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시론] 굼뜨면 죽는다

지역뉴스 | | 2024-09-12 12:04:36

시론,임석훈,서울경제 논설위원,선임기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2018년 6월 뉴욕 증시의 대표 지수를 관리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 지수위원회가 제조업의 상징이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의 30대 구성 종목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GE가 1907년 11월 다우지수에 편입됐으니 111년 만의 퇴장이었다. GE는 사업 재편 실패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추락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1주당 300달러대였던 주가가 2018년에는 3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GE의 빈자리는 세계 1위 제약 유통 체인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가 채웠다.

2년 후인 2020년 8월에는 GE와 함께 다우지수의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글로벌 석유 회사 엑손모빌이 다우지수에서 퇴출됐다. 엑손모빌은 2000년대 전 세계 에너지 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군림했다. 2014년 7월에는 1주당 주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다우지수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엑손모빌 대신 고객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새로 편입됐다. GE·엑손모빌의 잇단 퇴장은 뉴욕 증시의 지각변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월가에서는 제조업 중심이던 미국의 산업구조에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반도체 제국’으로 불렸던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GE·엑손모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인텔 주가가 올 들어 60%나 떨어지며 다우지수 편입 종목 중 가장 부진하다는 점 등을 들어 다우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텔의 대타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거론되고 있다. 인텔은 현실에 안주하다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 뒤처지고 AI 시대로의 전환에 대처하지 못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올해 2분기에만 16억 1100만 달러(약 2조 16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배당 중단, 전체 직원의 약 15% 감원 계획도 발표했다.

영국에서도 과거의 성공이 기업의 ‘생존 보증수표’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다. 4일 영국의 명품 패션 업체인 버버리그룹이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런던 증시의 대표 지수인 FTSE100에서 제외된 것이다. 버버리가 이 지수에서 탈락한 것은 15년 만이다. FT100지수에는 런던 증시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100대 대형주가 포함된다. 버버리 주가는 지난 1년간 70% 이상 떨어져 FTSE100 기업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버버리는 특유의 체크무늬 패턴이 새겨진 트렌치코트 열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명품 의류 시장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하지만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라는 명성에 취해 패션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무분별한 확장 전략을 고집하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했다.

10년 전인 2014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당시 삼성전자 정보통신·모바일(IM) 부문장이었던 신종균 사장이 중국 업체를 경계하면서 위기 의식과 조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신 사장은 세계 최대 통신 업체로 급부상한 중국의 화웨이에 대해 “네트워크 사업도 하고 스마트폰도 열심히 한다”며 “예전에는 ‘졸면 죽는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굼뜨면 죽는다’고 한다”며 한국 기업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말은 1등이 됐다고 자만하면 금방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장의 말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하루아침에 도태됐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우리 주력 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AI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 등 K반도체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자동차 업종도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로 우리 경제의 전체적인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국가와 기업 모두 지금의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지면 생존하기 힘들다. 현실에 안주하다가 추락한 글로벌 기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선임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김효지 대표, '1031 교환' 강연회 개최
김효지 대표, '1031 교환' 강연회 개최

턴키 글로벌 리얼티, 1031 교환 설명세금 혜택을 통한 자산 증대 소개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 '턴키 글로벌 리얼티'(Turnkey Global Realty·대표 김효지)가 8일

말뿐이었던 소수인종∙여성 기업 우대
말뿐이었던 소수인종∙여성 기업 우대

ATL시, 지원금액 부풀려 기록할당액 일반기업 지원에 사용 소수인종과 여성 소유 기업들에 대한 애틀랜타시의 실제 재정지원 규모가 서류상에 기재된 금액보다 상당히 적은 것으로 드러나

차에 두 반려견 묶어 끌고 가다 버린 남성
차에 두 반려견 묶어 끌고 가다 버린 남성

한 마리는 사망···경찰 공개수배동물단체,  5천 달러 현상금까지  반려견 두마리를  차에 묶어 끌고 가다 버린 남성의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물보호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  홍종수 4대 담임목사 위임예배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 홍종수 4대 담임목사 위임예배

홍 목사, "십자가의 복음을 들고 나아가자!"김은수 목사 권면, 서삼정 목사 축사 전해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 제4대 담임으로 홍종수 목사를 세우는 위임예배가 PCA 장로교단 소

"예수님께 인도해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자"
"예수님께 인도해주는 중요한 사람이 되자"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게, 청년의 심장처럼 뜨겁게’아틀란타 한인교회 8년만에 임직예배둘루스에 위치한 아틀란타 한인교회(권혁원 목사)는 지난 3일 ‘2024 신령직 임직예배’를 개

드디어 2024 대선 본선∙∙∙승부 ’Nobody Knows’
드디어 2024 대선 본선∙∙∙승부 ’Nobody Knows’

조지아 조기투표율 53%민주- 불안서 안도감으로공화- 우려 분위기 확산 치열했던 선거전을 마치고 마침내 2024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다. 하지만 승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1일

〈포토뉴스〉 푸른투어, 1등 담청자 경품 증정
〈포토뉴스〉 푸른투어, 1등 담청자 경품 증정

푸른투어 애틀랜타 지사(지사장 유니스 강)가 지난 31일 경품 추첨을 진행한 가운데, 1등 경품 당첨자에게 1일 상품을 전달했다. 이날 1등 당첨자는 대한 항공 & 델타 항

‘아파트' 대신 ‘로케트'…북 김정은·김여정 패러디 영상 화제
‘아파트' 대신 ‘로케트'…북 김정은·김여정 패러디 영상 화제

<‘화성인 릴도지’유튜브 캡처>그룹 '블랙핑크' 로제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APT.'(아파트)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이 하루도 안 돼 조회

현대·기아·제네시스… 월별 최대판매 ‘신기록’
현대·기아·제네시스… 월별 최대판매 ‘신기록’

10월 두 자릿수 판매↑한국 브랜드 ‘고공행진’하이브리드가‘효자’3개사 판매량 15만대  10월 미국 시장에서 기아는 스포티지(위쪽), 현대는 투산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다. 2개

인플레이션… 50년만에 대선 주요 이슈 부상
인플레이션… 50년만에 대선 주요 이슈 부상

유권자 장바구니 물가 관심52%“경제 매우 중요”이슈4년간 식료품 22%나 치솟아 경제는 전반적으로 탄탄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관심은 물가에 쏠렸다. 지난 3분기 경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