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1년 명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을 맞는다. 지난해 4월 2일, 그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인들이여, 오늘은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의 서막을 요란하게 알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이 “미국 산업이 재탄생하고 미국의 운명을 되찾으며, 다시 부유해지기 시작한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저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고, 주요국에는 이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강수로 세계에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지금까지 발명된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이라 치켜세웠던 트럼프 대통령. 과연 관세는 그의 장담대로 단숨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 ‘요술 방망이’가 되었을까.
경제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파블로 파젤바움 UCLA 교수와 아미트 칸델왈 예일대 교수는 지난주 초당파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학술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미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순효과를 +0.1%에서 -0.13% 사이로 추정했다. 실질적인 경제 성장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부흥 역시 요원하다. 이들은 관세로 제조업 고용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라이언 멈홀랜드 선임 연구원은 블루칼라 일자리 18만9,600개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지지자들은 공장 건설과 자본 지출 증가를 근거로 제조업 붐을 주장하지만, 생산 증가는 대부분 항공우주와 전자산업에 국한됐다”고 짚었다. 관세 부담이 큰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업은 오히려 생산이 감소했으며, 금속과 기계 비용 상승으로 많은 기업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이 관세를 부담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변도 현실과는 달랐다. 파젤바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 인상분의 80~100%가 수입품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0달러짜리 물건에 10%의 관세가 붙으면 소비자 가격이 즉각 1달러 가까이 치솟았다는 의미다. 독일 키엘연구소 역시 관세 비용의 96%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짊어졌다고 계산했다.
단기적인 세수 확대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 2025년 관세 수입은 2,640억달러로 전체 세수의 4.5%를 차지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평균(1.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NYT는 “이 돈은 외국 기업이 아닌, ‘수입업자’로 등록된 미국 기업들이 낸 돈”이라고 꼬집었다.
아이트 드마레 유럽외교협회(ECFR) 선임연구원도 포린폴리시(FP) 칼럼을 통해 “추가 세수는 사실상 미국 국민에게 부과된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 평균 가계가 연간 1577달러의 관세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공급망에서 중국을 떼어내는 ‘디커플링’은 어느 정도 실현됐다. 중국산 수입 비중은 23%에서 7%로 급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물량이 미국 대신 동남아나 멕시코 등으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중국의 무역 흑자는 1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중국 무역은 여전히 건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50차례 넘게 쏟아낸 관세 조치는 심각한 ‘정책 불확실성’을 낳았고, 이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또한 미국이 언제든 약속을 뒤집을 수 있는 변덕스러운 파트너로 여겨지면서 ‘탈미국’ 연대를 초래했다.
거센 역풍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카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26년 2월,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 관세를 부과했고 무역법 301조 관세 절차에도 착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