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방대법 판결
예상깨고 5대4 결정
"폭력범위규정 애매"
중범 유죄가 확정된 이민자들에 대해 추방시키도록 규정한 이민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연방대법원은 17일 필리핀 국적의 영주권자로 2차례에 걸쳐 연쇄 주택침입절도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후 추방명령을 받은 디마야가 연방법무부의 상대로 추방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제기한 소송과 관련, 찬성 5 반대 4로 디마야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992년 13세때 미국에 입국한 디마야는 지난 2007년과 2009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주택침입절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고, 2010년 이민법원은 연쇄 절도는 이민법상 추방 가능한 '가중 중범(aggravated felon)'이라며 추방을 명령했다. 이에 디마야는 2015년 샌프란시스코 연방 9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이날 대법원에서 또 다시 승리한 것이다.
연방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문제의 이민법 조항은 ‘폭력 범죄’(crime of violence)를 저지른 이민자에 대해 추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의 범위가 너무 애매하다”면서 2015년 항소법원이 밝힌 판결 취지와 동일한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임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 취임 후 첫 케이스로 법조계 및 이민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고서치 대법관은 이날 예상을 깨고 진보 성향의 네 명의 대법관에 힘을 보탰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합법적 신분의 범법 이민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추방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란 게 이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체자는 물론 합법신분의 이민자에 대해서도 범법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추방 조치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 그 동안 이민사회는 불만과 함께 불안감을 나타내 왔다.
또 최근에는 미국 시민과 결혼해 합법적인 이민자 신분을 얻으려고 대기 중인 이민자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하는 사례가 늘어 이들을 대신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결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의 정례적인 상담에 참석했다가 체포된 로드 아일랜드주의 한 여성도 포함돼 있다.
ACLU는 트럼프 행정부가 결혼을 통해 합법적 이민자 지위를 얻으려는 법 절차를 지킨 사람들을 구금, 추방하려 함으로써 법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소송을 포함 현재 진행 중인 추방소송은 물론 앞으로 진행될 추방소송에서도 이날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우빈·서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