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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충간에 귀 기울인 당태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19-08-08 21: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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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중국사에서 성세는 문경의 치(文景之治)로 불리는 전한의 문제와 경제 시기,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불리는 당나라 태종 연간, 그리고 청나라 강희제에서 건륭제까지의 강건성세(康乾盛世) 정도이다. 이들 성세를 이끌었던 성군들 중 누구 하나 비범하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지만, 당 태종만큼 극적인 인물도 없을 것이다.

당 태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세계 제국 당의 전성기를 연 중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이다. 그렇지만 당 태종 이세민(李世民)은 천하의 패륜아였다. 제위에 오르기 위해 이세민은 현무문에서 태자였던 형 건성과 동생 원길을 살해하고 아비를 겁박했다. 뿐만 아니라 이세민은 동생 원길의 부인을 후궁으로 들어앉히기까지 했다. 황제가 ‘하늘의 아들(天子)’로 범인을 규율하는 인의도덕의 구속에서 벗어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만하면 인의도덕이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수 양제나 연산군에 뒤지지 않는 폭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륜아 이세민이 어떻게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이 되었을까? 그는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납간(納諫)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도로써 첫째로 꼽은 것은 널리 의견을 들어 충성된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었다.

정관(貞觀) 초기 관리들 사이에는 공공연히 뇌물이 오가고 있었다. 태종은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사람을 시켜 비밀리에 관리들에게 뇌물을 보내도록 했는데 말단 관리 한 사람이 그 뇌물을 받았다. 태종은 크게 노하여 그 관리를 사형에 처하여 많은 관리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려 했다. 이 사실을 안 호부상서 배구(裵矩)가 줄줄이 서 있는 조신들 앞에 나아가 황제에게 간했다.”이 같은 방법은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일입니다. 사람을 죄의 함정에 몰아넣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 관리에게 죄를 줄지언정 사형은 천부당 만부당하오이다.”

배구는 한 걸음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처음 태종은 얼굴에 노기를 띠었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배구의 말이 옳았다. 태종은 그 관리의 사형을 면하는 한편 배구에게 칭찬의 말을 보내고 여러 조신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중신들은 배구를 본받아 짐에게 충언을 아끼지 말 것이며 소신대로 시비를 논하도록 하시오.”

현무문의 변이 있은 후 이세민은 태자 건성의 책사인 위징(魏徵)을 잡아들였다. 위징은 앞서 태자 건성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진왕 이세민을 하루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진언했었다. 이세민은 위징을 질책했다.“너는 우리 형제를 이간시킨 자렸다.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더냐?”위징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건성 황태자께서 만약 징(위징)의 말에 따랐더라면 반드시 오늘과 같은 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징의 말’이라는 말은 세민을 죽여 버려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대답하는 말투였다. 패자로서 이 같은 말을 입에 담은 이상 죽음을 각오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태종은 위징을 용서하고 첨사주부의 벼슬을 내렸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세민은 위징을 국사로 인정하여 용서하고 위징은 그 은혜를 느끼어 태종에게 충성을 다하게 되었다.

태종은 새매를 몹시 좋아했다. 어느 날 새매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놀리고 있을 때 노신 위징이 입궐했다. 태종은 그 새매를 숨길 겨를이 없어 할 수 없이 자신의 안쪽 품에 넣고 위징을 접견했다. 위징은 일부러 시간을 오래 끌면서 옛날 제왕들이 향락에 빠져 국가를 위태롭게 한 예를 이것저것 들어 이야기를 계속했다. 태종은 안쪽 품에 넣은 새매가 숨이 막혀 죽지나 않을까 하여 안절부절 못했으나 노신 위징을 노엽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꾹 참고 있었다. 위징이 돌아가자 곧바로 새매를 꺼냈으나 새매는 이미 죽어 있었다. 태종은 새매의 죽음을 매우 슬피 여겨 위징을 미워했다.

어느 날 후궁에서 돌아온 태종이 성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 그 촌놈을 죽여 버릴 테다.”

문덕황후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혹시 폐하에게 거역하는 자라도 있습니까?”

“누군 누구겠소. 그 늙은 위징이란 작자이지. 사사건건 짐에게 거역하니 그 자가 있는 한 나는 아무 일도 못 하겠소.”

문덕황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방에 들어서면서 태종에게 축하의 말을 보냈다. 태종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의아스럽게 생각하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축하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충성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어지시기 때문에 위징도 아무 두려움 없이 충간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이 얼마나 경사스런 일입니까!”

문덕황후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에 태종의 노여움은 완전히 풀어지고 말았다. 신하된 자로서 자신을 알아주는 군주보다 고마운 존재가 없다. 누구라도 그런 군주를 위해서라면 분골쇄신하게 된다. 위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몸이 아파도 쉴 수가 없었다. 여러 차례 사직을 청했지만 그때마다 태종은 위징의 손을 잡으며 ‘당신이 떠나면 천하를 바로 다스릴 수 없다’고 만류했다. 일신의 평온함을 위해 군주의 청을 뿌리치기에는 그의 은혜가 너무 컸다. 위징은 정관 17년인 643년에 죽었다. 사인(死因)은 과로였다. 시호를 문정(文貞)이라 했다. 태종은 위징을 위해 직접 비문을 지었다. 그리고 한탄했다.

“동(銅)으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득실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짐은 일찍이 이 세 종류의 거울로 스스로 허물을 범하는 것을 방지해왔다. 지금 위징이 세상을 떠났으니, 거울 하나를 잃은 것이다.”

정관 18년(644) 태종 이세민은 대군을 거느리고 고구려 친정에 나섰다. 당시 고구려에서는 권신 천개소문이 임금 영류왕을 시해한 다음 보장왕을 세우고 백제와 연합하여 신라에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자 신라에서는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원병을 요청해왔다. 그러자 재상 저수량(楮遂良)이 말렸다. 그러나 태종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당태종은 제 1차 고구려 원정이 실패로 끝난 다음 철수하면서 이 원정을 후회하며 위징을 생각했다. “만약 위징이 살아있었더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원정을 중지시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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