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수필] 사랑의 역주행

지역뉴스 | | 2025-11-24 08:50:10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사랑의 역주행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반가움으로 떠들썩했던 모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중늙은이들이 서로 안부를 챙기며 철부지 아이들처럼 깔깔거렸다. 한 친구는 자신이 꼭 한턱내야 할 일이 생겼다며 식사 대금 전부를 부담했고, 다른 친구는 공돈이 생겼다며 2차는 반드시 자신이 사야 한다면서 카페를 향해 앞장섰다.

 

사실,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한 친구의 마음고생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려는 계획이었다. 일 년 전 즈음, 치매 어머니를 병간호하려고 20년 근속했던 직장생활까지 접었던 친구다. 그의 모습은 마치 소금에 절여진 무처럼 처져있었다. 늘 어린애 같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센스 있는 유머로 우리를 웃게 해주던 친구의 변한 모습에서 간병이 쉽지 않은 일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임의 대화는 치매 부모님 걱정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늙어가는 우리들의 일상과 미래를 염려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친구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시 되돌아보았다. 치매 어머니 간병에, 뇌졸중 남편 병구완에, 손자들을 봐주느라 쉴 틈 없는 일상을 보내는 여러 친구들 입장을 생각하니 기분이 착잡하고 우울했다.

 

나 또한 그러했다. 엄마의 치매 증상을 견디며 힘들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상상할 수없는 기이한 행동과 끊임없이 반복하는 질문과 요구에 지쳐 살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자갈길을 맨발로 걷는 듯 한 심정에서 참지 못해 짜증을 부리고 나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깊은 자책이 뒤따랐다. 나를 위해서라면 자기 살이라도 베어 먹일 양 사셨던 엄마의 지난날을 생각하면, 엄마의 치매에 쉽게 지쳐버리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죄의식을 느꼈다.

 

가깝고 편한 가족 사이에서는 간병하기 더욱 힘든 병이 치매이다. 양로원을 찾는 문의 전화의 절반 이상이 부모의 치매 때문에 고통 받는 자녀들인 걸 봐도, 치매는 노환 중에서 가장 심각한 질환이다. 가족에게 일생을 헌납한 엄마에게 짜증을 내서는 안 되는데 하는 후회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엄마가 떠나신 후에도 한참동안 엄마 생각은 나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사실, 치매를 무서운 병이라고 말하는 대부분 사람은 치매에 걸린 당사자가 아니라, 그를 돌보는 가족이다. 치매 부모의 병구완을 하면서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섣불리 위로할 수도 없다. 치매 엄마를 병구완하는 사람을 위로한답시고 몇 마디 했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엄마 한 사람 길러 봤어요?'라고 쏘아보더라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친구는 치매 부모를 병간호하는 일은 사랑의 역주행이어야 한다고 했다. 흔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사랑이 어찌 한 방향으로만 흐르겠는가. 맞는 말이다. 지금이 바로 그 흐름을 바꿀 때이다. 자식을 향해 거침없이 흐르던 부모 사랑의 물결을 이제는 거꾸로, 부모를 향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평균 수면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를 사는 내게도 노환이 생기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랴. 

이런저런 힘든 일이 많은 세상에서 우리가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부모님 덕분이 아니겠는가? 이제는 우리가 그 무한한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때이다. 이렇듯 부모를 돌보는 사랑의 역주행이야말로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책임이며, 결코 후회하지 않을 위대한 헌신이 아니겠는가 싶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태권도 통해 '예'와 '인성'을 수련"썸머스쿨, 방과후 학교 인기 폭발  스와니 시청 옆에 위치한 김철회 태권도장(World Class Taekwondo)은 예와 인성을 중시하는

‘본국가서 신청’ 지침 완화하나… “미, 강화한 영주권규정서 후퇴”
‘본국가서 신청’ 지침 완화하나… “미, 강화한 영주권규정서 후퇴”

재계 반발 영향…이민정책 둘러싼 트럼프 지지층 내 갈등 보여주는 사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영주권을 본국에 돌아가 신청하라며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4일 발대식 열고 축제 준비 시작헨드릭슨 귀넷의장 명예 대회장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은 4일 저녁 귀넷카운티 사법행정센터에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발대식을 개최했다.올해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미동남부 한인회연합회는 4일 둘루스에서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2022년 홍승원 전 회장이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4년 만에 완간한 이 책은 연합회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정치·경제적 성과, 한인체육대회, 참정권 운동 등 6개 분야의 기록을 담았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선근 초대회장, 김기환 현 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73-70-67)로 우승8월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권 획득 커밍 출신의 14세 한인 소녀 카일리 정(Kylie Chung)이 3일 기량이 뛰어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FBI,제보자에 15만달러 90여명 1천만달러 피해 수년 전 대형 폰지 사기극을 벌인 뒤 사라진 귀넷 출신 남성 검거를 위해 연방수사당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며 수사 수위를 높이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최근 비로 다소 완화 불구식수원 수위 아직도 낮아 최근 1,2주 사이에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를 비롯한 조지아 전역에 닥쳤던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이 진단

‘미친 환율’… 1,540원도 뚫렸다
‘미친 환율’… 1,540원도 뚫렸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 외국인 ‘셀 코리아’에 외환시장 불안 가중  한국시간 4일 오후 환율이 1,530원대를 넘어섰다. [연합] 달러·원 환율이 한때 1,540원 선까지 가는 등 급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신청수수료 최대 13배 올라 추방유예 비용도 387% 인상“사실상 법적 구제 차단” 이민 단체·변호사들 우려  이민 법원의 수수료 비용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 김영수 교수 ‘가드너 상’

아스팔트·고속도로망 연구교통안전성 개선 연구 인정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을 역임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토목·건설·환경공학과의 김영수 석좌교수가 ‘2026 올리버 맥스 가드너 상’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