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이 치매 위험요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치매 예방 클리닉의 리자 모스코니 박사는 폐경이 뇌의 대사기능을 크게 떨어뜨리며 이러한 뇌 활동 저하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0일 보도했다.
폐경이 가까워진 폐경 주변기(peri-menopause) 여성과 폐경이 시작된 여성은 폐경 전(p-menopause) 여성에 비해 뇌의 여러 핵심 부위에서 뇌세포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 대사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모스코니 박사는 말했다.
40~60세 여성 43명(폐경 전 여성 15명, 폐경 주변기 여성 14명, 폐경 여성 14명)을 대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뇌 핵심 부위들의 포도당 대사를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폐경 주변기 여성과 폐경 여성은 실제로 미토콘드리아 시토크롬 옥시다제(mitochondrial cytochrome oxidase)라는 중요한 대사효소의 활동이 저하되고 표준기억력 테스트 성적도 낮았다고 모스코니 박사는 설명했다.
폐경 주변기 여성과 폐경 여성이 폐경 전 여성에 비해 나이를 더 먹었다는 것을 고려했어도 이러한 뚜렷한 차이는 여전했다.
이 결과는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상실이 단순히 생식기능 저하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여성의 뇌를 보호하는 핵심 수단이 없어지면서 뇌의 노화와 치매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모스코니 박사는 강조했다.
뇌의 이러한 포도당 대사기능 저하(hypometabolism)는 초기 단계의 치매 환자와 치매 모델 쥐의 뇌에서도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이는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것을 고려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치매에 잘 걸리는 오랜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모스코니 박사는 지적했다.
폐경이 우울증, 불안, 불면증, 인지기능 저하 같은 뇌와 관련된 증상들을 유발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에스트로겐의 감소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모든 뇌 세포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어서 이를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뇌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활동도 줄어 뇌 기능 저하와 함께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폐경 초기단계에서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안전한지를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모스코니 박사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