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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의사'서 '작가'로... 정 세실리아 씨

지역뉴스 | | 2019-09-28 18: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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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공감하고 치유될 수 있다면 족해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나는 이 말을 좋아했고 믿으며 살아왔다...이 세상에 고난을 뛰어 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도 많은 경우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 경험과 느낌을 모든 독자, 특히 어려움에 부딪혀 있는 학생이나 노인 분들과 나누고 싶다"<먹구름을 헤쳐가는 밝은 마음, 글머리에> 어린 시절인  6.25 전쟁 당시 부모를 일찍 여의고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가정교사로 일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그는 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혼자 일어나겠다는 각오로 미국행을 택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던 그 시절에도  굴하지 않고 특유의 성실함을 무기로 40년 이상을 미국에서 의사로 일했다. 2008년 은퇴하고 애틀랜타에 정착한 뒤 최근 자신의 수필집 '먹구름을 헤쳐 가는 밝은 마음'을 출간한 세실리아 정(한국명 정문자)씨 얘기다.  현재 애틀랜타 여성문학회와 둘루스 문화센터 이사장으로 맡으면서 은퇴한 후에도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씨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첫 수필집 '먹구름을...' 펴내

"내 인생의 생생한 회고록"

"처음엔 글쓰기가 숙제 같아"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해왔다고 들었는데

"서울에서 태어나 6.25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뒤이어 어머니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셨다. 이후 남매가 함께 모여 어렵게 살았다.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이화여대 의과대에 입학할 수 있었고 가정교사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졸업 후에는 더 이상 친오빠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행을 결심했다. 1966년 당시 미국에서는 의사 부족 현상으로 인해 타국에서 의사를 모집 했는데 때문에 의사 시험에 합격하면 인턴 생활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시험을 준비해 합격하면서 중앙의료원에서 2~3개월 일하다가 미국으로 오게 됐다.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던 상황에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소재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소속 병원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메트로 폴리탄 제너럴 병원에서 인턴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여기서 좋은 과장 선생님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분은 나에게 있어서는 은사이자 후원자이며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치프 레지던트를 맡게 됐을 때 트레이닝이 끝나면 직장을 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쓰고 있었는데 그분이 나에게 '함께 일하자'며 제안해 트레이닝이 끝나자마자 정식 스태프로 근무하게 됐다. 그렇게 42년간을 한 곳에서 머무르며 의대 교수와 의사 생활을 했다. 이후 2008년도 남편을 따라 은퇴 후 애틀랜타에 정착하게 됐다"

 

▲ 일견 의학과 문학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은퇴 이후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자는 생각에 여러 활동을 시작했다. 골프를 시작하고, 크로마하프,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접해보면서 생활을 하던 도중 갑자기 '문학이란 세계는 무엇일까? 나도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문학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출간하려 한다는 소식에 한국에 있던 오빠가 "네가 어려서 썼던 글"이라며 나에게 두 개의 원고를 보내왔다. 수필집 마지막장에 담긴 '옥이바위'와 '엄마의 노래'가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은퇴하고 문학을 본격적으로 접할 때까지 딱히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항상 품고 있었던 것 같다. 2011년도에 애틀랜타 여성문학회(회장 최정선)에 입회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정선 회장님께서는 가끔 "글 좀 주세요"라고 말씀 하시곤 했는데 처음 입회했을 당시만 해도 이 말이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들리더라(웃음). 처음에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고 점차 능숙해지면서 글을 쓰는데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2015년도에 둘루스 문화센터에 문학 강의가 생기고 더욱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 했으며, 2016년부터는 수필을 신문에 게재해 왔는데 그런 글들이 모여 수필집이 탄생했다"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자전적 자서전 같은 책이다. 나의 지난 세월과 경험, 느낌들이 가득 들어있다. 물론 매일을 살아가면서 잊고 지냈던 지인들의 이야기, 사건 등 내가 관심이 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모두 6부로 나눠져 있으며, 1부는 일하던 미국 생활, 2부는 살면서 생각하던 추억, 3부는 내가 이웃에게 말없이 주는 느낌, 4부는 삶 속에 느끼는 새로움, 5부는 용기있는 마음의 분리수거, 6부는 고통 속에서 얻는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나뉜다. 약 200페이지 분량의 수필집이며, 문예운동사에서 출판을 맡았다"

 

▲문학에도 장르가 다양하다.  왜 수필이었나?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글로 써서 표현하면 자신의 감정을 흐트러짐 없이 이성을 함께 곁들일 수 있어 더욱 섬세하면서도 상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수필은 여기에 더해 자신의 감정은 물론 경험과 삶을 녹여낼 수 있어 더욱 큰 매력을 느꼈다. 물론 시도 가끔 쓰기는 하지만 그런 매력 때문에  수필을 더 선호하고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수필을 좋아하게 된 데는 내 경력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의학계에서 일하며 많은 레포트를 작성하다 보니 모든 글이 소개, 과정, 결론으로 명확히 나눠진다. 수필도 구조가 명확해 더욱 끌리게 되는 것 같다"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준비과정은 어땠나?

"사실 책을 꼭 출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글을 쓴 것이 아니다. 2011년부터 쭉 써내려갔던 글들이 하나, 둘 모이다보니 어느샌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내보시는건 어떠냐"며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필집을 출간하게 됐다. 인사말에도 나와있듯 이 책은 내 인생의 생생한 회고록이다. 어려웠던 시절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많이 부족하지만 여러 한인분들이 읽고 공감하고 그 과정에서 치유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이인락 기자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 '의사'서 '작가'로... 정 세실리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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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세실리아(왼쪽 두번째)씨가 출판기념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케잌을 커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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