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대형 은행 중 하나인 US 뱅크가 고객들에게 다소 비싸지만 무담보의 소액 대출을 재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이 소액 대출은 페이데이 론과 같은 고리에 허덕이는 고객들에게 구세주 같은 상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0~1,000달러까지 3개월 분납 가능 서민들 숨통
400달러 빌리면 수수료 48달러로 만만치 않아
US뱅크 컨슈머 뱅킹 세일즈 및 지원국의 린 헤잇만 수석 부사장은 금액은 100~1,000달러가 될 것이며 고객들은 이 소액 대출을 받아 자동차 수리 또는 의료비용 등 예기치 못한 경비를 조달하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액 융자는 소액의 단기, 고금리의 대명사인 페이데이 론의 대체 상품으로 만들어졌다.
페이데이 론은 최고 400%까지의 이자율을 적용하는데 빌려간 사람이 다음 급여(페이첵)를 받을 때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한다. 페이데이 론은 보통 일반 융자나 크레딧 카드 발급이 어려울 정도로 크레딧 점수가 낮은 사람들이 급전을 위해 사용하는 대출 방식이다.
US 뱅크를 비롯해 웰스파고, 리전스 뱅크와 같은 은행들이 잠시 동안 ‘디파짓 어드밴스 론’이라는 방식의 대출을 한 적은 있었다. 이 대출금은 고객이 다음 급여 수표를 입금 시킬 때 한꺼번에 갚도록 되어 있는데 비싼 비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2013년 은행 감독 기관이 이 대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은행들이 이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그런데 올해 주요 재정 감독 기구인 ‘통화감독국’(the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이 은행들의 소액 대출의 문을 열어졌다.
■소비자 맞춤형
US 뱅크는 새롭게 도입한 소액 대출은 좀 더 소비자 친화적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출은 한꺼번에 갚지 않고 3번의 월 페이먼트로 갚도록 디자인 됐다. 헤잇먼 수석 부사장은 고객들은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후 30일이 지나야 다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은행은 하지만 고객 어카운트에 돈이 부족해 오버드랩트를 해야 할 경우에는 정해진 페이먼트를 어카운트에서 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고객들이 오버트랩트 또는 잔고 부족으로 인한 벌금을 내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US 뱅크 웹사이트에 따르면 400달러를 대출받으려면 48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금액을 연리로 계산하면 71%나 된다.
고객들은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대출 신청을 낼 수 있으며 대출 결정은 자동화된 ‘언더라이팅’ 또는 재정 조사로 빠르게 이루어진다. 고객들은 대출을 받기 전 최소 6개월 전 US뱅크의 체킹 어카운트를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직접 온라인 입금을 해야 한다.
은행은 대출 승인에 앞서 크레딧 조사를 하게 되고 고객의 페이먼트 기록은 신용평가회사에 보고돼 크레딧 기록을 쌓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다만 헤잇만 수석 부사장은 대출을 받기 위한 최소 크레딧 점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회피했으나 일반 대출보다는 더 광범위한 고객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는 회의적 반응
이 새 소액 단기 대출 상품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퓨 체러터블 트러스트’의 닉 버크 소비자 재정 국장은 새 상품이 매우 좋아 보이기는 한다고 말했다.
이 상품이 처음 발표되자 그는 트위터를 통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퓨는 그동안 페이데이 론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이 고객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좀 더 위험성이 덜한 소액 대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해 왔었다.
이번 US 뱅크 상품은 퓨가 지향하던 몇가지 조건과 일치한다. 버크 재정국장은 대출 상환금은 고객의 월 수입의 5%로 제안하고 오버드랩트 수수료를 없애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출 상품은 비교적 비싸기는 하지만 페이데이 론이나 자동차 타이틀 담보 융자보다는 훨씬 비용이 싸다.
■1,200만명 고리대출업체 의존
퓨 리서치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1,200만명이 급여를 담보로 페이데이 론을 받고 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상환 페이먼트를 내지 못하면 새 대출을 받은 때 종종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페이데이를 받은 고객은 평균 520달러의 수수료를 내며 반복해 대출을 받는 사람은 375달러를 낸다.
US뱅크의 새 대출 비용은 페이먼트를 고객 구좌에서 자동으로 지불할 경우 매 100달러 당 12달러의 수수료를 낸다. 만약 고객이 자동 페이먼트를 하지 않으면 100달러 당 15달러로 오른다.
하잇만 수석 부사장은 “비용이 비싼 대출이지만 수수료는 매우 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 소개된 이후 고객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은 반응을 듣고 있다면서 융자 약관도 이해하기 매우 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소비자 옹호 그룹인 ‘센터 포 리스판서블 렌딩’(책임있는 대출을 위한센터)는 융자는 아직도 저소득자가 받기에는 매우 비싸다고 회의적으로 말했다. 단기 소액 대출을 받는 저소득층은 이미 부채로 시달리고 있어 다른 융자를 받을 만한 충분한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센터의 레베카 번 수석 카운슬러는 “잘못된 방향으로 내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은행은 고객의 부족한 체킹에서 돈을 꺼내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페이먼트 자체가 고객들의 구좌에서 빠져 나가기 때문에 또다른 수표가 돌아오면 잔고가 부족해져 결국 오버드랩트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섭 기자>
급여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페이데이 론은 고리를 떼어가 소비자들이 또다른 짐이 된다. US 뱅크는 고객들이 부담을 줄여주는 소액 대출 상품을 시작한다. <Chiara Zarmati/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