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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일자리는 잊고 트럼프 서커스나 즐겨라

지역뉴스 | | 2017-02-23 20:07:10

파리드 자카리아,칼럼,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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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라고 가정해보자. 흔히 말하듯 워싱턴의 정치노름을 끝내고 행동과 결과에 집착할 경제 대통령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의 기이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지지표를 던진 정직하고 근면한 미국인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처음 몇 주간은 “움직임을 전진과 혼동하지 말라”는 글쟁이 알프레드 몬타퍼트의 경구에 대한 삽화였다. 우리는 맹렬히 몸을 흔들어대지만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흔들 목마’ 대통령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대선 승리이후 도널드 트럼프는 거의 매일 뉴스를 지배했다.  사사건건 언론에 시비를 걸었고 대선 압승, 취임식 참관 군중의 규모, 그날의 날씨, 불법투표인 숫자 등 대부분 가짜인 기괴한 일련의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카니예 웨스트에서 잭 마, 신조 아베, 저스틴 트뤼도에 이르기까지 기회가 닿는 대로 홍보용 사진도 찍었다.  지금 그는 러시아와의 내통의혹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그러나 이런 부산스러움의 와중에서 그가 실제로 성취한 일은 거의 없다.  

지난 목요일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듯 많은 일을 해낸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Vox의 매튜 이그레시아스에 따르면 취임직후 같은 시점에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회생을 위한 1조 달러 규모의 경제부양법안에 서명했고 400만 명의 무보험 어린이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했으며 부당노동행위 고발기준을 완화했다.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빌 클린턴과 존 케네디, 해리 트루만은 각각 24건과 26건, 55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랭클린 시어도어 루즈벨트(FDR)는 무려 76건의 법안에 대해 의회 승인을 이끌어냈다. (연방의회의 상하원이 모두 공화당 수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10건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글레시아스는 백악관이 주요 행정입법안에 관해 의회와 본격적인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는 연방 상원의 인준을 필요로 하는 696개의 주요 공직 가운데 트럼프는 지금껏 661명의 후보를 내정하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요란스런 팡파레를 울려대며 일련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이 역시 오바마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맹탕이다. 일부 기관에 특정 법률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 혹은 일부 조치를 “고려”하거나 오랜 관행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나마 일시적 여행금지를 규정한 반 이민 행정명령은 치졸한 구상과 내용으로 법원에 발목이 잡혀 재발령 수순을 밟거나 폐기될 운명이다. 

폴리티코 매거진에 실린 최근 기사를 쓰기 위해 대통령의 모든 행정명령과 포고령을 면밀하게 분석한 자카리 카라벨은 “이제까지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 보여주었던 것과 동일한 행태를 취했다”고 결론지었다.  늘 언론의 주목을 끌어 모으려 노력하고, 거의 하는 일 없이 실천력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에만 몰두해왔다는 지적이다.   

역사가인 더글라스 브링클리의 관찰에 따르면 트럼프는 “카메라의 초점이 자신에게 맞춰지도록 유도하고, 늘 흥미로운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기본철칙에 충실한 리얼리티 TV의 생물”이다. 대통령은 분명하게 이같은 대임을 완수했다. 그러나 그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과의 약속은 어떻게 됐는가? 중서부지역을 재산업화하고 일자리를 찾아오며 석탄과 철강산업을 소생시킨다는 계획은 어떻게 되는 걸까?  취임 첫 날에 “불법체류 범법자들을 치우고” “중국을 통화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연방의회 의원들의 임기제한을 위한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학교와 군부대의 무기소지 금지지역을 제거”하겠다던 공약은 시행됐는가?

트럼프에게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기괴한 쇼 같은 측면이다. 트윗, 황당한 주장, (언론과 판사 등)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는 자들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화자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요령 좋은 사업가로서의 면모도 보인다. 개리 콘, 렉스 틸러슨과 제임스 매티스 등 지력을 갖춘 거물들을 주요 포지션에 임명했고 드물긴 하지만 딱 떨어지는 개혁 아젠다를 내놓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괴한 쇼를 참아내면 세제개혁,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와 규제철폐 등의 대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분명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최소한 현재로선 리얼리티 TV 측면만 두드러질 뿐 본격적인 정책 영역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오하이오 혹은 미시건의 유권자는 언론과의 싸움이 어떻게 이 지역으로 일자리를 다시 가져온다는 것인지,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실직 노동자들에 대한 재취업 훈련프로그램 개설에 어떤 도움을 준다는 것인지 의아해한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통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는다고 공공연하게 시인한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의 임무에 관해서도 분명 TV적인 견해(television view)를 갖고 있을 것이다.  옛 로마인들은 백성들을 기쁘게 만드는 방법은 그들에게 “빵과 서커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가 받은 것이라곤 서커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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