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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된 대왕카스테라… 식용유는 아무런 죄가 없다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5-02-20 18:49:28

대왕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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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린과 쇼트닝의 역사

 

지난 주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잠시 한 TV 프로듀서의 소식으로 들썩였다. 음식 관련 고발 및 탐사보도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과거 행적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기에 SNS가 들썩인 것이다. 그는 '착한 먹거리'를 찾는다는 미명 아래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사안을 과장해 다뤄 여러 번 물의를 빚었다.

대표 사례를 둘만 꼽자면 벌집 아이스크림과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있다. 전자의 경우 벌이 식용 파라핀인 소초에 집을 짓는데 이것을 마치 공업용 파라핀인 양 보도했다. 후자는 원료인 식용유를 문제로 삼았다. 그의 보도로 인해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던 두 음식의 기세가 삽시간에 꺾였고 많은 매장이 빠르게 폐업하며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오늘날 두 음식은 거의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의 보도로 불안감을 자극 당한 소비자의 마음은 다시 돌아서지 않았다. 둘 다 허위에 가까운 과장 보도였던 가운데, 굳이 구분하자면 벌집 아이스크림보다 대왕카스테라의 매도가 더 심각했다. 

 

■제과제빵에 필수적인 지방

밀가루에 수분을 더해 치대면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의 사슬이 생겨 반죽에 탄성을 불어넣는다. 글루텐은 한마디로 양날의 칼과 같아서, 필요해 키워줘야 하는 경우와 정반대로 억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베이글이나 호떡처럼 쫄깃함이 특징인 빵이라면 글루텐을 최대한 살려줘야 한다. 반면 팬케이크나 쿠키, 비스킷처럼 발효를 거치지 않는 빵이나 과자라면 쫄깃함이 방해가 되므로 설치지 못하도록 자제를 시켜야 한다.

이때 쓰이는 게 지방이다. 지방은 제과제빵의 필수재료로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불어넣고 맛을 확장시켜주는 한편 밀가루의 글루텐을 억제해주는 역할도 아울러 맡는다.

특히 어떤 형태의 지방을 쓰느냐가 빵과 과자의 질감을 결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테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관건인 대왕카스테라나 당근케이크, 컵케이크 같은 종류에는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지방을 쓴다. 향과 맛이 강하지 않은 식용유(유채기름 등)가 대부분으로 흔히 불포화지방이라 분류한다. 

이처럼 식용유를 포함한 액상 지방은 아무런 죄가 없다. 빵을 만들 때 사용되는 특정 형태의 지방일 뿐이다. 되려 인간이 상온에서 액상인 지방을 화학 공정을 통해 버터와 같은 고형 지방으로 바꾸는 시도가 부작용을 낳았다. 버터보다 싸고 상온에서 고체이므로 보관과 활용이 액상 지방보다 간편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마가린과 쇼트닝이다.

■평생의 경쟁자, 버터냐 마가린이냐

그 첫 번째 사례는 마가린이었다. 아직까지도 버터의 대체재로 버젓이 현역인 마가린의 역사는 18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의 화학자인 미첼 으제니 셰브르유가 마가린산을 발견한 게 시초였다. 이후 나폴레옹 3세가 군과 서민을 위해 쇠기름으로 버터 대용품을 개발하라는 명령을 하달해 이폴리테 메쥬무리에가 1869년 마가린을 개발했다.

메쥬무리에는 이 물질에 '올레오마가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특허까지 냈으나 프랑스 국내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1871년 그는 특허를 네덜란드 기업 유르겐스에 팔았고, 이후 유르겐스는 몇 차례의 합병을 거쳐 오늘날의 유니레버가 되었다. 말하자면 도브(비누), 바세린(보습제) 등을 파는 다국적 생필품 기업이 마가린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발 초기 쇠기름이 주 원료였던 마가린은 미국에서 곧 식물성 지방으로 거듭난다. 1871년 미국 뉴욕주 빙엄튼의 헨리 W 브래들리가 면실유(목화씨를 짜서 만든 기름)에 동물 기름을 섞는 마가린 제조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이 마가린은 1874년 영국으로 수출되는 한편 미국에서도 버터 대용품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세기로 넘어오면서 마가린의 운이 비약적으로 트이기 시작했다. 쇠기름의 공급이 부족한 틈을 타 제임스 F 보이스와 폴 사바티에가 식물성 기름을 고체로 만들어주는 수소화공정을 개발했고, 덕분에 브래들리의 마가린 특허가 탄력을 받았다. 이어 1929년대 말 미국의 대공황, 1940년대 세계 2차대전의 물자 부족을 틈타 버터의 자리를 상당부분 꿰찬다. 1950년대에는 규제를 통해 마가린이 순식물성 지방으로 거듭났다.

■쇼트닝의 탄생

한편 쇼트닝 또한 마가린과 비슷한 운명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비싸고 귀한 동물의 지방 즉 쇠기름이나 돼지기름을 대체하기 위한 운명이었다. 원래 쇼트닝이라는 명칭은 앞서 언급한 밀가루의 글루텐 사슬을 짧게 잘라준다(shorten)는 연유에서 유래했다. 지방이 글루텐 사슬을 짧게 자르면 밀가루 반죽이 쫄깃해지지 않는 대신 바삭하고 켜켜이 부스러지는 성질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쇼트닝은 원래 파이 반죽 등 페이스트리에 주로 쓰인 돼지기름(라드)을 일컫는 명칭이기도 했으니, 오늘날 쇼트닝은 돼지기름의 물성을 모사한 식물성 기름이라 보면 마가린과 혼동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가린이 유니레버와 관련 있다면 쇼트닝 또한 같은 소비재 다국적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아이보리 비누)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수소화를 통한 식물성 (액상) 지방의 고형화 기술이 발달하는 가운데, 독일의 화학자인 에드윈 쿠노 카이저가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이민을 온다. 영국의 비누 제조 업체 조셉 크로스필드 앤드 선즈에서 일했던 그는 경험을 살려 동종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에서 일할 계획이었다. 고체가 된 면실유로 비누를 제조할 계획이었는데, 조지아주 메이컨의 월레스 매카우가 특허를 내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1905년 매카우가 면실유로 라드 모사품과 비누를 만드는 공정을 특허냈고, 1909년 프록터앤드갬블이 특허도 사들이는 한편 그를 고용해 카이저와 더불어 고형 식물성 지방을 개발하게 했다. 그 결과 라드와 물성이 정말 흡사하지만 훨씬 저렴한 고형 면실유가 탄생했고, 프록터앤드갬블은 이 제품에 '크리스코(Crisco)'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정화된 면실유'(Crystalized Cottonseed Oil)에서 철자를 딴 조어였다.

■트랜스지방의 퇴출

마가린과 쇼트닝은 비슷한 시기에 개발돼 비싼 동물성 지방의 대체품으로 한참 사랑받았지만 요즘은 입지가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무엇보다 액체지방을 고형화하는데 쓰이는 부분 수소첨가 공정이 트랜스지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이 심혈관 계열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두 지방 모두 많은 변화를 겪었다.

크리스코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트랜스지방의 함유량이 1회 섭취량 기준 1g 미만인 제품 등을 개발 및 출시하는 등 변화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미국 식약청의 규제가 점차 심해짐에 따라 종내에는 완전 수화된 야자유 쇼트닝을 출시했다. 2018년 식약청이 부분 수화 지방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 대응한 것이다. 마가린의 사정도 마찬가지여서 2015년 6월 시작된 3년간의 유예 기간을 통해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제품이 완전 퇴출되었다.

식품의 역사를 살펴 보면 특히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 및 물자 부족이 맞물려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랫동안 고민없이 썼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안전 여부가 재검증 되었고, 마가린과 쇼트닝처럼 변화를 거치는 사례들도 있다. 이처럼 식품의 역사는 물론 제조 공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으면, 카스테라에 식용유를 쓰는 것 같은 사례를 덮어놓고 위험하다 단정짓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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