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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올릴 때는 천천히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15 11:08:15

주말에세이,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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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떤 자극이나 사건에 대해서 반응을 할 때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과 내면의 실제의 문제는 전혀 다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상대방의 상태와 사건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학에서도 근본적인 질병과 전혀 다른 증상이 밖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혼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예로, 암이 원래 발생한 장기에서 일으키는 증상과 관계없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이 있는데, 암이 정밀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다, 폐암, 신장암, 백혈병, 림파선암이 있는 경우 신경이 약해져 근력이 약해지고, 감각이 둔해지거나, 반사작용의 둔화가 일어난다. 암이 퍼져 있는 것도 아닌데 방향감각상실, 시력의 변화, 팔다리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부 종양 증후군‘ 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암이 생산하는 호르몬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체가 혈류를 통해 암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조직과 장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어난다. 폐암의 한 종류는 혈액의 소금수치를 떨어뜨려 몸의 쇠약함,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며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을 많이 생성하기도 한다. 신장암이나, 백혈병은 칼슘의 수치를 매우 높게 하여 정신이 혼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암이 바깥으로 나타나거나 퍼지기도 전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위의 이상한 증상들이 명확한 이유 없이 나타나면 숨어있는 암을 의심해 보아야한다.

혈중의 소금의 농도가 낮아지는 상황(저 나트륨혈증)은 폐암 외에도 여러 경우에서 있을 수 있는데. 소금 섭취를 못한 경우, 갑상선 질환, 어떤 약의 부작용, 수분 조절 호르몬의 불균형 등에서 나타난다. 저 나트륨혈증은 치료할 때 너무 급속히 소금기를 정상으로 올리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혈액의 소금 농도가 갑자기 높아지면 혈액과 닿아있는 소금기가 낮은 상태에 있던 세포가 파괴되는데, 특히 뇌의 중심에 있는 신경을 보호하고 있던 세포가 파괴되면서 신경이 분해될 수 있다. 그 결과로, 사지마비, 의식장애, 경련, 안구운동장애, 운동장애 등의 다양한 신경계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심한 저 나트륨혈증은 서서히 정상화 시켜 세포가 적응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신경의 파괴를 방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의료혜택의 불균형은 인간과 질병이 존재하는 모든 사회의 문제이다.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좋은 의료를 사회 구성원 필요에 따라 잘 분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필수 의료 인력 불균형은 비슷하게 심각하다. 필자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인데, 커뮤니티 병원에 어려운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와 산부인과 의사들은 줄줄이 은퇴하고 새로운 의사들의 영입은 적다. 미국 의료 보험은 국영과 민영이 섞여있고, 국내 총생산의 18-19%가 의료비인데도 불구하고 수술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낮은 것을 보면 보험운영이 비효율적 인 것 같다.

 또한 높은 사회적 기대와 빠르게 인상되는 의료사고 보험료는 수술 의사에게 큰 스트레스이다. 반면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8-9%가 의료비로 나가니 비교적 잘하고 있는 편인데,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이 일부분을 감당해 온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의사가 실수를 하면 구속까지 될 수도 있는데 미국에는 형사 처벌법은 없다. 교육이나 실습현장 환경과 교수 확보 없이 의대생 수를 늘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그 여파는 환자들에게 미치게 될 것이며, 의사 수가 늘어도 근무 환경과 보상의 향상 없이 탁월한 필수 의료진의 증가는 기대 할 수 없다. 혈중 소금농도를 너무 빨리 교정하면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과 같이 산적한 의료 전달 체계의 문제를 성급히 고친다고 나서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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