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에서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법원의 균형을 유지해온 앤서니 케네디(82) 대법관의 퇴임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에 보수 성향 법관을 임명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그의 퇴임은 보수에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이미 강경 보수성향의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방대법원마저 보수로 기울게 되면 자칫 삼권분립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1988년부터 지난 31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한 그는 법원의 찬반이 팽팽히 갈렸던 주요 사안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여러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었다. 그는 비록 연방대법원이 판단한 논쟁적 주요 사안에서 중도 성향을 보이긴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보수성향을 보인 법관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6일 이슬람권 5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소송 판결에서는 보수 측 주장에 힘을 실어 합헌 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케네디 대법관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보다는 사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열린 마음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인물로 기억된다.
그의 재판연구원을 지낸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케네디 대법관이 중간자였던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는 사안의 모든 면에 대해 고심했고 무엇이 옳은 답인지를 두고 대다수 법관보다 더 숙고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이유로 이미 현저히 보수로 기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케네디 대법관의 부재와 보수 성향 후임이 그를 대신해 연방대법원에 입성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츠는 "케네디 대법관과 연방대법원은 법의 지배에 저항하는 세상에 맞서 이를 수호해왔다"며 "그런 이유로 그의 퇴임은 카오스(혼란)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유도하려 들면 법원의 정통성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