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수필] 상처가 만나 결을 이루면

지역뉴스 | | 2025-07-14 11:05:24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상처가 만나 결을 이루면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뒷마당 잡목들을 정리하다가 유난히 둥치 굵은 나무를 발견했다. 소나무와 도토리나무의 연리지였다. 신기했다. 연리작용은 보통 같은 종의 나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던데, 어떻게 서로 다른 두 나무가 연리지가 되었을까?

 

십오 년 전 이사 왔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지금에야 눈에 띈 것을 보면, 연리현상은 거의 십 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찬찬히 살펴보니 소나무 뒤편에 떨어졌던 도토리가 싹을 틔워 자라면서 소나무 둥치를 파고 들어간 것 같다. 뒤편의 도토리나무는 마치 소나무 둥치에 기댄 것이 당연한 듯 양쪽 가지들을 쫙 벌린 채 업혀있는 모습이었고, 소나무는 마치 버팀목이 되기를 자청한 듯 하늘을 향해 꿋꿋하게 솟아있었다. 

 

오래 전 한국 여행길 어느 마을에서 연리지를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무슨 큰 문화재인양 연리지 둘레에 철책을 치고, ‘사랑나무‘라는 팻말을 달아 놓았었다. 그때는 흔치않은 자연현상에 괜한 의미를 붙여놓고는 감성팔이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나. 둥치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연리지를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나 지극한 희생에 비유하는 것에 정말 공감이 갔다. 

겉보기에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의미를 지녔지만, 연리지 속에는 고통과 인내가 숨어있다. 따로 자라던 나무들이 만나 부대끼며 생긴 상처에 서로의 결이 합을 이루는 일이다. 혼자일 때보다 더디게 자랄 수도 있고, 버티기 위해서는 더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연리된 나무는 양분과 수분을 주고받기 때문에 한쪽이 죽어도 다른 쪽의 도움을 받아 계속 꽃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는 일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부딪치며 상처를 주고받아도 떠나지 않고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사람들, 상처 난 자리에다 결을 맞춰가며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 아내와 남편 그리고 친구의 사랑이 마치 연리지 같지 않은가. 

잠시 지난날의 나를 생각해 본다. 마치 가족을 위해서 세상에 태어난 듯, 자신의 희망 따위는 애당초 없었던 사람처럼 묵묵히 버텨준 소나무 같은 남편이다. 지금까지 굴곡 없이 살아온 것이 나 혼자서 이뤄낸 것인 양, 나만 힘들었던 것처럼 툴툴대고 살았다. 둥치를 파고들어 무게를 얹어 놓고 잔바람에도 가지를 흔들어대는 도토리나무 같은 아내가 짐스러웠던 적은 없었을까? 버팀목이 되어 사느라 힘들지는 않았을까?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생의 유한함을 어찌 바꿀 수 있으랴. 이제 남은 생이래야 점점 수척해지는 노년의 삶일 뿐이다. 세월이 흐르니 부부 중 하나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한 쪽 나무가 떠난 후에도 남은 나무는 제 힘으로 생을 지탱하고 줄기와 뿌리를 통해서 계속 영양분을 준다는 연리지처럼, 생전에 함께 했던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힘이 되면 좋겠다. 

그 추억 속 이야기들이 남겨진 사람에게 생기를 줄 수 있다면, 남은 이의 삶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두 그루의 다른 나무가 만나 상처를 받고, 그 자리에 서로의 결이 닿아야만 이룬다는 연리지로 부부인연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하늘 아래 모든 존재가 인간에게는 스승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날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태권도 통해 '예'와 '인성'을 수련"썸머스쿨, 방과후 학교 인기 폭발  스와니 시청 옆에 위치한 김철회 태권도장(World Class Taekwondo)은 예와 인성을 중시하는

‘본국가서 신청’ 지침 완화하나… “미, 강화한 영주권규정서 후퇴”
‘본국가서 신청’ 지침 완화하나… “미, 강화한 영주권규정서 후퇴”

재계 반발 영향…이민정책 둘러싼 트럼프 지지층 내 갈등 보여주는 사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영주권을 본국에 돌아가 신청하라며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4일 발대식 열고 축제 준비 시작헨드릭슨 귀넷의장 명예 대회장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은 4일 저녁 귀넷카운티 사법행정센터에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발대식을 개최했다.올해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미동남부 한인회연합회는 4일 둘루스에서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2022년 홍승원 전 회장이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4년 만에 완간한 이 책은 연합회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정치·경제적 성과, 한인체육대회, 참정권 운동 등 6개 분야의 기록을 담았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선근 초대회장, 김기환 현 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73-70-67)로 우승8월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권 획득 커밍 출신의 14세 한인 소녀 카일리 정(Kylie Chung)이 3일 기량이 뛰어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FBI,제보자에 15만달러 90여명 1천만달러 피해 수년 전 대형 폰지 사기극을 벌인 뒤 사라진 귀넷 출신 남성 검거를 위해 연방수사당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며 수사 수위를 높이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최근 비로 다소 완화 불구식수원 수위 아직도 낮아 최근 1,2주 사이에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를 비롯한 조지아 전역에 닥쳤던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이 진단

‘미친 환율’… 1,540원도 뚫렸다
‘미친 환율’… 1,540원도 뚫렸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 외국인 ‘셀 코리아’에 외환시장 불안 가중  한국시간 4일 오후 환율이 1,530원대를 넘어섰다. [연합] 달러·원 환율이 한때 1,540원 선까지 가는 등 급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신청수수료 최대 13배 올라 추방유예 비용도 387% 인상“사실상 법적 구제 차단” 이민 단체·변호사들 우려  이민 법원의 수수료 비용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 김영수 교수 ‘가드너 상’

아스팔트·고속도로망 연구교통안전성 개선 연구 인정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을 역임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토목·건설·환경공학과의 김영수 석좌교수가 ‘2026 올리버 맥스 가드너 상’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