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인플레 등 정책 트럼프 유리”
공화당‘인신공격 자제’요청 불구
“해리스는 정신장애”이틀째 막말
장 애인 단체“증오의 편견”항의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정신 장애인’으로 부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내 인사들이 인신공격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장애인 단체도 항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틀째 막말을 반복했다.
‘친 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연방 상원의원(공화)은 29일 CNN방송에 출연, 자신이 해리스를 “미친 진보주의자”라고 불렀지만 트럼프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레이엄은 “그(해리스)가 미쳤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정책이 완전히 미쳤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경제, 국경, 인플레이션(고물가), 외교 정책 등에 관해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훨씬 더 신뢰하니 (인신공격보다) 정책에 집중하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장을 지낸 케빈 매카시의 조언도 비슷했다. 매카시는 이날 CNN에서 불법 이민자 급증으로 뉴욕이나 매사추세츠주가 처한 곤경을 살인·강간 범죄 증가와 연관시키며 진행자에게 “당신이 그런 일을 낳은 행정부 책임자라면 나는 당신의 정신 능력을 의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언급은 ‘비유’였다고 두둔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에게는 “정책 쟁점에 충실하라”고 권고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의 질책은 수위가 높았다. CBS방송에서 그는 “(트럼프 발언은) 충격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 부통령뿐 아니라 정말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장애인협회(AAPO) 회장인 마리아 타운은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의 언급은) 해리스나 장애인에 대해서보다, 장애인을 향한 부정확하고 증오에 찬 편견을 더 많이 드러낸다. 트럼프는 장애인이 모자란 사람이고 덜 존엄하다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최근 지지율 열세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북동부 공업지대) 격전지 공략에 힘을 쏟고 있는 트럼프는 전날 위스콘신주 프레리두신에 이어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이리 유세에서도 ‘막말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남부 국경으로 미국에 온 불법 이민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해리스를 비난하는 데 연설 시간(2시간)의 대부분을 쓴 그는 “비뚤어진 조 바이든(대통령)은 정신 장애를 갖게 됐다. 거짓말하는 해리스는 솔직히 그렇게(정신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는 해리스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 참석에도 시비를 걸었다. “대형 허리케인에 의해 국토가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은 상황에서 급진 좌파 광신도 기부자들과 함께 모금 행사를 열어 나쁜 사람들을 위해 큰돈을 모금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해리스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모금 행사에 간 뒤 ‘선벨트’(날씨가 따뜻한 남부) 경합주 중 하나인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했다. 이날 행사를 통해 5,500만 달러(약 718억 원)가 모금됐다고 해리스 캠프는 밝혔다. 해리스는 최소 95명에 이르는 미국 남동부 허리케인 ‘헐린’ 피해 사망자를 애도하기도 했다.
이날 양당 부통령 후보는 10월 1일 뉴욕에서 열리는 CBS 주관 TV 토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 대역을 맡은 민주당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은 빨간 넥타이를 매고 모의 연습에 나타났다고 CNN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