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삶과 생각] 우회(Detour)

지역뉴스 | | 2024-09-11 14:09:10

삶과 생각,김영화,수필가,우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어, 우회하라고?” 이 지점 부터 5번 고속도로를 막았으니 돌아가라고 네비게이터가 말한다. 오늘 목적지는 보니타 등대(The Point of Bonita Lighthouse)다. 우리 집에서 404 마일을 5번 북쪽을 향해 운전 해야 한다. 캐스테익 (CASTAIC)에서 우회했다. 해 뜨기 바로 직전의 가장 어두운 새벽이고, 짙은 안개로 바로 앞도 보이지 않는 산길이다. 큰 길이 나오길 바라면서 캄캄하고 꼬불꼬불한 자드락길을 수 없이 오르고 내렸다. 우리 차 앞 뒤로 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처음 가 보는 미지의 길이다. 

두려움이 밀려오는 깊은 숲 속을 얼마나 오래 지났을까? 시간을 보니 한 시간 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3~4시간 걸린 기분이다. 그 때, 동쪽 산위에서 불덩어리 같은 해가 작열하게 솟아올라 새까맣던 산자락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와 ~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한 일출에 우리의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쁨의 환호성이 터졌다. 산 넘어오는 낮은 자락의 작은 마을은 테마극장처럼 나무에 메달아 놓은 전구들이 별처럼 반짝거리고 하늘의 별들은 적막한 깊은 산 위로 쏟아지고 있다.

사전에 우회(detour)하다는 말은 ‘곧바로 가지 않고 무언가를 피해서 돌아서 가다.’라 고 써 있다. 생각해보니 근 반세기의 나의 이민 생활에도 수 없이 많은 우회를 했다. 부푼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너 시카고에 도착했다. 춥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첫째 아들을 낳았다.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정착하려 했던 계획을 바꾸었다.   작은 승용차에 트레일러를 달고 가는 와이오밍(Wyoming)주의 눈이 쌓인 산 중턱에서 차가 뒤로 밀려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견디며 오래곤 주로 이사했다. 얼마나 무모한 젊은 시절이었던가! 오래곤 주에서 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남가주로 이사를 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실수와 우회를 했다. 

오늘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우회하여야 했던 것처럼 우리 인생길에도 예고 없이 다른 길로 돌아가야만 할 경우가 많다. 우회로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네 삶이 평소5번 고속도로처럼 막힘없이 곧 바르게 쭉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처럼 막일 때가 있다. 

어떤 장애물이 내 앞을 막을 경우가 있고 의도적으로 중간에 계획을 바꾸어 우회 하기도 한다. 걸림돌을 넘을 수 없다면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계획하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우리 길을 막을 때는 당황하게 된다.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므로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회하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실수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도 한다. 때로는 오늘처럼 상상도 못했던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일출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할 날이 오기도 한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면 밝은 빛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도 한다. 가끔씩은 반짝이는 별과 오색찬란한 전구들로 장식한 아담한 테마극장 같은 곳을 지나게 하는 우회하는 길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한다.

<김영화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AT&T '유선전화를 무선으로 대체' 허가 얻어
AT&T '유선전화를 무선으로 대체' 허가 얻어

AT&T, 2029년까지 '대부분 대체' 목표 AT&T 로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당국이 대형 통신업체 AT&T에 구리선으로 연결된 기존 집전화를

타임지 "올해 K-드라마는 '평타'…최고는 '선재 업고 튀어'"
타임지 "올해 K-드라마는 '평타'…최고는 '선재 업고 튀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최고의 K-드라마(한국 드라마)로 '선재 업고 튀어'(tvN)를 꼽았다.타임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에서 올해 방영된 K-드라마 중 가장

"부모 간 폭력 목격한 아이, 장년기 심혈관 질환 위험 36%↑"
"부모 간 폭력 목격한 아이, 장년기 심혈관 질환 위험 36%↑"

미 중 연구팀, 중국인 1만여명 9년간 추적 조사 결과 어린 시절 부모가 상대를 때리는 모습을 본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중장년기 심혈관 질환(CVD)에 걸릴 위험이 3

IRS, 최대 1,400달러 크레딧 지급한다
IRS, 최대 1,400달러 크레딧 지급한다

팬데믹 경기부양 지원금 못 받은 100만명에 “2021년 세금보고 당시 RRC 세액공제 누락자별도 신청절차 없이 내 년 1월말까지 완료” 연방 국세청이 2021년 경기부양 지원금을

[경제 트렌드] 아라비카 원두가격 사상 최고치
[경제 트렌드] 아라비카 원두가격 사상 최고치

커피값 계속 오른다브라질 등 작황 부진 커피 원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덩달아 시중 커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등 커피 지출을 줄이고 있다. [로이터

‘출생 시민권 폐지’ 시행 구체화
‘출생 시민권 폐지’ 시행 구체화

CNN,“트럼프 행정명령 국무부 여권발급 금지 등”반발 법적소송 불 보듯 현실화 가능성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적인 반이민 정책의 하나로 ‘출생 시민권’ 폐지

아시안 매춘업소 운영 60대 한인 여성 체포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턴 지역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는 60대 중국계 여성과 이 업소에서 매너저 역할을 한 60대 한인 여성이 매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지역 언론인 더 타임스

혼다-닛산, 합병 추진 공식 발표
혼다-닛산, 합병 추진 공식 발표

성사되면 글로벌 3위 부상내년 6월 최종 합의 계획미쓰비시까지 합류할 예상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자동차 사장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공동기자회견

황병구 명예회장 "2025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축제의 장으로"
황병구 명예회장 "2025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축제의 장으로"

미주한상총연, 내년 4월 애틀랜타서 재외동포청과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한미 양국서 1만5천명 참여 독려…한국 문화 알리는 기회로도 활용"  황병구 미주한상총연 명예회장은 내

“이 땅에 평화를”… 성탄기도
“이 땅에 평화를”… 성탄기도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이제 1주일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에 전쟁의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기 예수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온 세상에 평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