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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다산의 아내가 보내온 연분홍 치마폭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28 14:14:14

수필,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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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풍상의 세월 깜짝할 새 굴러 갔지만

복사꽃 화사한 봄빛은 신혼 때와 같네

생이별과 사별이 늙음을 재촉하나

잠깐 기쁘고 슬픈 건 세월속의 아픔이었네

오늘 밤 뜻 맞는 대화가 새삼 즐겁고  

옛적 분홍 치마에는 먹물 흔적이 남아있네

나눠졌다 다시 합쳐진 내 모습 같은 

술잔 두 개 남겨 두었다 자손에게 물려주리라     [시, 정약용]

 

결혼 60년을 기해 아내가 따스한 사랑이 묻어 있는 연분홍 치마폭을 귀향살이 유배 생활 속 두메나 산골로 보내어 왔다.  

다산은 헌 비단 치마폭을 끌어안고 밤새워 울었다. 자신의 먹물 흔적이 남아있는 치마폭, 결혼 60년 세월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화사한 복사꽃 시절을 귀향 살이 20년 세월 속에 생이별의 아픔으로 살았던 한의 세월을 다산은 치마폭을 갈라서 시를 써서 아내와 자식에게 보냈다.

다산은 그의 유배 시절 정치, 경제, 철학, 과학에 방대한 저술 500여권을 쓴 한국의 ‘플라톤’라 불리는 재사였었다.  

오늘 다산의 ‘연분홍 치마 폭’을 읽으면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 그날의 아픔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겁다. 학문에 열중하면서도 틈틈이 써 놓은 그의 시는 문학의 향기 물씬하다. 얼마나 독서를 많이 했으면 그의 복숭아 뼈가 닳아서 없어졌다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산은 그의 독서 목적이 출세에 두지 않고 국민이 잘 살수 있도록 쓴 거서들이었다. 그리운 아내의 치마폭을 껴안고 쓴 시인의 가슴은 개인의 아픔보다 그 시대의 아픔이 그 시대의 조정과 사회 혼란을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다산의 인간다운 고통이 더욱 아픔이다. 다산에게 경세란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것이 다산의 꿈이었다. 

다산은 밤이면 야학을 세워 가난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다산은 풍산 홍씨를 아내로 맞아 28세까지 행복했었다. 

내가 태어난 고향 강진은 다산이 귀향 살이를 한 다산 초당 옆이다. 그때는 누가 살았던 곳인지도 모르고 철없이 소꿉장난하던 그 초당이 다산 같은 큰 어른이 살다가신 곳이었다니, 생각하면 한줌의 흙도 다산의 혼이 스며 있는듯 하다. 

우리 고장에는 유난히 문인들이 많이 태어났다. 그때 완도에는 추사 김정희, 해남 윤선도, 궁중 화가 허유 등 이름있는 어른들이 밤이면 함께 모여 문학, 예술, 정치를 함께 논하셨다는 글을 읽으면서 가슴 아픈 것은 이런 대사들이 정치를 하도록 허용했었다면 우리 조국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으리라.

가슴 시리다.  한국의 정치 풍토는 지금도 한치의 다름없이 오리무중이다. 

내 고향 강진에 모란의 시인 김영랑을 기념하는 모란 다방에는 시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산이 얼마나 국민을 사랑했는지는 ‘굶주린 백성’이란 시에 상생이 묘사 되어있다. 

‘고을 원님이 어진 정치를 하고 사제로 백성을 구휼한다기에 / 관아의 문에 줄지어가 / 끓인 죽 우러르며 앞으로 나서네 / 개 돼지도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것을 / 사람이 엿처럼 달게 먹나 <굶주린 백성>  그의 시 한수다.

다산은 아내 사랑 못 잊어 연분홍 치마 폭에 담겨 진 시는 귀향살이 20년, 그 아픔이 지금도 우리 조국의 아픔이며, 끝내 피할 수 없는 생이별이었다.  

그의 아내는 자신의 건강이 기약할 수 없는 슬픈 이별이 다가올 것을 예언이라도 하듯이 연분홍 치마폭을 다산의 품에 안겨주었다. 

새벽 등불 파리하게 꺼질 듯 일어나 샛별을 보며 못다한 사랑의 한을 치마폭에 이젠 슬픈 이별을 보는듯 흐느끼며 쓴 시가 다산의 연분홍 치마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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