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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다시 써보는 버킷 리스트

지역뉴스 | | 2025-11-14 08: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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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사흘 동안 전례 없던 영하의 날씨가 찾아와 고의성이 내포된 방콕을 자처했다. 규칙적 일상에 한번쯤 어깃장을 저지르고 싶은 감상적인 안일함을 누려보고 싶었나 보다. 갑작스런 시간 횡재를 만난 참에 매일 써왔던 묵은 일기장이며, 부실해지는 기억력을 위해 마련한 기록 노트 까지 차곡차곡 모아둔 박스를 열어 보기로 했다. 미처 생각할 겨를 없이 급작스레 뜬금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며, 급작스레 느닷없이 떠오르는 단어들,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던 미완성 문장들이며 졸연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갑자기 닥친 듯 밀려들 때면 장소 불문 시간 불문 기록하지 않으면 이내 휘발되어 버릴 것 같은 지경을 대비해서 기록장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다닌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아무리 기억을 되찾으려 해도 감감 무소식이라 수시로 기록으로 남겨두어 야하는 이 기록장을 내 생애의 발자국이라 혼자 명명해 두고있다. 기웃기웃 여기 저기를 열어보다가 잊혀진 몇 해전 버킷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엄숙하고 비장한 각오가 곁들여진 목록들이 피식 웃음이 나올 만큼 신통한 것 없는 사소한 리스트 들이었다. 조금은 황당한 목록들로 미대륙 일주하기, 카파도키아 열기구 풍선 타기, 오로라 만나기 등이었다. 체력이 필요한 목록들이라 다시 써보는 버킷 리스트에는 모두 탈락될 항목들이다. 악기 배우기, 특정한 학문을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머뭇거리고 있는 터라 다시 써보는 버킷 리스트 후보로 떠올랐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정리한 목록이다. 국립 국어원에서 소망 목록이라는 순화어를 재시하기도 했다. 단순히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갈 인생 여정에서 순도 높은 삶을 연출해 낼 수 있는 철학이 내포될 수 도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있으며 선호하는지를 발견하게 될 뿐더러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 설정에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풀어 나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삶의 방향과 속도 설정에 유용한 도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무작정 열심히 달리기만 해왔던 삶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음이다. 버킷 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무렵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시점에서 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버지 고향인 케냐 백사장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맨발로 마음껏 거닐어 보고 싶다고 했던 말 속에서 그의 인간적인 성품과 퇴임 후 가족들과 보낼 미래에 대한 열정이 진솔하게 느껴졌었다. 소박한 인간적 면모를 지닌 가장의 꿈이었기에 아마 이루어진 목록으로 처리 되었을 것 같다. 

해마다 버킷 리스트를 점검하며 새로운 꿈을 설계하는 것도 삶을 윤택하게 이끌어줄 것이다. 수정을 거듭해 가는 동안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자신의 위치와 생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이요, 남은 생애를 정서적으로나 현실적 흐름의 각도를 간파할 수 있는 귀한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100세 시대가 시대적 표어로 떠오른 현실이 되고 있음이라 세대에 따라 리스트 목록은 다양한 지혜가 동원되어야 할 듯 하다. 시니어 그룹에 이르게 되면서 숭고하고 멋진 생의 마무리가 먼저 떠올랐다. 기쁨을 누리는 노년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선 대단하고 성대한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 보다는 잔잔한 일상에서 얻어지는 소소하지만 고운 감동을 삶의 활력소로 삼을 수 있는 리스트를 고민해보려 한다. 갸륵하면서 추하지 않은, 가까운 현실적인 것부터 영성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포근한 노년 버킷 리스트 목록을 만들어 볼 참이다. 노년에 어울리는, 보람을 건질 수 있는 평화로운 목록을 꿈꾸어 본다. 마음 깊이 간직해온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꺼내 보며 살아가려 한다. 내 시야에 비친 만상을 언어로 표현해가며 내 글을 만나는 분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남기고 싶음에는 변함이 없다.       

일광절약 시간이 지나가면 어느 덧 한 해의 끝이 저만치 라는 생각에 코끝이 찡하니 시리며 묘한 감상에 젖어 든다. 염치 불구했던 열정은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고 하루들을 안일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자책감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미루어 두었던 숙제처럼 서둘러 버킷 리스트를 다시 써 보려는 서두름이 어찌 민망스럽긴 하다. 노년 세대들을 향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가르침도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선별의 기준은 내 몫이다. 글을 통해 내면의 진실과 늘 마주하며 살아가고 싶다. 존재 의미를 부여해 주는 목표 추구를 위해 호기심을 잃지 말 것이며, 가끔씩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도 리스트에 포함 시키기로 했다. 새롭게작성될 버킷 리스트를 떠올리면 고마움, 소망, 기대가 앞선다. 버킷 리스트로 가득한 생각 공간은 이미 희망, 염원, 감격의 향기가 한아름 둘레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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