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미국에서 아직 이가 아프다

지역뉴스 | | 2024-09-17 10:40:41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미국에서 아직 이가 아프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은 가장 짧은 취임사를 남긴 대통령으로도 기록돼 있다. 그의 2대 대통령 취임 연설은 135자, 2분 분량이었다. 취임사가 이처럼 짧았던 것은 치통 때문이었다. 맞지 않는 틀니 때문에 통증이 심해 길게 말하기 어려웠다. 그 보다 4년 전 초대 대통령 취임 때 워싱턴에게는 이미 이가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무로 의치를 해 넣었다. 나중에는 코뿔소 상아와 다른 사람들의 이로 만든 틀니를 썼다. 

당시는 생니를 뽑아 치과의사에게 파는 것이 돈이 됐다. 지금의 장기 매매처럼 이빨이 거래된 것이다. 워싱턴의 마운트 버논 저택에는 300명이 넘는 노예가 있었다. 틀니에 사용된 이는 여기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1달러 지폐에 있는 워싱턴의 초상화를 보면 왼쪽 볼이 약간 부어 있음을 알게 된다. 맞지 않는 의치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볼에는 칼자국 같은 흉터도 보인다. 심각한 잇몸과 치아 질환 치료 과정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치아 관리에 실패했던 건국의 아버지가 치통에 시달린 흔적은 지폐에 남아 전해진다. 

두 어 달 전 치통이 소품처럼 설정된 상황극이 한 교회에서 공연된 적이 있다. 부모 자녀 간의 소통 문제를 다룬 이 짧은 극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늘 치약을 들고 다녔다. 치통 때문이었다. 아플 때 치약을 바르면 좀 낫다고 했다. 치과에 가라고 성화인 자녀들과 선뜻 치과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어머니. 무엇보다 돈이 문제였을 것이다. 어머니는 얼마 뒤 자살했다. LA 한인가정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물론 어머니가 목숨을 끊은 것은 치통 때문은 아니었으나 워싱턴 이후 20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치통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남아 있다.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매달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로 오는 악관절(TMJ) 환자가 있었다. “왜 비행기를 타고서까지 여기 오죠?”  “아프니까요.” 치과의는 간략하게 답했다. 치통을 앓아 본 사람은 치통이야말로 견디기 어려운 것임을 안다. 몸이 아프면 카운티 병원 응급실 같은 데를 찾아 가 드러누우면 된다. 이는 아무리 아파도 그럴 수 없다.

LA에서 잠시 무료 치과 클리닉을 했던 치과의사 최 아무개 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 중년 여성이 왔는데 상한 이빨 여섯 대 가운데 살릴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두 뽑아야 했다. 발치 후 “선생님예-”하면서 내미는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보며 눈시울이 뜨끈해지더라고 했다. 치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들의 사정은 갖가지였다. 이 클리닉은 주위 의사들로부터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괜한 일을 한다는 거였다. 그 말이 옳았다. 한 두사람이, 뜻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치과 치료를 위해 한국에 가는 것은 드물지 않다. 사돈에 팔촌에 치과의라도 있으면 금상첨화. 싸고, 빠르고, 잘 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미국의 치과 치료야 말로 인종차별적이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된다. 기본적인 치과 검진에서도 소외된 미국인이 허다하다. 치과보험 없는 미국 성인이 7,700만명에 이른다고 한 통계는 말한다. 65세면 받을 수 있는 메디케어도 암 치료와 장기이식 등 의료에 꼭 필요한 극소수 경우가 아니면 치과는 커버하지 않는다. 90종이 넘는 보험사들의 메디케어 상품 중에 치과가 포함된 플랜도 있으나 받는 데가 드물거나, 갖가지 구실로 치료를 승인해 주지 않으려 한다. 

지난 1965년 메디케어 플랜이 처음 소개됐을 때 일체의 치과 혜택은 제외됐다. 예산 문제와 메디케어에 포함될 경우 수가 하락을 걱정한 치과의 그룹의 반대가 직접 이유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2년 전 기후변화 대책 등이 포함된 광범위한 예산안 패키지에 다시 치과 보험을 포함시켜 의회에 보냈으나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치과는 특히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예방에 실패하면 전적으로 개인 책임이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해결책은 열심히 ‘치카치카’ 하는 수밖에 없다. 치아, 치간, 잇몸까지 샅샅이 닦고, 파 내고, 씻어 내야 한다. “한 20분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치과의사는 말한다.  그 외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현 의료제도 아래서는. 조지 워싱턴 때는 돈은 있어도 의술이 안 돼, 지금은 의술은 돼도 돈이 안 돼 미국의 치통은 계속되고 있다.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고물가에 연말 샤핑 ‘실속형’… 양말·커피·기저귀 선물
고물가에 연말 샤핑 ‘실속형’… 양말·커피·기저귀 선물

‘인플레이션·경기 불안’에소비자, 높은 물가에 불만  인플레이션과 관세 등의 영향으로 연말 샤핑에 나서는 소비자들의 지출 계획이 예년과 달리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 [로이터] 올

32회 메시아 대연주회 성황리 개최
32회 메시아 대연주회 성황리 개최

"예수님 탄생 기념 축하 공연 선사"유진 리 2회 연속 연주회 지휘해 올해로 32회를 맞이하는 헨델의 메시아 연주회가 22일 아틀란타 벧엘교회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이번 연주회는

사랑의 천사포 6만5,700달러 모금 성과
사랑의 천사포 6만5,700달러 모금 성과

연말까지 성금 계속 접수 애틀랜타 한인 사회의 자선 구호 프로그램인 ‘사랑의 천사포’(위원장 김백규)가 지난 19일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모금 생방송을 펼쳐 6만5,700달러를 모

S. 캐롤라이나 여행 전 홍역예방접종부터...
S. 캐롤라이나 여행 전 홍역예방접종부터...

감염 130여명... 홍역창궐지역보건당국 "몸 아프면 여행 중단" 연말연시를 맞아 조지아 이웃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여행계획을 세웠다면 특히 자녀가 홍역 예방접종을 맞았는지 반드시

불법 투견 조지아 남성에 종신형 가능성
불법 투견 조지아 남성에 종신형 가능성

동물학대 등 69건 혐의 유죄평결 불법 투견과 불법 개사육을 포함한 동물학대 등 무려 69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조지아 남성이 종신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조지아 중부

〈속보〉디캡 교도소 수감자 3명 탈주...무장 가능성
〈속보〉디캡 교도소 수감자 3명 탈주...무장 가능성

오늘 오전...대대적 수색작업살인혐의 수감자도 포함  디캡 카운티 교도소에서 수감자 3명이 탈주에 당국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들 중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수감자도 포함돼

월남전 유공자회 연말 정기모임 가져
월남전 유공자회 연말 정기모임 가져

55차 4분기 정기모임 러빙핸즈에서 미동남부월남참전유공자회(회장 송효남)는 지난 20일(토) 노크로스 러빙핸즈 시니어센터에서 제55차 4분기 정기모임을 개최했다.김성용 사무총장의

개싸움이 총격으로...70대 남성 사망
개싸움이 총격으로...70대 남성 사망

공원 산책 중...52세 남성 검거 산책 중 반려견간 싸움이 총격전으로 번져 70대 남성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홀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21일 오후 게인스빌 심슨 공원에서 반

미션아가페, 사랑의 자켓 전달 마무리
미션아가페, 사랑의 자켓 전달 마무리

자켓 600벌 소외 이웃에게 배포 한인 봉사단체 미션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2025년에도 ‘사랑의 자켓’ 600벌을 성공적으로 분배했다.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봉사자들로 조직된

귀넷 학군재조정 시작부터 '삐거덕'
귀넷 학군재조정 시작부터 '삐거덕'

첫 조정안 학부모 반발로 무산 향후 조정안 추진도 진통 예상 귀넷 교육위원회의 학군 재조정안이 시작부터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지난 18일 열린 그레이슨고 인근 학군 재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