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자(시인 수필가)
애초부터 내 것이란 없었다. 그동안 사용해온 언어는 교육 과정을 통한 배움에서, 탐독해온 책에서 얻어진 것으로 글쓰기와 마주하다 보면 차곡차곡 고여 있던 단어나 문장들이 표정 없이, 물색 없이 떠오르곤 한다. 책갈피에 끼워둔 고운 단풍처럼 발견되기도하고 빛 바랜 낙엽이 되어 만나기도 하면서 퇴색된 의미들을 추려서 명언처럼 써먹기도 한다. 때로는 닳고 닳아진 무딘 소재도 문장 앞뒤 나열을 바꾸고 조금은 효과적으로 레토릭 하다 보면, 서투른 문장력이 가끔은 타인의 언어처럼 낯설어 지기도 하고 문맥을 맞추느라 열거하다 보면 마음 쉴 날이 삭제되곤 한다. 갈피 잡지 못한 감성들이 너울대는 날엔 우렁 각시라도 불러 들이고 싶은 간절함도 부풀고, 꾸어서라도 퇴고를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은 당혹함에 고스란히 밤을 밝히게 될 때는 잠시 물러나 쓴 글을 다시 읽기부터 시작한다. 내가 썼던가 싶을 만큼 건조하고 내면 탐구가 유실된 글이 낯 설고 생소하다는 인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더러는 구겨지고 볼품 없어도 프로필이 그럴 싸하면 쉽게 인정받는 것이 관례처럼 돼 버린 세상이기에 눈 꾹 감고 송고하라는 유혹에 휩싸이기도 한다.
글쟁이라 불릴 수 있는 길에 들어서면서, 초년생 차원의 갈급 함이 많았다. 원고를 보여주며 지적 받기를 즐겨했던 터였는데 그 대가는 참혹했다. 내 주제가 타인의 언어 손질로 그의 글에 실려진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감을 찾아 삼만리를 헤맨다. 글쓰기 여정은 끊임 없이 꾸준히 집중하는 길 밖에 없음이라 마음을 고쳐 잡기로 했다. 어려운 일을 넘기며 겨우 팬을 다시 붙잡기 시작했고 용기는 쓰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연 이치와 소용돌이가 글로 융합 되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 책읽기에 집중하게 되면서 덜컹대는 마음을 다듬게 되었다. 글쓰기란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거기에 상상의 힘을 빌려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삼는 말이 꽃 피는 학문이기도 하다. 말을 부리고 문장을 다듬는 기술을 터득한다면 개성 있는 작가의 길이 마땅히 열릴 것이다. 문단 구성과 내용이 효과 적으로 전개되면서 주제설정과 사람 냄새를 형상화 시키는 지혜가 깃들어야 한다는 지적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능력과 스스로를 살피고 반성 할 줄 아는 각성과 자각을 호되게 요구한다. 소재 빈곤과 고갈로 신변잡기 수준에 머물기 보다 참신 성을 겸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눈으로 읽히는 글보다 가슴으로 읽히는 글이 되어 질 것이라서.
살아간다는 것의 참 뜻은 황무지를 일구어 쓸모 있는 땅으로 새롭게 열어 나가는 과정이다. 글 쓰기도 매 한가지, 참된 모토를 향해 생각과 마음을 곧게 세우고 꾸준하게 이어 가노라면 여정의 마디들을 지나면서 때가 되면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음 한다. 멈춤 없는 한결같음으로 부지런하고 끈기 있게, 부단하게 나만의 추구를 이어 가라는 타이름의 경종을 잊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들로 하여 풍요로운 글쓰기 여정이 되어 지기를 소망하며 오늘, 이 한 순간도 한 발자국씩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매주 글을 써서 지면에 내보일 때면 찢어진 천막처럼 펄럭이던 마음이 겨우 잔잔한 고요를 되찾는다. 글쓰기를 위해 모아 둔 사념들을 깨끗하게 빨아낸 빨래 하나 내거는 심정으로 보내기 클릭을 한다. 나홀로 가꾸어 온 언어의 세계에서 구석구석 훑어내고 쓰다듬는 시간이 할애된 글이다. 용기 없음이 빚어낸 불안을 종식시키는 치유 시간으로 겁에 질린 의식을 도려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로지 홀로 감당 해 내야 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행위라 할 수 있겠다. 굳이 심도 있는 관찰을 한다면 태초부터 내가 사용해 온 언어는 내 것이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타인의 언어를 내 것으로 삼기 위해 배우고 익혀가며 나만의 치밀한 묘사를 발굴해내며 간결하고 여운 있는 문장을 위해 자가 발전하듯 쓴 글을 읽고 또 다시 읽어보며 다듬고 매만져왔다. 오늘도 쓰고, 읽고 또 쓰고, 읽으며 타인들도 함께 쓰고 있는 언어를 내 글 속에 이식시키고 있다. 내 글 속에서 타인의 언어가 세포융합 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쓰고 읽는 일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덧없고 속절없는 세월로 덧입혀진 세상에 대한 저항이 현재 진행형으로 실천 중이다. 타인의 언어도 내 언어도 표현묘사에는 한계 없음이라는 슬로건에 충실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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