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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아침] 새 달력의 미소

지역뉴스 | | 2018-12-22 18:18:56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한장 남은 묵은 달력이 숨가쁜 질문을 던진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까. 세월이 가자는 대로 순순히 따라오셨습니까. 세월이 그토록 믿을만 하시던가요. 세월의 여울목에서 맴도는 시간들이 강한 눈 빛으로 타이름을 던져주고 있다. 새 달력 앞에 서면 몸도 마음도 정중하게 추스르게 된다. 모든 인류, 남녀노소 무론하고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 앞이라서 자연스레 매무새를 다듬게된다. 세월에 실려온 삶의 부피가 살아오며 쏟아온 정성의 결정체가 되어 한해의 마지막 종착역임을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미래라는 이름으로 하얀 여백을 준비하고 새로이 만나게될 시간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정중함도 겸하게 된다. 삼백 육십 다섯개의 하루들이 나란히 정열하듯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 앞에 침전된 세월의 앙금을 눈여겨 보게된다. 세월의 흔적을 덮고있던 세모의 액트를 조심스레 걷어보노라면 그 속엔 나무가 울창하고 바람은 여전히 옮겨다니고 오붓한 숲길이 정갈하게 뻗어있음에 마음이 놓인다. 세월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남은 날들을 하늘에 맡끼며 걸어가라한다. 

남은 날들이 줄어들기시작하면 살아온 날들의 하루들이 도란도란 남은 날들의 이야기를 나눌 것 같기도하고 묻어둔 이야기들을 속삭이느라 분주해질 것 같다. 달력의 마지막 장 앞에 서면 마치 숙제검사를 받는 기분이 되기도하고 고단하고 어지러운 세상살이를 견디며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다며 넙죽 인사를 건네오는 것 같다.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끌어안으며, 끝나지 않은 날들에도 마음을 기울이며, 새해를 기다리는 염원까지도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365일이란 시간을 다 써버린 낡아진 기록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시간이 담겨진 새로운 여백의 시간을 걸어두는 일들이 습관처럼 죄책감 없는 행위들로 해마다 행해지고 있음이여! 새로운 도안과 디자인으로 일상을 간편하게 관리하도록 편의와 친절이 해마다 다양하게 달력을 장식하고 있다. 하루들이 종잇장처럼 미련없이 넘겨지고, 종이와 종이가 단결하듯 손을 잡으면 한달이 우리 곁을 떠나버린다. 한달들이 눈 서너번 깜박이다 보면 계절을 떠나보내고 다음 계절을 불러들이고 있는데도 행사며 모임이나 기념일을 챙기느라 동그라미를 그려놓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임을 잊은 채 해마다 같은 반복임 조차에도 인생이란 ‘그럴수도 있지’라는 여세추이한 치장을 하기에 익숙해 있다.   

새 달력을 받아들때면 마치 과거를 떼어내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받아드는 것 같은 착각이 일지만 후회스러움을 거두어내고 소망을 다시 펼 수 있다는 위로를 염치없이 붙들게 된다. 가족의 생일들을 기억하기 위해 새 달력 위에 그려질 동그라미들이 마치 내가 만든 시간의 마디마냥 일상이 잠깐씩 머물 수 있는 간이역처럼 느껴지는 것은 수 없이 번복된 일상들을 조금은 색다른 시간이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숨길 수 없음이다. 시간의 여정을 어찌 별다른 특이함을 요구할 수 있을까만 동그라미가 그려진 공간마다에서 얼핏 반짝이는 희망같은 빛을 언제 부터인가 기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새 달력을 열때 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허망함을 맛볼 때도 있음이요, 살아온 노정에서 벗겨진 비늘의 흐느낌으로 들릴때도 있었기에 다가올 시간조차도 초라해지면 어쩌나 하는 기우도 기웃거린다. 날이 날마다 꼭 닮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사실도 신비롭다. 어느 한 날은 청명했고 어느 날은 요란한 폭풍에 비바람이 흔들어대기도 했었고, 때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고, 나날이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평온으로, 버릴 수 없는 기록을 남긴 날도 있지 않았던가. 

이렇듯 하루들이 씨줄 날줄로 엮어지면서 일생을 직조해 간다. 기차가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세월이 바람처럼 시간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새 달력을 받아든 지가 엊그제 같은데 바람같은 세월의 촉수를 더듬을 수도 없는 것이라서 한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걷어내야하는 달력이 연민을 불러들인다. 염치없이 열두장의 귀한 선물을 다 써버렸다. 당김줄의 긴장감도 놓아버린채 속없이 낭비해버린 것이다. 구겨진 시간들을 다림질할 여념조차 없어보이는 초로의 여인에게 마지막 장의 달력이 꾸짖음을 던져주고 있다. 시간의 한올한올을 나이테처럼 새겨가고 있었다고. 세월을 넘어선 달력의 숫자들이 아우성할찌라도 어제 같았던 새해 아침이 어느덧 기울어버렸으매 새 달력 분량 만큼의 기대를 품고 새해를 열어가야 하리라. 달력의 내일들은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견고한 진리를 품고, 모든 아름다움과 평온으로 순전한 생의 능선을 예약하고 있기에, 기다림과 설렘의 미묘와 꿈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 담긴 매일의 내일이 있기에, 소자에게 물 한그릇을 대접할 수 있는 비켜간 기회를 다시금 얻을 수 있기에, 새해 달력과의 묘한 사랑을 꿈꿀 수 있음이 버거운 감동으로 안겨온다, 새 달력의 미소가 가슴을 방정 [芳情]함으로 애틋하게 울림한다. 새 해, 새 아침, 새 달력과의 만남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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