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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임산부 ‘응급실 뺑뺑이’ 비극

미주한인 | 사건/사고 | 2026-04-08 09:17:32

한인 임산부 ‘응급실 뺑뺑이’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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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 근무자 가족

 쌍둥이 조산 응급상황

 7개 병원서 진료 거부

 1명 사망·1명 뇌손상

 

주한 미군으로 근무하는 한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 간 미주 한인 임산부가 한국에서 조산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대형 병원들의 진료 거부로 4시간 이상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결국 쌍둥이 중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은 뇌 손상을 입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7일 대구시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밤 대구 동구의 M호텔에 투숙한 미국 국적의 28주 차 한인 임산부(26)가 조산 통증을 느꼈다. 경기 평택 미군부대서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인인 남편 A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16분쯤 대구의 산부인과에 진료를 문의했으나 “진료 이력이 없으니,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튿날 새벽 1시 39분쯤 A씨는 미군부대 관계자를 통해 119에 “임산부가 4시간째 복통으로 휠체어 타고 대기 중”이라고 신고했다. 이들은 신고 10분 만인 오전 1시 47분쯤 구급차를 탔다. 구급대원들은 대구의 대형병원 7곳에 입원 요청을 했으나 신생아 중환자실 등 병실 부족과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 등의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 

 

1시간가량 병원을 찾지 못하자 다급해진 A씨는 오전 2시44분 자신의 차량에 아내를 태우고 평소 다니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출발했다. 경남 밀양에 있던 A씨의 어머니도 아들 내외를 돕기 위해 이동하던 중 경북과 충북 소방에 구급차 이송을 요청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3시 33분쯤 경북 구미 선산나들목(IC)에서 구급대를 보내 A씨 부부의 상태를 확인했다. 소방 측은 인근 3개 병원에 임산부 수용 여부를 문의했으나 이송 가능 병원이 없었다.

A씨 부부는 같은 날 오전 4시 42분 충북 음성 감곡IC에서 충북 소방 소속 구급차를 타고 최초 신고 4시간 후인 오전 5시35분에야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A씨의 아내는 양수가 터지고 혈압 저하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아내는 도착 즉시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한 뒤 하루도 되지 않아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뇌 손상으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유족 측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사건이라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응급 산모 대응 매뉴얼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조산 위험이 있는 응급 산모는 (대응 매뉴얼상) 반드시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당시 대구 권역에 즉시 수용할 수 있는 중환자실이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환자를 수용 가능한 일반 병원으로 옮겨 의료진이 상태를 관리하고 전원 시점을 조율하는 게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119구급대가 이 방침에 따라 일반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환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족의 차량을 타고 수도권으로 이동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례를 두고 한국의 응급환자 수용 거부와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산모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병원들이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 부담을 우려해 환자 수용을 꺼리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초기 이송 단계에서의 대응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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