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반이민' 정책 예고에 연말연시·춘제 본국 방문 미뤄
대학들도 '미국 떠나지 말거나 취임식 전에 복귀' 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 때보다 더 강경한 대(對)중국 기조와 불법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 반(反)이민 정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은 연말연시 휴가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때 중국의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미국 재입국이 막힐 가능성을 우려해 계획을 미루고 있으며, 미국 주요 대학들도 되도록 미국 내에 머물거나 출국하더라도 내년 1월20일 취임식 전에 캠퍼스로 복귀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훙수(小紅書)에는 중국인 미국 유학생들이 미국 재입국 우려와 관련해 최근 학교로부터 받은 공지를 잇달아 올렸다.
유학생 질문을 받고 입국 관련 공지 메일을 보낸 학교로는 프린스턴대, 미시간대, 코넬대 웨일 의학대학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등이 언급됐다.
프린스턴대 경우 지난달 말 유학생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와의 화상 질의응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UC 버클리의 홍보 책임자 재닛 길모어는 지난 2일 유학생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미국 입국 요건에 대한 향후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코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리엄 두(28)는 학교로부터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에 캠퍼스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는 이메일을 받고 춘제 때 중국에 다녀올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두는 "우리 중 상당수는 이전에 (중국 방문을 위한) 항공권을 구입했지만 이제는 춘제 이후로 일정을 바꿔서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일대 졸업생도 최근 모교로부터 학생들에게 미국을 떠나지 말라고 권고하는 공지 이메일을 받았다.
이미 8년간 중국의 고향을 방문하지 않고 있는 그는 "남편과 인근 학교를 나온 다른 친구들도 별다른 일이 없으면 출국하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직업 문제로 미국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학생들은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경우 폭력에 노출되는 등 위험이 커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두는 "우리는 지금 정말 두렵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발간하는 유학생 동향 보고서 '오픈도어'에 따르면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은 2019∼2020학년도에 37만2천53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코로나19 팬데믹과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거치며 줄어들어 2023∼2024학년도에는 27만7천398명이 됐다.
학계에서는 미중 인적 교류가 더 후퇴할 경우 향후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데버라 셀리그손 빌라노바대 정치학과 조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양국 관계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 1970년대 이후로 그렇게 돼왔다"며 "학생들은 방학 때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를 만나기를 원하는데 이를 꺼리게 할 경우 다음 코호트(공통된 특성을 가진 집단)가 미국에 오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