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절차 악용 논란 확산
이민 가정 ‘이중 고통’
가족 재분리 사례 속출
정책 목적 왜곡 비판
자녀와의 재회를 약속받고 이민 당국 사무소를 찾았다가 오히려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연방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가 단속 수단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 이민자 가족들이 ‘이중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영리 보건전문 매체인 KFF 헬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카를로스(가명)는 지난해 12월 뉴멕시코주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사무소를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텍사스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던 10대 자녀들과 곧 재회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면담에 응했지만, 현장에서 서류 서명을 요구받고 이를 거부하자 곧바로 신병이 확보됐다. 그는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텍사스 엘파소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이 같은 사례는 미성년 이민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되는 연방 보건부 산하 난민재정착국(ORR)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제도는 부모 없이 입국한 아동을 보호하고, 신원 검증을 거친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과거에는 보호자의 체류 신분이 불안정하더라도 인계가 제한되지 않았고, 단속 기관과의 정보 공유도 엄격히 제한됐다.
그러나 최근 정책 변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보호자 심사 과정에서 확보된 정보가 국토안보부와 공유되면서, 면담 자체가 체포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출 서류 요건 강화, 가구 구성원 전원의 지문 조회, 대면 확인 절차 의무화 등으로 재회 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졌다. 일부 면담에는 ICE 요원이 직접 동석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이로 인해 이미 함께 살던 가족이 다시 분리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최소 300명의 아동이 기존 보호자로부터 재차 분리돼 절차를 다시 진행하도록 요구받았다. 재회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우도 흔해, 버지니아의 한 이민자 어머니는 교통 단속 이후 아들과 다시 만나는 데 8개월이 걸렸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아동들의 정신적 피해다. 보호시설 체류 기간은 과거 평균 1개월에서 최근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장기 구금으로 인한 불안·공황 증세가 확산되고 있다. 카를로스의 자녀들 역시 극심한 불안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가 아닌 단속이 목적이 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내부 자료에서도 체포된 보호자 중 형사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으며, 대부분은 단순 이민 규정 위반에 해당했다.
법원은 최근 카를로스의 구금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보석 석방을 허용했지만, 자녀들과의 재회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는 “속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며 “아이들을 다시 만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