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R여사를 기대하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5-20 17:53:36

삶과 생각,나혜경,수필가,R여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나이가 나이니만큼 친구들을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자연스레 자녀의 근황을 넘어서 혼인한 자녀의 배우자 즉 며느리나 사위, 사돈들까지를 아우른다. 몇 년 전부터 주변인 자녀들의 혼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을 이어갈 때까지도 당장 나의 일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사연들이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어엿한 시어머니가 되었기에 한번 생각해본다.

K여사, 서부에 사는 아들 집에 남편과 같이 갔다. 아들 부부는 전문직 종사자로 딸 하나를 기르며 신혼살림을 사는 중이었다. K여사 부부는 오랜만에 보는 아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녁식사를 마치자 아들이 “엄마 아빠, 호텔에 방 잡아놨어요. 모셔다 드릴게요.

아무래도 푹 쉬시려면 좁은 집보다 호텔이 나을 것 같아서 예약했어요.” 그러더란다.

아들의 말에 깜짝 놀라다 못해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며느리 눈치도 봐야하고 해서 알았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덧붙이는 말이 “거실에서라도 이부자리 펴고 자고 싶었는데 그 밤에 부모를 호텔에 내려주고 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도무지 내가 키운 아이 같지 않더라.”였다. K여사는 그날 밤 너무 서운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단다.

W여사, 아들 셋을 둔 W여사는 몇 년 전부터 두 형제가 차례로 혼인을 하더니 최근 막내아들이 회사 동료와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어 혼사를 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아들 부부와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아들이 한사코 엄마를 잡으며 자기네 집에서 주무시고 가라더란다.

그날 밤에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것을 보고 아들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뭘 어떡해? 뿌리치고 운전해서 집에 와서 잤지. 편하게 내 집에서 자지. 그래도 아들이 붙잡으니까 기분은 좋더라구.”

드디어 나, R여사의 차례가 온다. 호텔에 데려다주고 “엄마 안녕!”하고 손 흔들며 뒤돌아설지 W여사네 아들처럼 “엄마, 자고 가.”라고 하며 내 팔을 끌어당길지 알 수 없다.

나를 극진히 대우하느라 자식 네가 불편한데도 억지로 꾹 참으며 도리나 명분을 찾는 방식으로 대한다면 내가 더 불편해질 것 같고, 곧 죽어도 나는 쿨 한 엄마이고 싶으며, 또 자녀들에게는 나름의 사정과 형편이 있을 것을 예견하고 어떤 상황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이 들어보니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때와 시기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창 젊은 자녀들에게 이제 막 시작해가는 그들만의 세상은 또 얼마나 각박할까를 생각하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투정하거나 서운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식은 자식, 부모는 부모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너무 많이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되기가 쉬울까? 아들이 호텔로 이끌면 “오케이!” 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발 쭉 뻗고 편하게 자고 자기 집에서 자라고 하면 “콜!” 엄지 척 올리며 잠자리가 다소 불편해도 단잠을 자고 일어나는, 담담하게 이러구러 살아갈 수 있을까? 자칭 쿨한 엄마 R여사에게 기대해도 될까?

<나혜경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연방하원 '레이큰 라일리 법안' 통과
연방하원 '레이큰 라일리 법안' 통과

서류미비 범죄자 체포, 구금 의무화따르지 않는 공무원 소송 당할 수도 미국 하원은 범죄를 저지른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고 구금하도록 법 집행관에게 요구하는 소위 ‘레이큰 라일리 법’

매서운 한파 속, 블랙아이스 사고·동파 주의
매서운 한파 속, 블랙아이스 사고·동파 주의

흐릿하거나 반짝이는 도로 주의소량 물 흘리거나 보온재 사용 이번 주 조지아의 최저기온이 화씨 20도까지 내려가 매서운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블랙아이스 사고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기리며… 코카콜라·홈디포 기부 이어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기리며… 코카콜라·홈디포 기부 이어져

카터센터·해비타트에 후원금 전달“그의 원칙과 신념은 중요 유산” 지난해 향년 100세로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조지아의 기업과 비영리 단체가 기부를 이어가

귀넷 공립학교 투명 백팩 시범 프로그램 시작
귀넷 공립학교 투명 백팩 시범 프로그램 시작

33개 학교에서 시범 프로그램 실시3월 3일 내년 확대 여부 결정 예정 지난 6일부터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마치고 귀넷카운티 공립학교(GCPS)로 돌아오면서 33개의 학교에서 학생들

애틀랜타 ‘취업하기 좋은 도시’  23위
애틀랜타 ‘취업하기 좋은 도시’ 23위

▪2025 월렛허브 연례 평가“영화 두각·주택 개선 필요” 애틀랜타가 ‘취업하기 좋은 도시’ 전국 23위로 평가됐다.온라인 재정전문 사이트 월렛허브는 7일 전국 182개 도시를 대

도라빌 온두라스 영사관서 총격∙∙∙경비원 사망
도라빌 온두라스 영사관서 총격∙∙∙경비원 사망

무장용의자 영사관 진입 시도경비원 막자 총 5발 쏴 살해사망 경비원은 멕시코 국적 도라빌에 위치한 온두라스 주 애틀랜타 영사관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경비원이 사망하고 또 다른 1명

〈한인타운 동정〉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2025 신년 음악회
〈한인타운 동정〉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2025 신년 음악회

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 2025 신년 음악회로렌스빌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1일 오후 5시, 오로라 극장에서 2025년 신년 음악회를 개최한다. 음악회에서는 박평강 지휘자의 지휘

한때 애틀랜타 1위 영화관 문 닫았다
한때 애틀랜타 1위 영화관 문 닫았다

2003년 수익 1위 24개 스크린 영화관팬데믹 이후 관객 수 심각하게 감소해 한때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수익 1위를 기록했던 챔블리 I-85 인근에 소재한 리갈 할리우드 24

2.5달러 때문에··· 버스기사 총격 살해
2.5달러 때문에··· 버스기사 총격 살해

버스요금 시비 끝… 10대 3명 체포운전기사 유족 “슬픔 넘어 분노감”  3명의 10대가 버스요금 시비 끝에 40대 버스운전기사를 총격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마타 경찰에 따르면

해리스 지지 던컨, 공화당서 제명
해리스 지지 던컨, 공화당서 제명

조지아 공화당 공식 결정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던 공화당 제프 던컨(사진) 전 부지사가 결국 당에서 제명당했다.조지아 공화당은 6일 던컨 전 부지사의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