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재씨 '저팔계' 작품 출품
중국계 교수와 3년 공동작업
40대 한인이 캐나다 우편공사(Canada Post)의 ‘황금돼지의 해’ 우표를 디자인했다.
캐다나 우편공사는 17일 토론토 중국문화센터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2종의 일러스트로 디자인된 '저팔계 우표'를 공개했다. 저팔계(Jhu Bajie)는 16세기 명나라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이날 행사에선 존 토리 토론토시장과 우편공사 관계자, 우표 수집가, 주류언론 취재진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새 우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반 우표 외에 엽서, 편지봉투, 액자 및 족자 등 다양한 종류로 판매되며, 전국 우체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우표의 디자인은 요크대학교 그래픽 디자인학과의 앨버트 잉(Albert Ng) 교수와 디자인 에이전시 '디테일(www.detale.ca)'을 운영하는 백승재(49) 대표가 맡았다.
본보가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백 대표는 "잉 교수가 3년 전 우편공사에 디자인을 함께 제출해보자고 제안해서 이 일을 맡았다"고 계기를 밝혔다.
중국계인 잉 교수는 2년 전 우편공사에서 발행한 '원숭이의 해' 기념우표를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
백 대표는 "우편공사는 매년 이름 있는 디자인 업체나 경력이 많은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컨셉트 제출을 요청하고, 접수된 작품을 심사한 뒤 결과를 발표한다"며 "잉 교수와 공동으로 제출한 디자인이 채택돼 회사 일과는 별도로 주말마다 우표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 중요한 작업은 백 대표와 잉 교수가 주도적으로 했다.
'서유기(Journey to the West)'의 저팔계는 하늘에선 수군 대장이었지만, 술김에 달나라 선녀를 희롱해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인간세계로 떨어져 돼지가 된 캐릭터다. 백 대표는 "주말마다 밤샘 작업을 했고, 잉 교수와 도안과 스케치 보정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1996년 유학생으로 토론토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조지브라운 칼리지 그래픽 디자인과를 거쳐 2002년 요크대를 졸업했다.
올해로 16년차 디자이너인 그는 굵직한 업체들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으며, OCAD(온주 미술대) 등에서 디자인 강의도 맡으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백 대표는 "올해는 돼지와 인연이 많은 감사한 한 해로 곧 태어날 딸도 돼지띠"라며 "한국일보 독자들도 돼지의 기운을 받아 재물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토론토=윤연주 기자>
17일 토론토 중국문화센터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한 디자이너 백승재씨. 오른쪽은 그가 중국계 교수와 함께 만든 우표의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