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1차 섬모’가‘뚱보 호르몬’으로 알려진 렙틴을 감지해 우리 몸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우 연세대 치대 구강생물학교실 교수, 양동주 연구원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대사-임상과 실험(Metabolism-clinical and experimental, IF13.934)’ 최신 호에 발표했다.
섬모(cilia)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의 특정 돌출 부위다. 이 중 1차 섬모(primary cilia)는 코 점막이나 폐 표면, 난관 등에 있는 운동성 섬모와 달리 운동성이 없고 감각기관에서 다양한 감각을 전달하는 수용체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세포 안테나’로 불린다.
우리 몸은 열량 등 체내 조건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식욕을 떨어뜨리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량을 늘려 불필요한 에너지 흡수를 막는다.
반면 음식 섭취량이 적으면 렙틴 분비량이 줄고 스트레스ㆍ피로ㆍ두통ㆍ구토 등 단식 반응을 일으키는 ‘코르티코스테론’ ‘테스토스테론’ ‘T4’ 분비량을 조절해 음식 섭취를 유도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1차 섬모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신체 에너지 조절 기능이 떨어져 비만해진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1차섬모가 렙틴 분비를 감지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배고픔 신호가 나오면 코르티코스테론 등 내분비 호르몬 분비량을 조절해 음식 섭취를 유발하며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기관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1차 섬모를 제거한 실험용 쥐와 일반 쥐에서 음식 섭취량 증가와 감소에 따른 렙틴과 내분비 호르몬 분비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1차 섬모가 없는 쥐의 항상성 조절 기능이 손상됐다.
음식 섭취량이 늘었을 때 1차 섬모가 없는 쥐는 예상대로 렙틴 분비를 감지하지 못했다. 음식 섭취량이 늘자 렙틴 분비량이 증가했지만 신체가 이를 감지하지 못해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 렙틴 저항성이 나타났고, 렙틴은 계속 분비되는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모델 마우스의 평균 렙틴 분비량은 6ng/mL까지 늘었는데 이는 일반 쥐 평균 분비량(2ng/mL)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이어 1차 섬모 제거 쥐와 일반 쥐를 24시간 이상 굶긴 뒤 식사량 감소에 따른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 쥐에서는 렙틴 분비량이 0.5ng/mL 이하로 거의 분비되지 않아 음식 섭취가 정상적으로 유도된 것과 달리 1차 섬모 제거 쥐에서는 일반 쥐가 포만감을 느낄 때의 렙틴 분비량(2ng/mL)보다 많은 3.5ng/mL가 분비됐다.
1차 섬모가 없는 쥐는 굶더라도 여전히 렙틴 분비를 감지하는 민감도가 낮아 음식 섭취에 대한 유도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음식 섭취량이 줄어 배고픈 상태가 되면 코르티코스테론 분비량은 늘고, 테스토스테론과 T4 호르몬 분비량은 줄어드는 등 단식 반응이 일어나며 항상성이 유지돼야 한다.
일반 쥐가 각각 +65ng/mL, -0.25ng/mL, -2.8ng/mL의 변화폭을 보이며 스트레스 등 단식 반응이 나타난 것과 달리 1차 섬모 제거 쥐의 호르몬 변화폭은 +35ng/mL, -0.1ng/mL, -0.5ng/mL에 그쳐 항상성 조절을 위한 단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에서 1차 섬모가 단식을 감지하고, 단식에 대한 우리 몸의 보호 반응에 필수 기관이라고 결론지었다.
김기우 교수는 “1차 섬모는 우리 몸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호르몬과 단식 반응을 감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는 체내 에너지 과다 등으로 인한 비만ㆍ당뇨병 등 대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