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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사진이 버릴게 없다

지역뉴스 | | 2018-06-23 18:18:21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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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남동생이 가족들의 안부와 함께 소장하고 있었던 사진들을 보내왔다. 장남 자리에서 간수하고 지니고있던 빛 바랜 흑백사진들이 예쁜 박스에 하나 가득이다. 동생도 나이가 들어가시나보다.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이 가슴을 곡진하게 흔들어댄다. 유년에서 이민 떠날 무렵까지 사진들이 고결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아스라한 별처럼 멀리계시던 그리운 부모님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뵙게되었다. 아버님께선 젊으셨을 때 모습으로 사진 속에서 금방 걸어나오실 것 같다. 다사로운 온기가 전해지면서 마음에도 인생에도 꿈을 만난 것 같다. 수목이 우거진 마당엔 계절을 알리는 꽃이 피었고 깊은 우물이 있던 정원 풍경도 아스라히 사진 속에 남겨져 있다. 칠십여년 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세발자전거에 앉은 동생과 함께하신 아버님의 사진이며, 송도 해수욕장에서 가족 물놀이를 즐겼던 그 시절로 섬뻑들어서 버렸다. 사진 속 바다 물결은 더 이상 파도로 너울대지 않는다. 나무도 더는 자라지 않고 가족들도 더 이상 나이먹지 않고 멈춰진 그 때 그 시간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살아온 날들이 세월을 빗대가듯 이제금 마주하게된 흑백 사진처럼 색이 바래지고 있지만 나이를 더해갈수록 추억은 더욱 소중해지고 그 추억들을 보듬으며 살아가게 된다.

여학교 시절, 삼삼오오 어울렸던 시간들이 멈춰진 순간 속에서 마냥 영원한 젊음인양 머물러 있다. 사진 속에 정체된 푸르렀던 그 날들의 마음까지도 그리 낡지않은 채 흐르는 시간 위에 깃들어 있음을 본다. 어느 결에 추억을 되새김하는 연륜으로 다가섰구나 싶다. 사진 귀퉁이가 닳아지고 누르스름하게 변색으로 바랬지만, 전란시절이었는데도 학년마다 남긴 단체사진이며 수학여행 사진에다, 졸업앨범까지 남겨져 있다. 한국 정계와 재계와 학계에 우뚝선 동창들의 아련한 모습이며, 그리운 선생님들을 사진으로나마 만나 뵈며 뵙지 못한 세월들을 손꼽아본다. 세월을 간수해온 동생의 손길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백일사진 돐사진까지 사진이 품고있는 시간들이 헤적헤적 먼 이야기를 풀어내고 국민학교 졸업여행에 어머니와 동행했던 경주 수학여행의 여정도 생생한 기억들을 소환되어 온다. 환한 미소 속에 정지되어 있는 시간들이 장황한 회상을 불러모은다. 돌아올 수 없는 요연한 시간의 망막함이 아득하게 머흐르듯 머물고 있다. 가족들의 숨결이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린다. 가장 든든하고 기댈만한 사랑의 의지가 가족이었음이 새롭듯 돋보인다.   

계절이 바뀔 때를 기회삼아 비움의 실천으로 감행하려는 결단의 기회가 닿이면 버릴 것들을 선정하듯 추려내고 간추려온터라 더는 나눌 가구도, 입성도, 버릴 책도 없거니와 버릴 사진이 없게 되었다. 이즈음은 전자 앨범으로 사진을 저장해두지만 여직껏 아나로그 세대라 자부한지라 옛방식을 고수하며 가족 사진첩을 간수해오고 있다. 가족 앨범이 스무권을 넘어섰다. 중복된 스틸들을 보관용 박스에 담아둔 것도 여러개째다. 딸내 가족별로 편집을 해두어 어느 가족이 방문해도 쉽개 꺼내볼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해 두었다. 가는 빗소리가 창 밖에서 웅성거리는 날이면 촉촉하게 젖어드는 서성거림이 사진첩을 꺼내보게 만든다. A 로 부터 시작된 사진첩이 T를 채워가고 있다. A 첫 장을 열면 51년전 면사포를 쓴 결혼사진이 생경스럽게 반긴다. 최근에 딸내들이 보내온 사진 속 손주들이며, 네 딸들의 돐사진, 백일사진들이 마음을 붙들어 다음장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세월 없다. 손주들이 훌쩍 커버린 사진 속엔 할아버지 할머니 키가 제일 작다. 

사진첩에 빠져들다보면 여대생 시절 속으로 헤집고 다니기도 하고, 젊은 새댁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세월을 가로지르듯 대학 졸업사진까지 용트림 같은 세월의 길목에서 추적을 당하는 것 같다.   한국을 떠나면서 공항으로 배웅나온 교우들과 찍은 사진들 또한 오래도록 시선을 붙든다. 불시에 찍은 사진들로 유쾌한 웃음이 유발된다. 딸아이들의 결혼사진이 불현듯 세월의 유수함을 불러오지만 손주의 돐사진이 세월을 접질러버린듯 어느새 대학졸업 사진으로 가슴을 터억하니 두드린다. 세월의 징검다리를 스치는 물살의 흐름처럼 속성 연결 동작의 오버랩을 보고있는 것 같다. 자꾸만 자꾸만 어루만져진다. 그리 가깝지도 않은, 그리 멀지도 않은 날, 사진 마저 다 두고 떠나게 되는 날을 위해 딸아이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어야할 것이라서 사진을 추려보느라 보고 또 보며 선별해보지만 버릴 사진이 없다. 마지막 떠나는 시간을 알 수 있다면 미리 다 정돈하고 최소한의 정리를 위한 손길만 남겨두고 가야할터이지만, 이렇듯 추억에 젖어있고 싶은 시간들을 밀어낼 수 없음이라서, 언제까지 추억을 붙들 수 있으려나 환상 같은 상념이 감미로운 선율이 되어 마음을 흔든다. 남겨질 사진을 더는 만들지 말자며 다짐하는 마음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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