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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경제적 오만에 관하여〈On Economic Arrogance〉

지역뉴스 | | 2017-03-06 18:12:42

폴크루그먼,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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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뉴욕시립대 경제학 교수

-1999년~현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미국 경제가 독립기관인 의회 예산국(CBO)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예상보다 거의 2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예산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 이처럼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할 진지한 분석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재정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이도록 만들려는 숫자노름이 끼어든 것뿐이다. 이런 장난을 칠 만한 인물은 추측컨대 도널드 트럼프가 유일할 것이다.   그는 사상 최저치 근처로 떨어진 범죄율이 실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고 우기는가 하면 지난 대선 당시 전국 득표율에서 뒤진 이유가 상대진영에서 행해진 수백만 건의 불법투표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 나라’에서 정확한 수치란 그들이 보기를 원하는 숫자를 일컫는다. 뉴스도 그들의 원하는 것 이외는 모두 가짜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 근거 없는 오만이 트럼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공화당원들이 공유하는 새로운 규범(norm)이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극단적인 성장 낙관론이 잠꼬대 같은 주장이라는 사실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트럼프 팀은 앞으로 10년간의 성장전망을 3%에서 3.5%사이로 내다본다. 전례 없는 전망은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 경제는 3.4%의 성장률을 유지했고 빌 클린턴 행정부 아래서는 평균 3.7%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현 상황에서 재연하기 힘든 성장속도다.  

레이건 시절은 베이비부머들이 꾸준히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던 시기였다. 반면 지금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근로연령 인구증가율도 기어가는 수준으로 둔화됐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베이비 붐 세대 노동인구 변화만으로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1%가 낮아진다. 게다가 레이건과 클린턴은 각기 전임자들로부터 실업률이 7%를 웃도는 침체된 경제를 물려받았다. 이처럼 경제침체가 심했기에 실업자들의 노동현장 복귀는 해당분야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현재 실업률은 5% 아래에 머물고 있고 다른 지수들 역시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에 근접한 상태임을 가리킨다. 고속성장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성장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획기적인 생산성 증가다. 아마도 자율비행 차량이 대거 등장한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경제 계획을 수립할 때 진지하게 가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보수적인 경제정책의 결과에 의존해 기대할만한 전망도 아니다.  

이미 얘기했듯 감세와 규제철폐가 엄청난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유독 트럼프-푸틴 행정부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제브 부시도 같은 소신을 피력했고 원내 공화당원인 폴 라이언 역시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같은 오만스런 주장을 정당화할 역사적 기록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레이건은 대단히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부유층을 상대로 증세를 단행한 빌 클린턴은 이로 말미암아 경제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우파의 확신에 찬 예고에도 불구하고 레이건보다 더 빠른 경제성장을 일구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8년의 심각한 경제 붕괴를 배제한다 해도 선임자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다. 2013년의 부유층 세금인상과 2014년도의 의료개혁법 시행 등 우파가 끔찍이 싫어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2가지 주요 정책은 일자리 창출속도를 조금도 둔화시키지 않았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 심화 현상은 주 정부 차원의 경제정책 실험을 부추겼다. 

골수 우파가 장악한 캔자스 주는 큰 폭의 감세가 빠른 경제 성장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세금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고속 성장 대신 예산위기가 찾아왔다. 실패를 자인한 캔자스 주 의원들은 지난주 대규모 증세안을 통과시켰다.  캔자스 주가 우경화 중이던 당시 캘리포니아 주 의회의 다수당 지위를 방어한 민주당은 증세를 결정했다. 보수주의자들은 “경제적 자살”이라고 떠들었지만 지금 캘리포니아 경제는 잘 나가고 있다.  결국 모든 증거는 감세와 규제철폐가 경제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주장의 반대편에 서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공화당 전체가 똘똘 뭉쳐 감세와 규제철폐만이 온갖 경제 문제를 풀어낼 정답이라고 끈질기게 우기는 것일까?   

아직도 진지하고 솔직하게 경제 해법을 논의하고 있는 양 꾸미는 것이 그럴싸하게 보이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집어치우고 경제정책이 누구의 이익을 섬기고 있는지에 관해 말해야 한다.   억만장자의 세금을 줄이는 한편 사기꾼과 오염유발자에게 사기를 치고 오염을 일으키는 자유를 주는 것이 경제 전반에 유익한지 아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감세는 분명 억만장자, 사기꾼, 오염유발자 모두에게 이롭다. 선거자금법의 현상 유지는 정치인들이 실패한 독트린을 계속 옹호하게 만드는 분명한 인센티브를 창조한다. 또한 싱크 탱크들로 하여금 실패한 독트린에 대한 새로운 변명거리를 끊임없이 꾸며내게 부추긴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도널드 트럼프가 다른 공화당원들보다 더 나쁘지는 않다. 다만 불행스럽게도 더 나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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