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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분노의 용도〈The Uses of Outrage〉

지역뉴스 | | 2017-03-13 18:22:38

콜 크루그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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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정권장악에 분노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처음 몇 주는 대규모 항의시위와 타운 홀을 가득 채운 성난 군중, 트럼프와 한 통속인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 등으로 점철됐다.  그리고 민주당은 정치적 지지기반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정권과의 협조에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인가? 사실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태를 차분하게 지켜보라는 목소리를 피할 수 없다. 보다 건설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절충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는 단호히 “No”라고 대답하라.  현재 미국에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분노는 정당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실제로 지금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좁은 의미의 당파적 측면에서도 민주당원들은 지지기반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단 훼방꾼으로 찍히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지난 수 십년간 눈 감고 귀 닫은 채 잠만 잔 사람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깨달은 바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한번 물어보자. 민주당은 조지 W. 부시에 협력한 대가를 받았는가? 오바마 대통령에 극렬히 반대한 공화당은 정당한 벌을 받았는가? 이제 허튼 망상을 털어내고 현실적이 되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세력의 핵심인 백인 근로층 유권자들은 봇물처럼 터져 나온 스캔들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들은 일자리를 되찾아오고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겠다는 공약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투표에서 뒤진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이 그보다 훨씬 비윤리적인 일을 저질렀다는 언론과 연방수사국(FBI)의 오도된 주장을 대학교육을 받은  상당수 유권자들이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면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패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불편한 진실에 눈 뜬 유권자들은  앞으로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의 분노는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잃어버린 하원 지배권을 되찾는데 대단히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빼앗긴 하원을 탈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지을 선거구들은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은 유권자들과 히스패닉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들은 백인 근로층과 달리 트럼프의 국정농단을 좌시하지 않을 집단이다.  그러나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트럼프가 한 일을 은폐하려 작정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감안하면 의회를 통한 정당 정치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그 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중의 분노가 우리를 지켜줄 최후의 방어수단이다.  트럼프는 분명 독재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이고 다른 공화당원들은 그의 자발적인 조력자들이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런 현실로 볼 때 미국이 무늬만 민주주의 국가일 뿐 실제로는 독재국가인 헝가리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새로 떠오른 전제주의국가는 국가 권력을 이용해 정부의 본체 밖에 존재하는 기구들로 구성된 시민사회를 협박하고 멋대로  조직하려든다.  언론은 협박과 매수를 통해 지배집단의 실질적인 선전기관으로 전락한다. 기업은 지배층의 친구들에게 상을 주고 적들에게 벌을 주라는 압력에 시달린다. 독립적 공인들 역시 그들에게 협력하거나 아니면 침묵할 것을 강요당한다. 많이 들어본 얘기인가?   그러나 분노한 대중은 여기에 맞설 수 있고, 또 맞서야 한다. 거부의 힘을 이용해 부패한 정부의 영향을 밀어내야 한다.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언론기관들을 지지하고 정권의 하수인 역을 하는 매체들을 솎아내야 한다. 우리의 가치를 수호하는 기업을 후원하고 우리의 가치를 약화시키는 기업을 멀리해야 한다.  비정치적인 직업을 가진 공인들에게 대중은 그들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혹은 반대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지금은 결코 정상적인 시기가 아니다. 상황이 지금처럼 꼬이지 않았던 때에는 무심코 받아들여지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신문사들이 트럼프의 우군에게 아부하는 기사 혹은 행정부의 거짓말에 대해 두루뭉술한 기사를 내보는 것은 이제 괜찮지 않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트럼프에게 없는 공을 돌리며 홍보용 사진촬영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용인하는 것은 좋지 않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정부의 각종 패널에 고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것 역시 홍보용 들러리를 서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묵인될 수 없다.  심지어 대통령과 골프를 치는 것조차 옳지 않다.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대한 존경을 보이기 위해서라고 둘러대겠지만 헌법을 약화시키려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안 된다.  트럼프에게 정당성과 존경심을 부여하는 모든 것이 정치적 행위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삶과 정치가 구분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할 것으로 확신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정치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를 방어하는 행위 역시 필연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당화된 분노는 우리의 가치를 방어하는데 필요한 연료를 제공한다.  대통령과 의회의 우군들이 미국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존경의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운털 박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노한 대중이 우리가 가진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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