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일자리와 주거비 부담에 지친 젊은이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취업하면 주거비와 항공료, 의료보험 등을 지원받으면서 현지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다. 자국에서 교사로 일할 때보다 경제적 여유와 직업 만족도를 동시에 얻었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일 영국 가디언은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젊은층이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영어교사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모와 살며 월세 아꼈는데”…한국 오자 저축·여행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아리아나 마리(25)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컸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얻은 직장이었지만 교사 부족으로 학급이 과밀해졌고 학생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살면서까지 생활비를 줄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리는 당시를 회상하며 “극도로 번아웃된 상태였다”며 “교사 부족으로 모든 학급이 과밀했다”고 말했다.
결국 다른 학교로의 전근 제안을 받은 그는 해외 취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고 현재는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 받는 급여와 복지 혜택은 그의 생활을 크게 바꿨다. 주거 지원에 더해 항공료와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생활비 부담이 줄었고 저축과 여행까지 할 수 있게 됐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한국행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교직에 대한 생각이었다. 마리는 “학생들의 행동 문제를 통제하느라 애쓸 필요가 없고 학생과 교사 모두 나를 존중해준다”며 “이제는 온전히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가 참여한 것은 대학 학위와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TEFL) 자격 등을 갖춘 원어민 영어교사를 국내 공립학교에 배치하는 한국 정부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무료 주거와 항공료 지원, 의료보험 등을 제공하며 급여는 월 1400달러(한화 약 191만원) 수준부터 시작한다.
미국선 취업난에 임금 부담…한국·일본·대만으로 눈 돌린 청년들
미국 젊은층이 해외 취업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자국의 고용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과거처럼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데다, 취업 이후에도 임금 상승폭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과 교직에서는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를 이유로 직장을 떠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의 대졸 신입 구직자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해외 취업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에만 나타나는 현상만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행정 보조원으로 일했던 즈위웨 들라미니(28) 역시 반복되는 업무와 취업난을 피해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회의록을 작성하고 회의를 준비하는 등 사무직 업무에 지친 끝에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 6개월 동안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지만 남아공의 높은 청년 실업률 탓에 취업은 쉽지 않았다. 결국 해외로 눈을 돌렸고 마리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인천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게 됐다.
들라미니 역시 한국에서 주거 지원을 받으면서 생활비 부담을 크게 낮췄다. 빚을 갚는 동시에 여행 경비를 모으고 대학원 진학까지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당시에는 음식조차 제대로 살 수 없고 빚까지 쌓였지만, 지금은 빚을 갚으면서도 삶을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도 정규직 영어교사 채용을 확대하며 외국인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거비 지원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면서 자국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는 젊은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