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순찰대에 구금돼있던 중미 과테말라 출신의 8세 소년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밤 숨졌다.
앞서 이달 초 과테말라 출신의 7세 소녀도 미국 국경에서 억류돼 있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등 한 달 새 어린아이들의 비극적 희생이 잇따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관리해온 이민자 자녀가 사망한 건 두번째이다.
CBP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구금 중이던 펠리페 고메스 알론소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24일 '잠재적 질병의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버지 아구스틴(47)과 함께 뉴멕시코주 앨라마고도의 '제럴드 챔피언' 지역 의료센터로 옮겨져 감기와 고열 진단을 받았다.
알론소는 병원에서 90분간 머문 뒤 항생제와 진통·해열제 처방을 받고 퇴원 조치 됐으나 그날 저녁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보여 다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숨졌다고 CBP측은 밝혔다. CBP는 당초 소년의 사망 시점을 '25일 0시가 지난 직후'라고 밝혔다가 이후 성명을 내고 '25일 0시 직전', 즉 24일 밤 늦게로 정정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CBP 측은 "사인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국토안보부와 과테말라 정부에도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CBP는 구체적인 구금 장소를 밝히지 않았지만, 앨라마고도는 주요 국경지대 도시인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북쪽으로 90마일떨어진 곳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 부자는 지난 18일 텍사스주 엘패소를 통해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었고, 최종 목적지는 테네시주 존슨 시티였다. 알론소는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고 그의 아버지 아구스틴의 말을 인용해 과테말라 영사관측이 전했다.
이들 부자는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450km 떨어진 넨톤이라는 고향 마을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8일에도 과테말라 출신의 7세 소녀 재클린 칼 마킨이 아버지와 함께 뉴멕시코주의 국경을 넘었다가 국경순찰대에 체포된후 탈수와 쇼크 등의 증세를 보여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숨졌고, 결국 시신은 지난 23일 고국으로 운구됐다.
한편, 불법 입국자들은 일시적으로 CBP 시설에 머물다가, 이후 석방되거나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장기구금 시설로 이동하게 된다. 이 때문에 CBP 시설에서는 72시간 이상 구금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폭스뉴스는 설명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국경지대에 구금된 아동들의 잇따른 사망 사건을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강경 기조를 비판할 것으로 보인다.
'슬픈 귀향' 아버지와 함께 미국에 불법 입국하려다 구금돼 탈수와 고열 등으로 숨진 과테말라의 7살 소녀 재클린 칼의 시신이 든 흰색 관이 25일 고향인 과테말라의 산 안토니오 데 코르테스 마을에서 영정을 앞세우고 장지로 운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