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유권자 투표참여 옥죄기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우편투표 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하급심의 집행정지 결정을 뒤집고 행정명령 시행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우편투표를 부정선거의 주요 수단으로 지목해 왔으며,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가 주별 유권자 명단을 작성하고 연방우정국(USPS)의 우편투표 관리 역할을 대폭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국토안보부(DHS)는 소셜시큐리티 번호와 이민 관련 자료 등 연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주별로 투표 자격이 있는 시민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각 주의 유권자 명부와 비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이 주도하는 23개 주와 유권자 권리단체들은 대통령에게 주 정부의 선거절차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선거 관계자들도 USPS와 DHS의 역할 확대가 행정 혼란과 유권자 혼선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투표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지난 24일 내놓은 판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3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대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당 주도 23개 주가 제기한 소송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행정명령이 당시까지 주 정부에 직접적인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들이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USPS의 역할 확대다. 주·지방 선거당국은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하기 전에 수령인의 이름과 주소를 USPS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며, 표준화된 봉투와 기계 판독용 바코드도 사용해야 한다. 등록되지 않은 투표용지는 반송될 수 있고, 규정을 따르지 않는 주는 연방선거 관련 우편투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이번 조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는 우편투표 이용률이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주 가운데 하나다. 2024년 대선에서는 전체 투표자 1,614만44명 가운데 1,303만4,378명이 우편투표를 이용해 80.8%를 기록했다. 한인 유권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LA 카운티에서도 2024년 대선 당시 273만2,752장의 우편투표가 집계됐다.
다만 이번 결정은 행정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어서 실제 시행 여부와 범위는 여전히 추가적인 법원 판단에 달려 있다. 당장 유권자들이 우편투표 방식을 변경할 필요는 없지만, 중간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USPS의 관련 조치는 별도의 하급심 명령으로 여전히 시행이 차단돼 있다. USPS 역시 법원의 승인이 없으면 중간선거 전에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캘리포니아주가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행정명령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변수다.
이에 따라 이번 대법원 결정만으로 중간선거에서 우편투표 절차가 즉각 바뀌는 것은 아니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