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트렌드 - 가계 지갑에서 사라지는 술값
젊은 층 중심으로 기피
판매 감소에 재고 부담
주류업계 생존전략 부심
저가·프리미엄 제품 대응
미국인들이 술을 찾지 않으면서 가계 소비에서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를 줄이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 중 주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77%로 집계됐다. 가구당 연간 주류 구매액은 630달러였다. 연방 노동통계국이 해당 조사를 시작한 198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위축됐던 2020년(0.78%)보다도 낮았다.
음주 인구 자체도 감소하는 추세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성인 비율이 2023년 62%에서 지난해 54%로 급락했다. 올해 역시 54%에 머물렀다. 갤럽이 1939년 음주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간헐적으로 과음한다고 밝힌 응답자도 전체의 13%에 그쳐 역대 가장 적었다.
세대별로는 젊은 층의 변화가 더욱 뚜렷했다. CNN이 인용한 연구를 보면 18~29세 Z세대의 음주율은 2022~2024년 5% 이상 하락해 전 연령층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30~49세 밀레니얼 세대 역시 같은 기간 과음 비율이 17% 줄었다. 반면 50~64세 연령층에서는 과음하는 사람의 비중이 오히려 확대됐다.
음주 감소에는 체중 감량 치료제의 확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JP모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인구는 약 1,000만명에 달했다.
실제 GLP-1 계열 약물 복용자들의 음주량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서카나와 시장조사업체 NIQ, 영국 접객업 전문 조사기관 KAM이 유럽과 영국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도 약물 사용자들의 음주 감소가 확인됐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GLP-1 복용자 11명 중 10명도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이 줄었다고 답했다. 약물 복용 후 술을 마시면 불편함이나 신체적 이상을 느끼거나, 아예 음주 욕구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소비 위축은 주류업체들의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와인·증류주도매협회(WSWA) 집계 결과 올해 6월까지 최근 12개월간 미국 내 와인과 증류주 판매량은 직전 1년보다 6.5% 줄었다. 미 증류주협회(DISCUS)는 아메리칸 위스키 재고가 2012년 이후 세 배로 불어나 2024년 말 약 15억 프루프 갤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최근 5년 동안 글로벌 주류기업 디아지오와 브라운포먼의 주가는 각각 50% 넘게 떨어졌다. 맥주업체 컨스텔레이션 브랜즈도 약 40% 하락했으며 몰슨쿠어스 역시 11%가량 내림세를 보였다.
업체들은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춰 상품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캔이나 병에 미리 담아 판매하는 즉석 칵테일(RTD) 제품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맛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젊은 소비층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한 번 구매할 때는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고급 주류 라인업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