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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지역뉴스 | | 2025-07-07 11:20:49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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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사건의 발단은 주차였다. 매주 화요일 아침 모임이 있는 장소에 도착해보니 파킹장이 텅 비어 있었다. 몇 주 전에 다친 무릎의 통증 때문에 뻗정다리 걸음으로 절룩거리는 상태라서 장애인 주차구역을 이용하기로 했다. 노약자 봉사자를 위해 발급받은 파란색 장애인 주차증을 유리창에 걸었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장애인 주차지역에 차를 세웠다. 

한동안 미팅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살며시 앞문이 열리더니 한국 여자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래층 장애인 주차 자리에 회색 차를 주차하신 분이 있으신 가요?” 

“네, 제 차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 데요. 왜요?”

장애인 전동휠체어를 내려야 하니 내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부탁이었다. 내 무릎상태를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나 역시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며 훈수를 두었다. 분명히 장애인 주차증을 차 창 거울에 걸어 두어서 아무런 문제될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일까? 그래도 차 주인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무슨 사연이 있지 싶었다. 잠시 미팅을 멈추고 내려가겠다고 했다. 

차 키를 챙겨 들고 절룩거리며 내려가느라 시간이 몇 분 더 지체되었다. 계단에서 파킹장을 내려다보니 내 차 옆에 장애인용 벤 트럭이 서 있었다. 그 앞에서 한 여자가 화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분명히 장애인 주차증을 걸어놓고 주차를 했고, 주변에 주차공간이 많이 남아있는 데 왜 저럴까? 짜증 섞인 혼잣말로 계단을 내려가서 그녀를 마주한 순간, 세상이 멈춰 버리는 듯한 당혹감에 현기증이 났다. 

그녀는 누가 보아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이었다. 지성에 미색을 겸비한 그의 얼굴이 시퍼레 보였다. 나를 보자마자 터져 나오는 그의 고성은 악다구니로 느껴질 정도였다. 

“당신이 무슨 장애인이냐? 파란색 주차 증을 끊어준 의사도 걸려 들어간다. 당신이 여기에 주차해서 내 딸이 지금 찜통 같은 차 안에서 17분 동안 고생하고 있다. 당신이 차 안에 걸어둔 모자를 보고 딱 한국 사람일 줄 알았다. 경찰에 신고했으면 오백 불 벌금이다. 돈 벌은 줄 알아라. 정말 같은 한국사람인 것 같아 참아 준거다. 당신 차 사진도 다 찍어 놓았다.”

문득 어릴 때 보았던 영화 ‘용가리’가 떠올랐다. 쉴 새 없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영화 속에서 ‘용가리’가 뿜어내던 불길처럼 느껴졌다. 사는 동안 내가 저토록 격한 분노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너무 미안했다. 내 무릎을 통증 없이 구부릴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만큼보다 더 답삭 엎드려 빌고 싶었다. 그를 빨리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에 나를 찾아냈던 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슬쩍 내 시선을 피해 버렸다. 무서웠다. 저리 흥분하다 쓰러지면 어쩌나? 차 안에 딸이 있다면서 이 무더위에 왜 차의 시동은 끄고 있을까? 여러 생각이 휘몰아치는 중에 차문이 열렸고 전동휠체어에 앉은 그 딸의 모습이 보였다. 마음이 너무 아리었다.

장애인 주차지역과 인도가 연결된 부분에 둔덕이 없는 곳과 페인트로 빗금을 그려 놓은 곳은 전동휠체어의 승하차를 위해 준비된 공간이었다. 지체장애인이 아닌 임시환자는 따로 빨간색 장애인 주차증을 사용하는 것도 처음 들었다. 사회적 통념상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죄라고 한다면, 내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 점심을 하면서도 마음은 아침의 일에 묶여 있었다. 결국 그들이 다니는 센터를 찾아갔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아 아예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아침에 만났던 그녀가 딸의 휠체어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얼굴빛이 밝아져 있었다. 

“여기 후원금으로 쓸 체크를 가져왔습니다. 아침에 제가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질렀거든요. 저기 계신 자매님이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당연이 납부했을 금액입니다. 이제 알았으니 장애인 주차에 대해 공부해서 주위 분들에게 잘 전할 게요.”

극도로 분노했던 와중에도 상소리 한마디 안 섞으며 또박또박 나를 깨우쳐 준 그녀를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서로 껴안고 인사를 나누며 돌아섰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언젠가 “모르고 짓는 죄가 가장 큰 죄”라는 불교 강의를 듣고서 의아했던 적이 있다. 70번에 7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성경 말씀에 익숙했던 나는, 모르고 지은 죄니까 용서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스님에게 물었다. 알면서도 짓는 죄는 양심이 찔릴 테니 언젠가 멈출 수 있지만, 그것이 죄인 줄도 모르는 무지함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통해 교정하지 않으면, 자꾸 반복할 테니 더 큰 죄가 아니냐는 답이었다. 

맞는 말씀이다. 그동안 내 무지함으로 인해 얼마나 나는 많은 죄를 지었을까? 오늘은 참 부끄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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