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등 영주권자들
“신분상 불이익 불안”
대선 후 문의 늘어나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씨는 최근 시민권 취득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20년 가까이 영주권자로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었지만,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공약한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미국 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씨는 “합법적인 이민자 신분이지만 ‘이민자’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미래를 더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미뤄뒀던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에 이민자 커뮤니티에 불안이 가중되며 시민권 취득 확산 붐이 일고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예고되면서 한인 영주권자들을 포함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영주권만으로는 신분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며 시민권 취득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LA 거주하는 최모씨도 트럼프 당선 확정 후 시민권 취득을 신청했다. 사업상 해외를 자주 오가야 하는 최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연일 이슈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적 변화가 어떻게 될지 몰라 시민권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지난 2017년 당시 초강경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이민자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행정명령의 골자는 테러위험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 일시 중단 및 비자발급 중단과 난민 심사 강화 등이었지만, 이 명령이 이라크와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이른바 테러 위험 7개 무슬림 국가 국민들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 출신의 영주권 소지자와 이중국적자들에게도 적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민 변호사 사무실마다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한 한인들의 문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법 전문 이경희 변호사는 “트럼프 당선 확정 후 평소보다 확실히 시민권 취득 문의가 늘었다”며 “향후 본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되면 시민권 취득을 고려했던 분들 사이에서 시민권 신청이 다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경희 변호사는 또 시민권 심사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도 언급하며 “음주운전이나 형사 기록 등 결격 사유가 더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