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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함께 저물어 가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2-14 10:06:03

문학회, 시, 이설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이설윤(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먼 산에 석양이 물들 즈음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 연주

가을의 속삭임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누구를 향한 그리움도 아닌 그러면서도

영영 돌아오지 않는 페르퀸트를 기다리는 솔베지가 되어갈 때

함께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내 곁의 그를 바라본다

 

가망없는 첫사랑과 헤어진 후 상실의 슬픔에 빠져 방황할 때

슬며시 다가와 품어 주던 사람

편지 한 줄 쓰기도 싫어하는 뼛속까지 우직한 공대 졸업생인 그 남자와 

시집을 품에 안고 살던 나와는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삶은 문학이 아니고

현실이니까 하고 마음 먹고 바라보니 오히려 믿음직 스러웠고 어느 날 나의 남편이 되었다

  

살면서 비현실적인 사랑을 꿈꿨던 댓가는 너무도 혹독했다

순간 순간 이 남자가 아니었더라면 행복했을 텐데 내가 너무 성급하게 선택했지

하는 후회가 나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어 수 많은 시간을  자책하며 스스로를 불행의

늪으로 몰아 갔다

이렇게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투쟁 속에 검게 빛나던 머리가 부스스 반백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꿈꾸던 특별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을 만나 서로 특별한 사랑을 하며 닮아 간다는 것을

 

지금도 마음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 부정맥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그리움이 있지만

그건 세월 속에 한 줌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내 젊은 날 눈부신 사랑을 꿈꾸며 대책없이 찬란하기만 하던 그 시절을 누가 되돌려 준다 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가슴 떨리는 사랑은 없을지라도 타는 목마름과 아픔이 없는 지금이 편안해서 좋다

함께 늙어가며 굽어가는 어깨를 감싸주고 싶은 잔잔한 연민의 사랑으로 우린 함께

물들어 가고 있다

가만히 왔다 가고 있는 들꽃처럼  조용히 저물어 가고 싶다 

 

이설윤
이설윤

 

이설윤

- 1979년 도미

- 뉴욕 크리스챤 월간지에 창작 활동

- 제3회 애틀랜타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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