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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수필] J라는 남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07-12 15:15:40

문학상,김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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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수필] J라는 남자
[내 마음의 수필] J라는 남자

 

 

 

 

 

 

 

 

 

 

 

 

 

 

 

 

 

 

 

 

 

 

김안젤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5회 애틀랜타 문학상 대상 수상

 

외삼촌 친구였던 J를 처음 만난건 추운 겨울날이었다. 훤출한 키에 떡벌어진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외모와는 반대로 그는 몹시 수줍어 했고 나하고는 눈을 맞추지도 않고 외삼촌하고만 대화를 해서 기분이 살짝 안좋았다. 점심을 먹자마자 그가 서둘렀다. 꿩사냥을 할거란다. 의아해하는 내 표정을 보고 외삼촌이 턱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냥 따라나서라고… 

눈이 수북수북 쌓인 외갓집 뒤 산에 올랐다. 그날 따라 베이지색 긴 코트를 입고 있었던 나는 몇번을 미끄러진 탓에 지쳐버려 큰 나무에 기대어 섰다. 그리고 내려다보니 그날따라 비싼 돈주고 맞춰신은 쎄무 부츠도 얼룩이 져서 엉망이 돼 버렸다. 산에 갈거라고 외삼촌은 왜 말해 주질 않았지… 하고 있을때 따당! 하는 소리와 함께 꿩 한마리를 벌써 잡은 J가 호기있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나더러 지금 산에 꿩이 많으니 한번 해보란다.

아니에요. 못해요 소리가 입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J가 내어깨를 잡아 사냥 방법을 가르쳤다. 사방을 잘 주시하다가 꿩이 날으는게 보이면 같은방향 1m 앞에서 방아쇠를 당기라고 했다. 식당에서 내가 본 수줍음은 뭐지? 하면서 숨죽이고 있을때 꿩 하나가 날으는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가 시키는대로 했다. 어머나 그런데 이게 웬일? 난생처음 해보는 거였는데 거짓말처럼 꿩 한마리가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외삼촌과 J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정작 놀란건 나 자신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가끔은 동생도 함께 했는데 J가 워낙 잘 챙겨주고 유머가 많아 동생은 늘 형부 형부 하고 불렀고 그럴때 마다 J는 씨익 웃으며 좋아했다.

6. 25 사변에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의 사랑이 그립던 내게 다가온 J는 그때부터 아버지였고 오빠였다. 남대문시장에서 포목점 여러개를 경영하시던 부모님 덕에 비교적 부유하게는 자랐지만 잔잔한 정이 필요했던 J를 엄마는 아들처럼 대해주었고 J는 또 가끔씩 예쁜 한복감을 들고와 엄마를 녹였다.

어느 가을날 코스모스가 길게 늘어선 경기도 양평의 강가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J가 슬며시 뒤로와서 안을 때 나는 마치 벗어놓은 옷이 스스르 미끄러지는 것처럼 주저앉아 버렸다. 운동으로 다져진 강한 J 의 팔뚝이 나를 잡아올려 더욱 힘차게 끌어 안을 때는 현기증이 났다. 몸 안의 피가 역류하는소리. 심장뛰는 소리. 하늘에선 쌕쌕이가 날았다. 나는 아주 작은 한마리 새가 된 느낌이기도 했고 돌이 된 것도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는대도 좋다 싶을때 그자리에서 그냥 우리는 하나가 돼 버렸다.

얼마후 J 아버님이 부르셨다. 마치 큰 절터 같은 마당에는 여러 개의 가마솥에서 구수한 해장국 냄새가 났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분주했다. 저만치 등나무 아래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누구 생신인가 했다. 

대청마루를 지나 안내된 방에는 흰 모시한복을 입고 수염이 긴 풍채좋은 J 아버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차를 권하시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차를 받치고 있는 결좋은 소반만 응시했다. 이것저것 천천히 물어보셨고 나는 공손하게 무릎꿇고 답해 드렸다. 밖으로 나오니 J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에 웬 사람이 이렇게 많으냐고 묻자 그가 설명해 줬다. 근처의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점심 대접하는 일을 아버지가 오랫동안 하고 계시단다. 마음이 숙연해지면서 J 아버님이 존경 스러웠다. 그런분을 아버지로둔 J가 몹시 부러웠다.

얼마뒤 우리 할아버지를 만나 보시겠다는 전갈을 받고 할아버지를 모시러 갔는데 진사의 품이신 할아버지가 두루마기에 갓을 쓰시고 나오셔서 그때 나는 조금 창피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약속 장소에 갔는데 J의 아버님이 먼저 할아버지를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 주셔서 모두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는 붓글씨를 잘쓰셔서 꽤나 알려졌었는데 큰 절 터 같은 J의 집 상냥식을 할 때 J 아버님이 우리할아버지를 모셔왔고 할아버지가 대청마루 천정 서까래에 붓글씨를 쓰셨단다.

두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던중 “댁의 손녀를 어떻게 보십니까?” J 아버지가 물으셨고 “저 아이는 제게 아들이 하나 더 있다면 며느리 삼고 싶은 아이지요” 라고 할아버지가 대답 하셨단다. 두분이 호탕하게 껄껄 웃으신후 그해 5월에 우리는 결혼을 했다.

다 좋은데 저 애가 몸이 너무 가늘어서 애 생산을 잘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던 시아버님의 우려를 불식시켜드리듯 나는 연년생으로 3 남매를 낳아 아버님께 안겨드렸다. 대청 마루를 드나들다가 가끔씩 천정을 올려다보며 우리 할아버지가 쓰신 글 아래 굵은 광목에 매달린 깡마른 북어를 보면서 이게 무슨 인연인가 싶어 혼자 많이 웃었다.

아버지 이름이 생소했던 나는 그것도 부자 아버지가 생기는 바람에 신바람이 나서 아버님을 따랐고 아버님은 그런 나를 무척 예뻐해 주셨다. 

한편 아버지의 부재로 주눅이 들어있던 내게 J가 보여준 첫날의 꿩사냥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고 겁내지 말고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용기가 생겼다. 너무 말라 별명은 멸치였고 달팽이처럼 웅크리고만 있던 나를 끌어내 자전거타기부터 시작해 각종 운동, 등산, 수영, 운전을 가르쳐줬다. 내성적이던 내가 J를 만나고부터 점점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21년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J와 함께 한 지 꼭 50년이 되는해이다. 오랜 세월 사는 동안 이게 아닌데 싶은 날도 꽤 있었지만 사랑의 결실로 3 남매를 얻었고, 어느 누구도 알 수없는 둘 만의 추억을 떠올리면 못 참을 일이 없는 날들 고마운 날들이었다. 

아침에도 감사 점심에도 감사, 저녁에도 감사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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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문학회신인 문학상을 공모 

•공모 마감일: 8월 19일

•공모부분: 시(5편),수필(2편)

•접수처: akla19890304@gmail.com

              alka19890304@gmail.com

              AKLA 3792 Heritage Place, Buford, GA 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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