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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세월이 만져지다

지역뉴스 | | 2017-08-05 19:19:28

김정자,행복한아침,수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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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반 무렵에 고국을 떠나 이국만리 애틀랜타에 둥지를 튼 이민 동기생을 만났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민길에서 만나게된 나그네들의 적응기는 몇번을 리바이블 해도 들을 때마다 새롭다. 길 동무를 만나 열 아홉해가 되던 해에 이민 길에 올랐다. 올해로 낯선 땅에서 어렵사리 몸을 비빈지가 서른해를 훌쩍 넘어섰다. 친척중 한 두명은 이민으로 떠났다할 무렵, 고국을 등지고 꿈과 희망을 선망하며 낯선 땅을 찾은 세대들은 생계를 위해 불철주야 달려야만 했었다. 해방 전후에 출생해서 한국전쟁으로 천막교실을 전전하며 판자교실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4.19와 5.16을 겪으며 파독 광부로 간호사로 중동 건설현장에서 산업화의 주역으로 젊음마저 제대로 소모하지 못한  세대들이다. 가정을 이루고 한참 아이들이 자랄 즈음엔 오일쇼크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시절, 나라에 보탬이 되려는 애국 애향심과 자녀들의 앞 날을 위한다는 거룩한 사명을 품고 이민자의 길을 자처한 그 시절 그 날들이 엊그제 같다. 

1세들의 결정에 선택의 여지없이 이 땅으로 건너온 2세들은 부모의 생계에도 외면할 수 없었던 딱하고 애틋한 연민과 동기화를 불러일으킨다. 처음 접하게 되는 문물에도 적응해야하고 인종차별에 시달리며, 낯선 언어에도 적응해야하며 학업 또한 게을리 할 수 없는 다중고를 안고 이국생활을 개척해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이었다. 콩나물 교실에 오전 오후반으로,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부모 옷자락을 붙들고 낯선 땅에 들어선 기억에 남을만한 고향이 없는 세대들이다. 굳이 고향 음식이라는 맛감에도 정체성이 부족하다. 고국의 빼어난 풍광과 절경에 대한 자부심에도 미숙하다. 학창시절의 따습은 추억에도 아련함이 없는, 젊음에 뜨겁게 부대끼는 낭만조차 정한데 없는 어정쩡한 문화를 누릴 수 밖에 없는 세대들의 사연과 노고에 가슴 아프다. 고향을 노래하는 시를 쓸 수 조차 없는 정체성에 겪고 있는 우리네 2세들이 걸어 온 길을 예쁜 전시관을 만들어 남기고 싶다.  

향수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국을 방문했을 땐 나그네 삶의 넉두리를 들어주는 고향이 아니었고 미국거지라는 엉뚱한 이름표를 붙여주면서 이민자들을 문화적, 언어적 양서류로 방황하게 만들더라는 것이다. 낯설지만 새로운 여정을 찾아온 것이지 하냥 편한 삶을 찾아든 것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결핍과 혼란의 시대에 고국을 빠져나와 낯선 문화라는 높은 산을 오르며 극복해낸 아름다운 경지를 몸소 체험했다는 자부심이 가슴 밑바다에서 뜨겁게 용트림하고 있음을 고국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 시절의 세대들은 부모를 향한 효심과 아이들을 목숨처럼 품고 길러 온 훈훈한 세대였음도 자랑스럽다. 기다려주는 고향이 있노라고, 고향에서 보냈던 유년의 추억을 가진 세대로 아날로그적 낭만을 누렸던 세대요 일제강정기 시대의 잔재를 기억에 담고있는, 해방과 춘궁기를 알고있는 세대란 것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세워내는데 든든한 초석으로, 절전과 둘 낳기운동과 밀가루 먹기 운동에 동참했던 혹독한 세대였지만 불평 불만없이 고향을 사랑할 줄 알았고 남의 땅에 와서도 몸을 사리지 않으며 인내하며 작은 성취들을 이루어낸 대견함으로 서로를 아끼고 민족정서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세대들이라 인정해주고 싶고, 인정 받고 싶다.  가슴 벅찬, 그 시절 그 날들을 살아온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가족을 실은 둥지가 망망한 세월의 대해에서 거센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표류하지 않은 것은 창조주께서 비쳐주시는 등대 따라 안정된 포구로 찾아들었기 때문이리라. 결이 만져지지도 않는 세월의 도도한 흐름에도 수구초심하는 이민자들의 향수를 고국이 기억해줄리 만무하기에 시대유감으로 망연해지기도 한다. 애잔한 그 세월들을 어루만지듯 지그시 매만져 보고싶다. 어느덧 하늘을 붉디붉게 물들이는 장려한 해넘이 여정으로 접어들었다. 이국 나그네로 살아낸 세월이 밑그림이 되어 남은 날들을 살아온 날들보다 극진하게 참되고 규모있는 보람으로 이루어내기 위해 희망의 불씨를 지펴내며 불꽃으로, 풋정처럼 타오르게 하리라. 이방인으로 견뎌온 세월이 그리 길었던 것 같지도 않고 짧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 이제사 한웅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세월이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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