학생, 총격참사 극적 생존
브라운대 한인학생, 총격참사 극적 생존

스펜서 양군, 수업 중 총상 동부 명문 브라운대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자 가운데 뉴욕시 출신의 한인 학생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강의실에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 ‘주의보’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 ‘주의보’

미전역 245만여대 달해평균 3,300달러 손실  미 전역에서 주행거리 조작이 의심되는 중고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로이터]  미국 전역에서 주행거리 조작이 의심되는 중고차가

‘항염증 식단’ 정답은 균형… 전체적 패턴이 중요
‘항염증 식단’ 정답은 균형… 전체적 패턴이 중요

■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채소·콩류·통곡물·올리브유·견과류·생선 중심혈액 내 염증 지표 낮추는데 효과 증명돼초가공식품·가공육·당분 음료 등은 피해야 하버드 의대

“또래보다 젊어 보이는 비결”… ‘이것’ 많이 할수록 노화 2배 늦춘다
“또래보다 젊어 보이는 비결”… ‘이것’ 많이 할수록 노화 2배 늦춘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다언어 사용’이 노년층에서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될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일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은 다언어

한국에는 사방에 널린 ‘이것’… 몸값 ‘쑥’ 올라 고급 재료로 쓰인다는데, 효능은?
한국에는 사방에 널린 ‘이것’… 몸값 ‘쑥’ 올라 고급 재료로 쓰인다는데, 효능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 ‘쑥’이 아시아 웰니스·스파 업계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오랜 기간 전통 의학의 약재로 사용돼 온 쑥이 항산화·항염 성분을 기반으로 현대적 건강 관

‘천의 얼굴’ 루푸스… “젊은 여성, 이유 없는 발진·탈모 있으면 의심해야”

자외선 받으면 증상 악화 증상이 다양해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전신 홍반성 루푸스. 심할 경우 심장이나 뇌, 폐, 신장 등 몸 안의 주요 장기에 질환이 침범해 사망할 수 있다는

시신 훔쳐 팔아넘긴 하버드의대 영안실 관리자 징역 8년
시신 훔쳐 팔아넘긴 하버드의대 영안실 관리자 징역 8년

2025년 5월 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롱우드 지역에 있는 하버드대 의대 시설의 드론 촬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과학 연구를 위해 기증된 시신을 훔쳐 판매한

치솟는 원·달러 환율… 1,480원대 찍어

수급불균형·강달러 겹쳐 8개월 만에 최고치 상승 연말까지 1,500원 예상 원/달러 환율이 연일 상승세를 지속한 끝에 17일(한국시간) 1,480원 선까지 넘어섰다. 한국의 외환당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