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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인생 우산, 우산 인생

지역뉴스 | | 2017-02-11 18:46:07

칼럼,김정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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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이 읊조리듯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줄을 모르고 외출을 하려다가 현관 앞에 서서 멍하니 빗줄기를 바라보고 섰다. 빗줄기 사이로 촉촉한 여운이 감돌고 있어 남편이 우산을 가지고 온 것도 모른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아득한 감상에 붙들려 있었던 터라 가자고 말하지 않았다면 하냥 빗줄기를 바라보고 서 있었을 것 같다. 우산 속 아늑함이 그리웠었는데. 우산 속으로 스며드는 뽀얀 기운 조차도 해맑고 정겹다. 유유한 꿈길을 걷는 듯 어렴풋한 사무침이 우산 속으로 밀려드는 것 같기도 하다. 거친 빗줄기가 아니어서인지 우산을 받은 채 하냥 걷고 싶어진다. 푸르스름한 용솟음이 몸을 감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미치자 인생에서도 숱한 천재지변이 몰려왔던 마디마디에서 인생의 우산이 되어준 글쓰기가 떠오른 것은 어쩜일까 모를 일이다. 빗줄기 사이로 글짓기를 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기쁨임에 틀림없다는 상념이 밀려온다. 손 쓰기 어려울 만큼 응집되고 헝클어진 사념을 풀어내고 다스리는 일이 호흡의 일부가 되어 씨를 파종하듯 망설임 없이 좋은 형질을 일구어내는 일에 붙들리듯 글을 써간다는 일이 시방은 살아있음을 각성하게 된 보람이 되어주었다. 안개비처럼 스며드는 허망감을 접었을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찌 비를 피하는 우산 속에서 이리도 간절하게 글을 생각하는 굽이침이 맴돌까. 

우산을 차 안에 갖고 다니긴 하지만 파킹넡 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오곤 했던터라 오랜만에 우산을 펴보게된 셈이다. 인생과 비와 우산은 추억을 일깨워 주기에도 족하다. 우산 속에 스며든 아늑한 이야기 실타래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으리라. 우산 속은 비가 만들어 준 벽으로하여 감싸안기듯 세상과 별리된 포근함으로 편안하고 고요하게 고즈넉한 경지로 몰입할 수있게 해준다. 인생의 우산이 되어준 글쓰기는 거짓없는 순수한 바름에도 도도한 여울이 있다는 실상을 거침없는 표현으로 내놓아야만 하는 것이라서, 아직은 어줍은, 더 나은 글의 경지를 바라보아야 하는 미흡한 자로선 글쓰기 달인들의 드넓은 우산이 부러을 수 밖에 없음이다. 고통의 실체를 임무처럼 펴놓으며 내면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추구와 구상과 불꽃같은 정염을 다스려야 하는 황당함도 겪어가며 때로는 자신을 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가 종국에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증기 같은 정한수를 뽑아내고야 마는 오기의 누림이 부럽기 그지없다. 하마나 그러한 경지를 범할 수 있게될까.

우산 속의 풍경 또한 계절마다 온몸으로 전이되는 감정이입 마저도 다르다. 봄을 재촉하는 비는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맞아도 다소곳하고 잠잠하게 몸과 마음을 적셔준다. 여름이 들어설 무렵의 비는 침착해서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마저도 침잠될 듯 가뭇하게 들려온다. 한 여름 더위를 품은 빗줄기가 가려주는 우산 속은 후눅하기 그지없다. 가을 날 우산 속은 사무친 그리움이나 해후 같은 떨림이 떠오르곤 한다. 오소소하니 깊은 겨울날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그지없이 흔들리곤 한다. 소박하기도 하지만 추위 탓인지 자학적으로 보이는 겨울비라서 우산 속은 공허한 울림으로 모든 계절 중 가장 낭만적으로 마음 가득 비움의 정취가 사붓하고 보드랍고 가벼웁다. 따뜻한 체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라서 외로움에 겨운 나목 풍경이 애잔하기 그지없어 폭 넓은 순편한 우산을 펼쳐주고 싶어진다. 비에 젖어 외롭고 추운 자들을 위해 우산 인생이 되어 살아가시는 분들을 뵈옵게되면 감사와 아울러 공경심이 우러난다.  인생 우산의 처음은 부모님이요 자라면서 형제, 친척, 지인들이라할 수 있는 것이라서 우산이 큼직할수록 생의 길잡이를 얻은 축복이라 여김을 받아도 마땅할 것이다. 부디 우산이 필요한 분들을 눈여겨보며 기꺼이 우산이 되어지는 삶을 지향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진취적으로 고무하며 격려해 가려한다. 우산 속 풍경은 훈훈하고 정겹지만 세월 따라 왜소해져가고 있는 미진한 일상들로하여 동시대의 애환으로 가득해지기도 한다. 최선껏 살아온 날들 조차도 넉넉한 생의 우산이 동반해 주었기에 그만하면 족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이었노라고 우산을 빙그르르 돌려본다. 빗방울이 춤추듯 가벼이 가벼이 원을 그리듯 펴져나간다. 인생을 관망하며 생의 과녁을 다시금 눈여겨보게 된다. 겨울 비내리는 우산 속이 안온하고 따습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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