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루와 룸마

[주말 에세이] 멀미 나는 세상에서 멀미하다

지역뉴스 | | 2024-09-20 13:15:14

주말 에세이,박인애,수필가,멀미나는 세상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추석이어서인지 호텔 식당엔 조식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입구에서 직원이 객실과 이름을 확인한 후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오늘은 투숙객 명단을 프린트한 종이가 꽤 두툼해 보였다. 오피스 지역이라 일요일이나 명절엔 식당 문 여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게 이유였을 것이다.  

직원은 이름도 묻지 않고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어제 이백여 명의 투숙객이 들어와서 정신없는데, 일찍 잘 오셨다며 허리는 좀 어떠시냐고 물었다. 왼손을 허리에 대고 다리 저는 걸 보며 아픈 부위를 아는 걸 보면 아파본 사람이거나, 가족 중에 같은 증상을 앓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요 며칠 아침을 먹으며 그녀의 가슴에 붙은 명찰을 보았음에도 나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일순간 타인이라는 경계가 무너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내 허리 병에 대해 알고 있는 지인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에게 들은 괜찮냐는 말, 편하게 많이 드시고 얼른 나으시라는 말 속에는 통증을 완화하는 힘이 들어있었다. 우수직원 칭찬하기 박스가 있었다면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겼을 것이다. 

딸이 음식을 가지러 간 후 자리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마다 가족, 홀로 온 여행객, 출장 온 그룹 등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외국인이 대부분이었고, 음식도 미국의 아침 뷔페식당을 옮겨 놓은 듯했다. 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것은 먹으며 말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입과 간간이 튀어나오는 파편들, 그리고 포크를 쥔 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이었다. 눈이 마주치면 불편할까 봐 시선을 떨구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리와 신발이 들어왔다. 식당에 들어오고 나가는 발, 음식을 가져오거나 리필하러 가는 발, 테이블을 세팅하고 치우느라 바삐 움직이는 발들을 보는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들어올 때부터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의 아들이 좁은 통로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음식 담긴 접시를 든 사람과 부딪힐 뻔하여 직원이 주의를 주었는데도,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앞으로 갔던 아이가 전력 질주하여 달렸다. 부모에게 가는 건데, 꼭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았다. 온몸이 오그라들면서 멀미가 날 것 같았다. 

그런 증상은 두 달 전 발생했던 교통사고 후 시작되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어도 모든 차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아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렸다. 며칠 전, 척추 시술 받느라 병원을 오가는 택시에서도 그랬다. 40분이면 되는 곳인데, 귀성 차량으로 인해 두 시간여 동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뗄 때마다 차가 흔들렸고 결국 임신했을 때도 안 했던 멀미를 하고 말았다. 

어릴 때는 차만 타면 멀미를 했다. 차에서 나는 기름 냄새와 흔들림에 작은 몸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멀미는 교통수단 등에서 발생하는 흔들림에 몸의 평형감각이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시각 정보와 실제 감각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면 덜 하다는 내용이었다. 

몸의 멀미는 토하면 되니 그나마 괜찮다. 문제는 멀미 나는 세상과 사람을 참아내는 일이다. 무례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 흉흉한 뉴스를 대면하는 일이 그러하다. 그건 어떤 감각을 키워야 괴리를 좁힐 수 있을까. 움직임을 예측치 못한 나는, 오늘도 흔들리는 세상에서 멀미 중이다. 한국에서 모처럼 만난 추석 만월에 소원을 빌었다.   

안정된 세상에서 모두 안녕하시기를!

<박인애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미 주유소 연료 저장탱크 해킹… “이란 소행 가능성 의심”
미 주유소 연료 저장탱크 해킹… “이란 소행 가능성 의심”

물리적 피해는 없어…전쟁 이후 이란 사이버 공격 늘어 미국 여러 주)의 주유소 연료저장탱크 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됐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복수의 소식

김하성, 역전 끝내기 찬스서 아쉬운 땅볼…이정후 1안타
김하성, 역전 끝내기 찬스서 아쉬운 땅볼…이정후 1안타

김혜성 무안타 1득점…송성문은 대수비로 출전해 우전안타  김하성의 강습 타구를 잡아 1루에 토스하는 채프먼과 1루로 뛰는 김하성[AP=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출신 4총사

한도 일정 비율 초기 의무 인출… HELOC 대출 조건 강화
한도 일정 비율 초기 의무 인출… HELOC 대출 조건 강화

‘비은행권·핀테크’ 중심으로신용 한도 일시적으로 동결세부 대출 조건 정확히 이해 대출 한도의 일정 비율을 초기에 의무적으로 인출해야 하는 등 주택담보신용대출 조건이 강화되는 추세다

다운페이는 반드시 20%?…모기지 오해가 내 집 마련 막아
다운페이는 반드시 20%?…모기지 오해가 내 집 마련 막아

다운페이먼트 오해 가장 많아크레딧 점수별 대출 상품 다양낮은 금리 자격 요건 파악해야 많은 바이어들이 모기지 대출에 대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햇빛만으론 부족하다… 비타민 D 채우는 식탁의 힘
햇빛만으론 부족하다… 비타민 D 채우는 식탁의 힘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비타민 D, 보충제 없이 섭취하는 5가지 방법면역·뼈 건강·심혈관 질환과도 연관성 많아연어·송어·버섯·달걀 등 자연식품으로 가능 <사진=S

“비타민D 보충제 한 번에 다량 먹어도 괜찮아”
“비타민D 보충제 한 번에 다량 먹어도 괜찮아”

노인 60% 이상이 결핍뼈·근육 건강·면역력↑ 한국 노인의 60% 이상이 비타민D 결핍 상태로 나타났다. 유럽과 북미 등 온대 지역 국가에서도 고령층의 비타민D 결핍 비율은 높은

“몸속 플라스틱 독소, 일주일 만에 줄일 수 있다”
“몸속 플라스틱 독소, 일주일 만에 줄일 수 있다”

■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저플라스틱 식단·생활용품 교체만으로 60% 감소캔 음식·초가공식품·향 첨가 제품이 주요 원인BPA·프탈레이트, 호르몬 교란·심혈관 질환

“몸보신 하려다 염증 폭탄”…여름마다 먹던 ‘국민 보양식’의 불편한 진실
“몸보신 하려다 염증 폭탄”…여름마다 먹던 ‘국민 보양식’의 불편한 진실

‘건강 구독 사회’ 등 건강 서적을 집필한 정재훈 약사가 의외로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음식으로 보양식을 꼽았다. 몸에 좋다고 여겨지는 장어와 삼계탕도 자주 먹으면 오히려 건강

온종일 스마트폰 끼고 살더니… 성인 환자 46% 뛰었다
온종일 스마트폰 끼고 살더니… 성인 환자 46% 뛰었다

■ 하석규 고려대안산병원 안과 교수소아 질환으로 알려진 사시, 성인 환자 급증세성인 사시, 신경계 문제 등 발병 원인 매우 다양사물이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 흔해 <

‘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무리한 감량 대신 찌는 속도 조절을
‘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무리한 감량 대신 찌는 속도 조절을

■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WHO,‘21세기 신종 감염병’규정… 질병 인식 확산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13.8%로 일시 주춤방치 땐 성장기 복합적 문제 유발·만성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