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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길치 생각

지역뉴스 | | 2025-10-24 08: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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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자(시인 수필가)

 

이 땅에 처음 발을 딛고 몇 해 동안은 길치라는 숨기고 싶은 장애가 쉬 들통나지 않았었다. 이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헤맴의 부대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에 다행히 가까운 지인들 조차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길치 란 공간 지각능력이 낮은 발달장애 일종이란 설도 있듯 방향 감각 능력이 떨어진다. 이 길의 끝은 분명 생각했던 길과 만나지리라는 생각 과는 늘 어긋나기 마련인 애틀랜타 길은 마차가 다니던 길이 도로로 형성된 곳이 많아 따라 가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곳을 만나기 십상이다. 다행히 작은 골목길 마저도 한 번 가본 곳이면 모두 입력되는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길 눈 밝은 우리집 할배 덕분에 아직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 일은 거의 없었다. 길치 답게 꿈 속에서도 두 갈래 길을 만나게 되면 어느 한 길 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안고 꿈에서 깨어나곤 한다. 깊음에 잠겨 있는 숲 길 찾기는 산이 너무 깊어 어느 길도 택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앞섰고, 산은 높고 산봉우리를 거니는 한가한 구름이며 계곡을 굽이도는 물 소리 따라 바람은 숲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인적 없는 숲길을 어쩌자고 그렇게 버티고 서서 극적 아이러니를 연출하곤 했는지. 긴장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는 나 몰라라 꿈길을 앞장섰던 누군가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꿈인가 보다 할 만큼 황망할 때가 잦았다.

오랫동안을 서서 지켜본 끝에 한 길을 따라 얼마간을 걷다가 구비 돌아야 하는 길목을 만나 면 가야 할 길이 너무 아득해 그냥 바라다 만 보고 있게 된다. 다음 날로 또 꿈은 이어지고 잠깐 걸었던 길을 버리고 다른 길을 택해 보기로 한 것은 어느 길이 더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 보다, 숲이 우거져 겨우 혼자 걸을만한 작은 오솔길엔 사람들이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난 나머지 다음으로 미루기로 마음을 정하고 걸어 보았던 길을 다시 찾게 된다. 꿈 속에서도 길치 다운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느 길이든 함부로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란 예감 끝에 꿈길마저 어쩔 수 없음을 안내, 전달하는 앵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꿈에서 자주 만나지는 두 갈래 길을 한 번 정도는 꿈 속에서 다시 만나 질 것 같은 기우가 기웃거린다. 사람 흔적이 없는 길을 택하게 될까 아니면 조금은 넓어 보이는 숲 길을 택하게 될까, 일상 중 에서도 고심하는 길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꿈속 여행이 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생각이 모아지고 어느 길을 택하든 길은 또 길을 만들고 길은 어느 길에서도 환희와 두려움과 실망을 안게 되리라는 결론 앞에 어느 길이든 한 길은 남겨 둘 수 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는 꿈을 다시 각색해 보기도 한다. 선하고 복된 길을 염원하며 길을 택하게 되고 유익하지 않은 길은 미련 없이 버리며 최선의 선택이라 자부하며 쉼 없이 흘러왔던 것이 삶의 여정으로 남겨 졌다. 어느 길이든 마냥 편안 하기만 한 길이 있을까. 좁고 외로운 길에서는 인내와 절제를 만날 것이고, 넓고 평온한 길 에서는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 있는 여유를 얻기도 하겠지만, 인생 노정에서도 길치 인생은 난항 행로일 수 밖에. 지도에서 길을 찾듯 인생길에선 정도 란 없는 것이라서 스스로 길을 만들며 살아왔다. 그 길이 근시안적 판단이었을 땐 다른 길로 접어들곤 했지만, 그 길마저 잘 못 들어선 것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경우도 있었다. 노정의 수고 로움을 덜어주는 지름길을 찾기 위해 인생들이 방황하고 고달프게 살아 가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울 것이라 예감했던 길에도 엉겅퀴, 돌 뿌리, 덤불을 만나는 터라 길치 다운 세상살이 장애 마저도 감사로 품으려 한다. 길을 헤매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행복을 얻기도 했기에 최소한의 머뭇거림만 허용하리라는 것이 길치 생각이다. 스스로를 길치 로 인식하고 있기에 다행히 대책 없는 길치까지는 아니라 지만 주변에 최소한의 민폐를 허용 받을 수 있음에도 감사하게 된다. 손 바닥에 침을 발라두고 손가락으로 툭 치면서 가야 할 길을 정하곤 했던 유년의 신작로에서 놀이가 아른거린다. 유년을 보낸 아날로그 시대 길 풍경이 사뭇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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