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입 수험생들이 북부의 전통적 명문대 대신 사우스캐롤라이나나 조지아, 앨라배마주 등 남부 지역 공립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하버드 등 아이비그(북동부 명문 사립 8개교)를 위시한 북동부 지역의 대학들의 위상이 높았고 학생들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남부 학교들이 저렴한 학비와 온화한 날씨, 유리한 취업 전망 등에 힘입어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듀크, 툴레인, 에머리, 밴더빌트 등 남부 명문 사립대들의 선호도도 꾸준히 높아졌지만 최근 남부 대학들의 인기는 조지아공대, 클렘슨대, 앨라배마대 등 공립학교들이 이끌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가 미국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부 지역 공립대학으로 진학한 북부 출신 학생 수는 지난 20년간 84% 늘었고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30% 증가했다.
앨라배마대의 경우 2002년 1% 미만이던 북동부 출신 학생 비율이 2022년에는 11%로 올라갔다.
미시시피대 역시 2022년 신입생 4천500명 가운데 200명 이상이 북부 출신으로 20년 전의 11명에서 크게 늘었다.
남부 공립대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요인은 저렴한 학비다.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인 얼리샤 카라치올로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 진학했다.
당초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유명한 뉴욕주의 시러큐스대 진학이 목표였고 장학금 1만5천달러(약 2천만원)를 받아 6만5천달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입학허가도 받았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에 다니는 사촌을 보고 이 학교에도 지원했는데 장학금을 받을 경우 학비가 시러큐스대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한다.
남부 공립대학을 다니는 다른 주 출신 학생들은 평균 2만9천달러의 학비를 내는데 이는 미국 전역의 공립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북부보다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와 여유 있는 지역사회 분위기도 남부 대학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이런 장점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두드러졌다.
북부 지역 대학들이 정기적으로 학교를 봉쇄하고 상당기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반면 남부 대학은 비슷한 시기에 대면 수업을 하고 미식축구팀 경기도 계속했다.
뉴욕주 출신으로 애틀랜타의 조지아공대에 다니는 미치 사발리가 단적인 예다.
사발리는 뉴욕주 북부의 대학에 다니는 형이 입학 후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온라인 수업 등에 대해 불평하는 모습을 봤다. 이는 비슷한 시기 TV로 중계된 남부 대학 미식축구 대항전과 극명하게 대비됐고, 그는 저렴한 학비까지 고려해 조지아공대를 선택했다.
올해 상반기에 대학가를 휩쓴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도 남부 대학 선호도를 높였다.
뉴욕의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가 반전시위로 졸업식까지 취소하는 등 몸살을 겪었다.
하지만 남부 지역 대학에서는 반전 시위 여파가 덜했고, 학내 언론 자유 측면에서도 남부 대학들이 북동부 지역 학교들보다 나은 평가를 받고 있어 유대인이나 정치에 관심이 덜한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와 함께 남부 지역 경제 호조로 취업 전망이 좋다는 점도 학생들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이 일자리를 찾기 좋은 상위 5개 지역이 모두 남부 지역에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