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병역의무 강화
기존 면제자에 확대적용
재외국민들에 대한 병역 의무가 지난 5월부터 대폭 강화되면서 미국 태생이거나 어려서 이민 와 계속 미국에 거주한 한인 2세 남성들이 한국 병역법상 병역의무 대상자에 해당되더라도 성장환경을 고려해 실제 징집을 면제해주는 ‘재외국민 2세 제도’에 해당되는 미국 출신 한인들의 상당수가 재외국민 2세 지위를 상실, 입영 통지서를 받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1984년생 미국 시민권자로 한국에서 취업을 해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지난 주 집으로 날아든 병역법 개정 안내문을 받은 뒤 한숨만 내쉬고 있다. ‘기존에 받았던 병역 면제 혜택이 법 개정으로 사라져 3년 이내에 입대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고교까지 미국에서 졸업한 이씨는 거주지 대사관으로부터 ‘재외국민 2세’를 인정받고 병역 부담 없이 한국에 체류했으나, 이번 재외국민 2세 상실규정 개정으로 입영대상자로 분류된 것이다.
이씨는 “병역법 개정으로 사실상 면제 판정을 받았던 1994년 이전 출생자들까지 다 입대해야 할 상황”이라며 “직장도 한국에 있고 책임져야 할 아내와 아이가 있는 가장들도 많은데 너무한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지난 5월29일부터 병무청이 ‘재외 국민 2세 지위상실’ 대상을 확대하면서 병역의무가 없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재외 국민 2세 수혜자들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재외국민 2세 지위상실규정(병역법시행령 제128조 4항, 7항 및 부칙 2조)이 1994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에게만 적용됐으나 출생연도에 따른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관련 규정을 1993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 등 모두에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2세란 국외에서 출생했거나 6세 이전에 출국해 18세가 되기 전까지 계속 국외에서 거주한 자로 어릴 때부터 언어·교육·문화적으로 다른 생활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인정받아 징집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정부는 병역 회피를 위해 일정 기간 외국 생활을 한 후 국내에 자리잡는 ‘무늬’만 재외 국민 2세가 속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993년 이후 출생자부터 한국에 머무른 기간이 3년을 초과하거나 본인 또는 부모가 영주귀국을 신고한 경우 ‘재외 국민 2세’ 지위를 없애고 병역 의무를 부여한 가운데, 올해 5월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는 1994년 이전 출생자도 지위상실 요건에 해당할 경우 병역 의무를 지게 된다.
이씨는 “나이가 어렸다면 국방 의무를 수행하고 한국으로 영주 귀국하는 길도 선택할 수 있지만 갑자기 끌려가야 한다면 결국 생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