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와 수필] 눈먼자의 부활

지역뉴스 | | 2025-04-14 10:49:06

박경자시와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핑크색은 어린아이의 뺨 남쪽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입니다. / 회색은 어깨에 두른 목도리이며 / 갈색은 낡은 손 / 따뜻하고 친절한 나뭇잎 / 그리고 고목나무의 줄기입니다. / 라일락은 입을 맞추는 사랑스런 얼굴입니다. / 그리고 노란색은 태양입니다. / 풍성한 삶을 약속합니다. (시, 헬렌 켈러, 70세 고희에 쓴 시)

헬렌 켈러의 ‘견성 기도’는 글자 그대로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기도 시이다. 헬렌 켈러는 육신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저 너머의 영원한 세계를 볼 수 있는 영안(靈眼)을 지닌 여인이었다. 헬렌 켈러의 영안(SPIRITUAL EYE)은 멀쩡한 두 눈을 뜨고도 볼 수 없는 깊고 깊은 '영적인 세계'이다. 두 눈을 멀쩡히 뜨고도 볼 수 없는 이 세상 너머에 영안이 열려 영혼의 세계를 노래한 그녀는, 육의 눈은 단지 하나의 점일 뿐 내 영혼의 눈은 혼과 육이 넘나드는 하늘이 열려 있다고 고백한다.

''내 영혼의 눈이 열려 그대를 보기까지 수많은 세월을 헛되이 보냈소.'' 육(肉)을 지닌 인간이 삶의 여정에서 영혼의 길을 따라가는 것은 하늘의 축복 아니고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현상의 세계 저 너머에 있는 영혼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영안'이 열리지 않고는, 영원한 삶을 약속하는 하늘나라는 꿈의 나라에 불과하다.

지구별의 4월은 너무 아팠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신의 뜨거운 가슴 아니고는 존재하는 것조차 불가능하구나—

아픔투성이의 지구별에도 오늘 '부활'은 오는가? 사람 아닌 기계들이 인간의 가슴에 들어와 인간이 로봇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나는 항상 휘청거린다. 소경이 아닌 나는 왜 그날의 감격, 그 부활의 새 아침을 잊고 사는가? 볼 수 없는 헬렌 켈러의 그 찬란한 봄은 어디로 갔는가?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우리가 눈먼 자들이 아닌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긴긴 겨울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나무마다 맑디맑은 영혼의 웃음소리, 흔들리는 생명의 소리를 듣고 쓴 헬렌 켈러의 기도가 부활의 아침 내 잠자는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그날, 부활의 새 아침, 예수를 따르던 자들은 소경이요, 절름발이요, 길에 버려진 자들이었다. 오늘 나도 그날의 부활의 감격에 마음 활짝 열어 놓고 싶다.

가파른 언덕 너머/ 긴긴 겨울 추위에 떨면서/ 먼 길 달려왔구나/ 네가 곁에 있어/ 마냥 설레는/ 나의 작은 가슴/ 활짝 열어 놓을게/ 어서 네 안으로 들어와/ 네 연둣빛 생명의 기운으로/ 이 봄 내 가슴을 물들게 하라 (시인 정연복)

두 눈을 뜬 우리가 오늘 그 존재의 본성을 꿰뚫을 수 있는 시를 쓸 수 있을까-- 4월, 그 부활의 감격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내 육신의 눈이 열려 신들린 혼을 지닌 내 영혼이 맑은 영혼의 새 옷을 갈아입고 4월의 신부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 부활의 감격을 오늘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오늘 지구별은 너무 아프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산산이 쪼개진 가슴들. 멀쩡한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불신의 오늘을 산다.

육신의 저 너머-- 육신의 아들이 아닌, 영안이 열려야만 볼 수 있는 부활의 새 아침은 그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날은 육신을 떠나 영혼의 아들로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눈먼 자의 부활을 우린 오늘 기다리는가-- 그날은 이 땅이 아니라 저 하늘나라에 영원을 약속하신 것인가.

삶은 오늘이다. 날마다 하루하루는 영원한 오늘이다. 길 위에서 길을 잃어도 다시 일어나 고백하며 산다. 나는 길에서 넘어지면 다시 길을 딛고 일어나리라.

헬렌 켈러처럼 내 영안이 열려 노래하리라. 출렁이는 그 기쁨, 그 자유함. ''행복은 아주 단순한 거예요.''

흔들리는 혼의 세계, 하늘 내리신 부활의 새 아침. 나, 영혼의 축복. 하늘 내리신 새 생명 선물. 맑은 새 영혼의 새 옷 갈아입고 부활의 새 생명으로 오늘 나 다시 태어나리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직 비자 심사 강화…"'검열' 관련 경력 있으면 부적격"
전문직 비자 심사 강화…"'검열' 관련 경력 있으면 부적격"

국무부, 전세계 공관에 신청자 이력서·링크드인 프로필 검토 지시트럼프, 온라인서 우파시각 억압받는다는 인식下 콘텐츠 관리 비난미국대사관 앞에 비자 받으려고 줄 선 시민들[연합뉴스

헬스 전문, 콩코드 커리어 칼리지 오픈 예정
헬스 전문, 콩코드 커리어 칼리지 오픈 예정

다운타운 웨스트엔드에 입주 계약2027년 오픈 목표, 학생 최대7백명  새로운 헬스 전문 대학, 콩코드 커리어 칼리지(Concorde Career College)가 2027년 개교

〈포토뉴스〉 애틀랜타연극협회 송년모임
〈포토뉴스〉 애틀랜타연극협회 송년모임

애틀랜타연극협회(회장 최창덕) 는 3일 오후 12시 둘루스 슈가로프 컨트리클럽 내 유은희 부회장 댁에서 2025년 송년회를 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내년도 성장과 도약을 다짐했다

〈주말 가볼 만한 5가지 이벤트〉 '쿨레이 필드 조명 쇼'
〈주말 가볼 만한 5가지 이벤트〉 '쿨레이 필드 조명 쇼'

연말을 맞아 이번 주말 귀넷 및 애틀랜타 일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섯 가지 이벤트를 소개한다. ◈쿨레이 필드 조명 쇼(Glow Light Show at Coolray Field)일

조지아 19개월만 또 다시 사형 집행
조지아 19개월만 또 다시 사형 집행

이달 17일 저녁 잭슨 교도소서22년전 두 여성 살해범 형집행  22년전 두 명의 여성 부동산 중개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5년전 사형확정 판결을 받은 조지아 남성에 대한 형

조지아 주민 기대수명 늘긴 늘었는데...
조지아 주민 기대수명 늘긴 늘었는데...

전국평균보다 밑...전국 36위'22년 75.9세...1년새1.6세↑ 조지아 주민의 기대수명이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연방질

농산물 포장상자 속 2,200만달러 마약 적발
농산물 포장상자 속 2,200만달러 마약 적발

멕시코 밀반입 1,500LB 메스 애틀랜타 · 홀 카운티서 동시에  농산물 포장 상자에 숨겨져 있던 무려 1,500파운드가 넘는 마약이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됐다.3일 연방수사국(F

자녀 용돈 관리… 이제는‘키즈 금융 앱’으로
자녀 용돈 관리… 이제는‘키즈 금융 앱’으로

심부름 완료하면 용돈과도한 지출하면 알림그린라이트·에이콘스얼리재스비·모닥·카칭가·팸주  자녀들의 용돈 관리에 디지털 앱을 적극 활용하는 부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앱 하나로 집안일

‘얼리 칼리지’ 프로그램… 고교 졸업 동시에 준학사까지
‘얼리 칼리지’ 프로그램… 고교 졸업 동시에 준학사까지

대학 학위 조기 취득 가능성실제 대학수업과 같은 난이도‘도전적·열정적 학생에 적합이중등록과 다른 프로그램 실제 대학 수준의 수업을 미리 수강하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조기대학

대학 지원서 수 약 10% 증가… 유학생은 큰 폭 감소
대학 지원서 수 약 10% 증가… 유학생은 큰 폭 감소

커먼앱 11월 1일 기준 통계1인 평균 4.68곳 → 4.90곳, 5%↑미국내 지원자 7%↑, 유학생 9%↓표준화 시험점수 제출 지원자↑   미국 대학 통합지원 시스템인‘커먼앱’(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