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관리가 고민이라면 간식 목록에 바나나를 올려볼 만하다.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돕기 때문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공인 영양사 줄리아 품파노와 엘리자베스 클링베일 등 영양 전문가 4명은 최근 건강정보 매체 베리웰헬스를 통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는 과일로 바나나를 꼽았다.
근거로는 바나나에 풍부한 칼륨을 들었다. 중간 크기 바나나 한 개에 든 칼륨은 약 422㎎이다. 칼륨은 신장에서 나트륨이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 소변으로 빠져나가도록 돕는다.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체내 수분이 늘고 혈액량이 증가해 혈압이 올라가는데, 칼륨을 충분히 섭취하면 이 과정을 어느 정도 되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인에게 이 조합은 특히 의미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민 1일 나트륨 섭취량은 2011년 4789㎎에서 2023년 3136㎎으로 줄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2000㎎)의 1.6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칼슘·비타민A·엽산과 함께 칼륨은 섭취기준에 미달하는 영양소로 분류됐다. 나트륨은 과잉, 칼륨은 부족한 구조인 셈이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한국인유전체역학자료를 활용해 성인 14만 3050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칼륨 섭취 상위 20% 집단은 하위 20%보다 총사망률이 21%, 심혈관계 사망률이 32% 낮았다.
마그네슘과 항산화 성분도 거든다. 마그네슘은 혈관 평활근의 긴장도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품파노는 바나나에 든 칼륨과 마그네슘이 혈관벽의 긴장을 풀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이 넓어지면 혈액이 원활히 흘러 심혈관계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카테킨 등 항산화 성분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에 따른 혈관 손상을 줄여 혈관 기능 유지에 기여한다.
다만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과다 섭취는 체중 증가나 혈당 급상승이라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 중간 크기 한 개로 충분하다. 클링베일은 혈압 관리를 위해 바나나를 몇 개 먹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매일 한 개를 식단에 넣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의가 필요한 대상도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섭취한 칼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체내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수 있다. 신장 질환이 있거나 칼륨 농도에 영향을 주는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의료진이나 영양사와 상의한 뒤 먹는 편이 안전하다.
바나나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인구는 약 1300만 명, 조절률은 58.6%다. 특히 20~30대 유병자 약 89만 4000명의 인지율은 36% 수준에 그친다. 식단 조정에 앞서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아는 일이 먼저다.
<현수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