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나 벨레즈-리온(29)은 어느날 목이 붓고 온몸이 쑤시고 아픈 몸살 기운으로 죽을 지경이었다. 머리도 아프고 콧물까지 흘러나오는 것이 악성 독감이 분명했다. 그녀는 워싱턴 DC에 사는 변호사다. 아픈 몸을 끌고 출근을 했는데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동료에게 옮길까봐 ‘식데이’를 쓰고 조퇴할 까도 생각해봤다. 그녀는 건강보험은 있지만 주치의 제도는 아니어서 아무 의사에게나 찾아 가도 되지만 예약이 필요해 갈 수도 없다. 응급실을 찾아갈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벨레즈-리온이 찾은 곳은 사무실에게 두블럭 다운타운의 ‘어전트 케어’(urgent care) 센터였다. 간단한 검사 결과 그녀의 증상은 다행히 독감은 아니고 감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클리닉에 들어가 진단받고 문을 나설 때까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벨레스-리온은 이번이 여기를 이용한지 3번째라고 말했다. 그녀가 방문한 시설은 조지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의사 그룹에서 운영하는 ‘맥퍼슨 스퀘어 어전트 클리닉’이다.
이 클리닉은 넓은 공간에 2명의 리셉셔니스트가 근무하는 프론트 데스크, 그리고 9개의 대기실을 갖췄다. 그녀는 “이용이 편리하고 또 빠르며 내 오피스에서도 가깝다”고 소개했다.
■어전트 클리닉 이용 환자 급증
지난 10월 발행된 미국 의사협회 내과 학술지에 따르면 최근 수년동안 어전트 케어 클리닉을 찾는 환자수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15년 대형 건강보험 회사의 공동 연구 결과, 발목이나 손목을 삔 부상이나 호흡기 감염, 독감과 같이 심하지 않은 증상으로 비응급 케어센터를 활용하는 환자 수가 140%나 늘어났다.
이에 반해 심하지 않은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동 기간 중 36%가 줄어들었다.
이에따라 미국내 비응급 상황에 찾는 어전트케어센터의 숫자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국 어전트케어 협회가 가장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전국에 약 8,250개소의 어전트 케어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 또 UCLA가 지난 1월 발표한 “어전트 케어 센터의 주요 역할”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도 2014~2017년 새로 문을 여는 어전트 케어 클리닉만도 1년에 400~500곳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어전트 케어 클리닉의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는 벨레스-리온과 같은 밀레니얼과 X 세대의 이용이 많기 때문으로 연구 보고서들은 보고 있다.학회지는 “비 응급 상황에서 모든 연령대 환자들은 주치의 오피스를 찾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학회지는 “45세 이상 환자들은 시니어들보다도 더 주치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18~34세 밀러니얼 세대나 젊은 X세대(35~44세)들은 나이든 세대들보다 어전케어 센터를 더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응급실 보다 저렴
미국내 201개 어전트케어 클리닉을 운영하는 ‘아메리칸 패밀리 케어’(AFC)의 브루스 어윈 회장은 어전트 케어 센터는 약국의 응급 치료실에서 제공하는 수준보다 한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응급실에서 서비스를 받아야할 응급 환자들을 치료할 시설은 갖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패밀리 케어는 주로 미국 서부와 남동부, 북동부지역에서 어전트 케어를 운영한다. 약국 클리닉은 간호사들이 상주해 기본적인 응급 처치와 독감 접종과 같은 예방 서비스, 그리고 신체 검사 등을 제공한다. 예약 없이도 즉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응급 실은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타 전문 의료진들이 상주하면서 총기 사고와 자동차 충돌, 심장마비, 뇌졸중 같은 심각한 외상환자를 치료한다.
이런 응급실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져 있고 또 의료 전문인들이 혈액 검사, 소변 감사, X선 촬영, CAT 스캔 등을 할 수 있는 진단 장비 역시 갖춘다.
따라서 어전트 케어 센터는 이런 약국 클리닉보다는 높고 응급실보다는 낮은 중간 단계의 의료 시설공간으로 보면 된다. 최소 1명 이상의 의사와 임상간호사(NP), 또는 보조의사 등의 의료진을 갖춘다. 또 X선, 소변검사 장비를 갖추고 있고 어떤 곳은 혈액 검사도 한다. 어윈회장은 “약국 클리닉과 응급실의 중간”이라면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즉시 응답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접근성과 편의성
일반 의사 오피스를 찾으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 전화를 하면 1주 이내에 약속을 잡기 어렵다. 반대로 어전트케이 클리닉은 쉽게 찾아 갈수 있다. 많은 클리닉이 주 7일 문은 연다. 또 주중 영업 시간도 길다. 보통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밤 8시 닫는다.
예약도 필요 없다. 그냥 가면 된다. 어전트 케어 클리닉 대부분은 20분 이내에 의사를 볼 수 있다. 2017년 UCLA 설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가 진단 받고 치료를 마칠 때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어떤 클리닉은 온라인으로도 같은 날 예약을 받는다.
▲광범위한 서비스
어전트 케어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과 부상을 치료받는다.
벨리스-리온이 찾은 클리닉은 천식, 귓병, 호흡기 감염, 게실염, 음식 과민증, 고혈압, 중독 또는 바이러스 감염, 요도염, 다리 삠, 단순 골절, 상처 등등 심각한 병도 치료할 수 있다.
어전트 케어 클리닉이 광범위한 부상과 질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환자들은 별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응급 케어 센터의 매튜 키펜한 디렉터는 어전트 클리닉을 주치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치의는 암, 당료, 심장병, 비만과 같은 환자들의 증상을 관리해 준다면서 이런 만성 질환을 가진 의사는 주치의를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많은 의사들은 어전트 케어 센터의 이용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FC 의사 벤자민 발로는 “어전트 케어 센터는 편리하고 비용도 낮아 즉시 의사를 보고 싶어 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옵션”이라고 전했다.
어전트 케어 클리닉 이용이 높아지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야 하는 응급실 직원에게도 도움을 주는 셈이다. 발로는 “무작정 응급실을 찾지 않게 하는 환자들의 대체 시설로 이런 어전트 클리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용 절약
어전트 케어 센터는 이용이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 UCLA 러렐 스텀미노프 교수는 2016년 시그나 보험의 클레임 데이터를 인용해 “어전트 케어 센터를 찾는 환자 거의 절반은 평균 150달러 미만의 비용을 지불한다”면서 “이에 반해 응급실은 평균 2,250달러”라고 설명했다.
많은 환자들은 코페이만 낸다. 보통 코페이는 100달러 정도다.
가르시아는 20달러를 지불했다. 의료시설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 전문회사인 ‘ECG 매니지먼트 컨설턴트’의 레오나드 헨즈키 대표는 “응급실 방문 비용이 얼마나 비씬지를 아는 사람이 얼마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실 비용의 몇십분의 1로도 어전트 케어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UCLA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어전트 케어 클리닉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환자를 받는다.
<김정섭 기자>
요즘 의사 오피스와 응급실의 중간 형태인 ‘어전트 케어’ 클리닉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Michael Waraksa/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